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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나눔에 능동적 동참

시론

2016년 10월 17일 시작한 논어 하루에 한 구절을 읽고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글쓰기는 이제는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 벌써 70편의 글이 모아졌다. 이제 내 지식과 지혜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이 느껴지기에 슬퍼진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에 1993년 개업하고 지금까지 진료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 곳에 있다 보니 지역에 행사가 있을 때 같이 동참하여 주기를 원한다. 개업초 중반까지는 어떻게 하여야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지만 개업 25년 이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논어 八佾篇 3-17를 통해 공자님께서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다. 子貢 欲去告朔之羊 (자공 욕거곡삭지희양) 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 (자왈 사야 이애기양 아애기례)

자공이 초하루에 지내는 제사에서 제물로 쓰는 양을 쓰지 않으려 하였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너는 그 양을 아끼느냐, 나는 그 예를 아낀다.”

자공이 물욕 때문에 禮(예)를 지키지 못하는 것을 공자께서 꾸짖는 말씀이다. 祭(제)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경제적 여건에 맞추어 지역의 제사에 소요되는 행사 비용에 대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역할은 하여야 한다.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타인들의 눈을 의식하여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것은 禮(예)에 맞지 않다. 부처님께서도 귀하고 비싼 초와 많은 공양을 바치며 부처님께 복을 비는 것보다, 진실된 마음이 담긴 작은 초 한자루와 한 움큼의 공양에 관심을 보이셨다. 하지만 자공은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히 되는데도 재물이 아까워 告朔(초하루에 지내는 제사)에 한 마리의 양을 바치는 것을 주저했다. 공자님이 사셨던 춘추전국시대에서는 마을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한 음식은 제사를 지내고 참석한 백성들과 함께 나누었을 것이다. 제후와 지역 지주들이 재산을 불리는 것은 소작인과 재산이 없어 노동만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이들의 노동으로 인해 재산이 축적되었다. 告朔(곡삭 초하루에 지내는 제사)은 축적된 재산의 일부를 지역 백성들과 나누는 행사였다. 그러한 나눔의 행사에 나눔을 거부하는 자공에 대한 꾸짖는 말씀이다.

광산구 우산동에 치과를 열고 진료한지 25년이 되어간다. 지금까지 지역주민의 도움으로 대덕치과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도 잘 버티고 있다. 그러한 것이 모두 지역주민과 대덕치과를 믿고 방문하여 주신 분들의 덕이다. 대덕치과를 개업하여 수입이 있기에 수입에 맞추어 세금을 내고 있다. 개업 초기 중반에는 세금을 내고 있다는 이유로 지역의 행사에 참석하여 도움을 주기를 원할 때 수동적인 역할을 하며 마음이 편하지 못하였다. 공자님께서 자공에게 告朔(곡삭)이라는 제사는 지역의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주민들과 나눔의 자리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자공은 개인의 복을 비는 제사였다면 재물을 아까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개업한 지역에서는 12월에 송년행사를 크게 하고 있다. 송년 행사는 지역의 복을 빌고 지역주민들과의 나눔의 공간이다. 이제 지역 행사에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해준 고마운 인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살고 싶다. 수동적인 참여가 아닌 능동적으로 나눔에 동참하라고 공자님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신다.

지역 행사에 참여해 주기를 원할 때 노하우
첫 번째 : 행사의 취지를 물어 본다. (가끔 불필요한 행사에 참여하기를 원할 때도 있다)
두 번째 : 행사를 하는데 들어가는 필요한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본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세 번째 : 행사를 하는데 나의 역할을 물어 본다. (나의 참여가 많을수록 행사 진행자의 발품을 줄인다)
네 번째 : 행사 기획자의 생각보다 50%정도 (통크게) 더 동참한다. (3가지 질문을 하지 않고 나누려 했던 금액보다 적을 것이다)

오늘은 朝聞道 夕死可矣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구절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려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대덕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