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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를 걸어볼까요?

일본걷기여행③ 에도시대 옛길
나카센토(中山道) 츠마고마을~마고메마을 구간


걷는 길은 인간의 역사와 대동소이하게 시작되어 함께 진화했다. 찻길로 대표되는 현대적 개념의 교통로가 있기 전에 두 다리로 전국을 거미줄처럼 네트워킹한 보행 교통로가 있었다. 우리가 지금 이용하는 찻길도 이러한 옛길을 기반으로 닦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옛길로는 조선 6대로를 꼽는다. 조선6대로는 수도 한양을 중심으로 부산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 해남을 통해 뱃길로 제주까지 이어지던 삼남대로, 동해안 영해를 잇는 관동대로 등이 있다.


일본도 이러한 옛 도보교통로가 전국적으로 이어진다. 오늘 소개하는 나카센토(中山道)는 우리로 치면 영남대로에 해당되는 가장 중요한 옛 교통로로, 현재의 수도인 도쿄와 지난 시간에 소개한 교토를 동서 간으로 잇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뒤를 이어 일본을 평정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금의 도쿄인 에도에 실질적인 국가통치기구인 막부를 세우면서 에도를 중심으로 한 전국 도보교통망을 새롭게 정비했다. 당시 정비된 교통로 중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전국을 잇는 5대 간선도로(五街·오가도)가 대표적인데, 그중 나카센토는 물동량이 가장 많았다.

# 지역균형 발전을 불러온 참근교대제의 주역

17세기 초 도쿠가와 막부는 지역 다이묘(영주)들의 반란으로 자신들의 정권이 위협받는 것을 막기 위해 대단히 과감한 정책을 펴는데 그중 하나가 ‘참근교대제(参勤交代制·산킨코다이)’다. 이 제도는 전국 260명에 달하는 다이묘들이 1년 주기로 막부가 있는 에도에 와서 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영지로 돌아갈 때는 정실부인과 후계자 아들을 에도에 볼모형태로 상주시키도록 했다.

이러한 정책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부터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자발적으로 찾아온 다이묘들에게 저택을 하사하여 곁에 머물게 했던 것을 의무적으로 제도화 한 것이다. 참근교대제에 따라 다이묘들은 자신의 영지와 에도를 오갈 때 능력에 따라 적게는 100여 명에서 많게는 2천 명 넘는 수행원들을 대동했는데, 왕복 평균 100일 정도가 걸렸단다.


그 많은 사람들이 숙식을 해결하며 오가야했으니 당연히 그에 따른 재정지출이 대단했는데, 그 경비를 모두 영주가 스스로 부담토록 했다. 이렇게 막대한 재정소모가 주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이묘들의 영향력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었고, 다이묘들이 오가던 길의 주변 상권이 발달되어 의도치 않게 일본의 지역 균형발전을 이끄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렇듯 지역 영주들의 힘을 빼는 참근교대제는 도쿠가와 정권을 유지하는데 주효했고, 에도 막부는 무려 265년(1603~1867)에 걸친 장기 집권에 성공한다.



# 역참 다실에서 차 한 잔 드시고 가세요!

나카센토의 총 거리는 534㎞에 달한다. 일본 역시 그중 상당수는 찻길로 바뀐 지 오래되었고, 현재 옛길로 남아서 가장 유명세를 타는 곳이 나가노현의 츠마고마을과 마고메마을을 잇는 약 8㎞ 숲길 구간이다. 두 마을을 잇는 나카센토는 과거에 걷던 옛길이 그대로 보존되었고, 츠마고마을과 마고메마을은 누대에 걸쳐 형성된 역참마을을 전통가옥 거리로 보존하여 지금도 여행자들을 상대로 운영한다. 


작년 겨울, 고풍스런 츠마고마을 거리를 20여명의 일행들과 함께 걸을 때 마을 끝나는 곳에서 한참을 기다린 기억이 있다. 일본 특유의 고풍스런 아기자기함이 거리 곳곳에서 발목을 잡으니 사진촬영을 하느라 상당히 지체된 것이다.


커다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길 구간은 지그재그로 경사를 낮춰 한겨울에도 아이젠과 스패츠만 있으면 걷는데 무리가 없다. 사시사철 걷는 이들이 많아 보행하기 편한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다. 숲길 중간에 간혹 만나는 산촌가옥들도 예스런 전통가옥을 유지하고 있어, 길을 걷는 내내 마치 에도시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길 중간쯤에는 여행객들에게 따듯한 차 한 잔을 대접하는 역참다실(立場茶屋·다테바차야)이 우리네 옛날 목조 방앗간 같은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맞는다. 이곳에서 마을주민이 내오는 따듯한 녹차 한잔은 한겨울의 언 몸은 물론 마음마저 훈훈하게 녹인다. 찻값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고, 기부금 형태로 100~300엔 정도 넣고 간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는 전통복장을 갖춘 동네 할배가 민요까지 불러주며 흥을 돋워 박수를 치며 호응했었다.


숲길에는 종종 ‘곰 조심’이란 푯말과 함께 곰을 쫓으라고 만들어 놓은 쇠종이 살짝 긴장감을 연출한다. 길 후반부에는 일본 100대 명산의 하나인 에나산 조망명소를 만나고, 얼마 못가 길을 마무리하는 마고메마을에 닿는다. 마고메마을의 명물인 구운 찹쌀떡을 잘라 먹으며 한적한 마을을 걸어 내려오면 비로소 나카센토 츠마고마을~마고메마을 구간이 마무리되며, 에도시대로의 걷기여행도 종료된다.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