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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채용 걱정뿐이에요”

부친 터 물려받아 ‘럭키’ 하지만 채용문제 “답이 없어”
구인구직 사이트 광고비 한달에 40~50만원 ‘큰 부담’
2017 기획시리즈-나의 개원 분투기 <1>함태훈 원장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월 16일 서울 중구에 함사랑치과의원을 개원한 함태훈 원장(36)입니다. 간혹 환자 분들 중에는 병원 간판을 보고 내원하셔서 “원장님 성함이 참 예쁘시네요. 함사랑이라고 해서 여자 원장님인 줄 알았어요”라며 웃으시는데요, 사랑니 발치 전문치과를 표방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명칭을 붙인 거랍니다. 저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입니다. 

사실 저는 비교적 ‘럭키’한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개원하셨던 자리에 ‘재개원’한데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애면글면 구축해 놓으신 환자 풀도 어느 정도 이어받았으니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아버지의 지금 치과 자리를 ‘최후의 보루’로 설정해 놓고, 환승역세권 같은 번화가를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월세가 너무 비쌌어요. 건대입구 같은 곳은 100평 기준 보증금 2억, 월세 1000만원 정도의 시세였습니다. 10평 커질 때마다 100만원 정도 뛴다고 보면 될 거예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이제 혼자 시작하는 입장에서 월 1000만원의 월세는 ‘한 달을 버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벅찬 금액입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아버지의 터를 물려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를 배후로 두고 있고, 상가 2층에 위치하고 있는 전형적인 동네치과입니다. 

개원하고 인근의 치과 50군데를 돌면서 인사를 하고, 사랑니 케이스에 대한 요청도 했는데 반응은 딱 5대 5였습니다. ‘아이고 고생하네, 반가워요’라면서 후배처럼 반색해 주시는 분들도 많으셨던 반면, 시스템이 비교적 잡힌 중형 치과에서는 ‘뭐하는 놈이지?’하면서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 “구인광고 불구 1년에 면접 5회” 
본격적인 준비는 12월 중순부터 했어요. 아버지의 건강 문제 때문에 약 6개월의 공백이 있기는 했는데, 마음을 먹고는 일사천리로 개원을 준비했지요. 이것도 역시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무형의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환자풀, 페이닥터 시절의 다양한 임상경험, 나쁘지 않은 입지…. 다 좋을 것 같지만 절대로 풀리지 않는, 앞으로도 쉽게 넘기 힘들 것 같은 절벽과 맞닥뜨렸습니다. 스탭 채용!

아, 정말 잠이 안 올 지경입니다. 오래전부터 언론의 보도를 봐왔던 지라 구인난이 심각하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구인난에 대비하기 위해서 치(과)위생학과의 졸업시즌에 맞춰 오픈과 구인을 시작했고, 개원가에서 평균적으로 제시하는 급여와 복지수준 이상의 조건도 내걸었는데 면접을 보는 것 자체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네요. 채용사이트에 한 달 정도 유료구인 광고를 내걸었지만 면접을 본 횟수가 6~7회 정도 밖에 되질 않습니다. 반포동에서 개원을 한 동료는 광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면접횟수가 다섯 번에 그쳤다고 합니다. 구인난은 전 치과계의 문제이지만, 특히 갓 개원한 신생치과에게는 더 가혹한 느낌이 있어요. 

특히 저년차 스탭을 채용하는 게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리뉴얼 오픈이라 치과의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 갈 의욕 있고 젊은 분들이 필요한데, 이런 분들의 시선은 너무 높이 올라가 있는 것 같아요. 연세가 있으신 스탭 분들은 서로 간에 대화가 통하는데, 2~3년 차 이상만 되어도 데스크 실장을 선호하지 진료스탭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아, 이 문제도 꼭 말하고 싶어요. 구인광고 사이트 비용이 너무 비쌉니다. 저의 경우 한 달 동안 약 40~50만원 정도의 비용을 썼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치협에서 무료 구인구직 사이트를 운영하는 걸 알고 있지만, 관성 때문인지 이쪽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인재소식란을 일일이 들여다보면서 전화해 면접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뭔가 주객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랄까? 두 분을 더 모셔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10년 전에 졸업했습니다. 학생 때 10년 위의 선배를 보면서 ‘아 다들 저렇게 잘 자리 잡고 사시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위치에서 제 10년 후배들에게 저런 말을 해주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 추세는 앞으로 계속 되리라 보고요. 

# 치의 선배이자 아버지의 말 
저는 함태훈 원장의 애비 되는 함수만 원장입니다. 아들이 재개원하는 데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 세대차이라는 건 있는 거죠. 서로 개원의 규모에서 생각이 달랐지만 결국 본인이 스스로 선택을 하고, 꿋꿋하게 진행하는 걸 보면서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새 세대갈등을 넘어서 ‘세대절벽’이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시인 구상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기성세대나 신세대들이나 한 시대 똑같은 상황 속에 살고 있는 동반자요, 매일매일 바통을 넘겨주고 받아야 하는 동일선상의 주자(走者)들이다.”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소통해야 할 동반자입니다. 많이들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는 모두 치과의사입니다. 후배님들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