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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원장님은 정의로운 분이야

Relay Essay 제2197번째

지난 토요일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그 주인공은 예전 직원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저런 안부를 묻는다. 남편, 애들, 특히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 김태희 학교생활, 부모님 얘기와 酒님을 모시는 생활까지… 이야기는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새로운 소식을 전해줬다.
“원장님! 저 얼마 전에 취직했어요.”
“정말? 잘했네. 좋은 재능을 썩히고 있는 것은 아깝지.”
취업배경과 상황을 이어서 얘기하다가 잠시 말이 끊기는가 싶더니… 이 친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원장님….”

야가 뭔 얘기를 하려고 갑자기 분위기를 잡는다냐. 이런 애가 아닌데… 여러 생각이 스친다. 셋째 생긴 것을 말하려는 데 무안해서 그러나, 아니면 전주로 귀향한다는 얘긴가… 혹시나 안 좋은 얘기는 아니겠지.

“정말 감사드려요.”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과 떨림이 전해온다.
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어색하다.
“새로운 곳에 취직하면서 꼭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약간 당황) 그래, 고맙네~”
“나이가 들어 일하려니 힘들어요. 체력이 달려요. 호호~”
금세 목소리가 밝아진다. 예전에 내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던 순댕이가 아니다.
흐흐~ ‘그래 이제 꽃처녀는 아니지.’
“근데요, 원장님. 오래 쉬었지만, 大푸른치과에서 잘 배웠기에 여기서 에이스로 평가받고 있어요.”
“아니지, 예전에도 에이스였지”
“하하하~ 그랬나요? 아녔잖아요”
(잠시 또 침묵) “앞으로도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살게요.”

그날 표정 관리가 안 되었다.
그 친구는 졸업 후 푸른치과에서만 근무(총 8년 정도)했었기에 이번에 생애 두 번째 직장을 들어간 것이다. 중간에 육아로 쉬다가도 다시 복귀해 근무했었고, 재작년에 남편 직장 따라 경기도로 갔다.

그녀는 여고생 시절에 전북대 치과병원에서 교정치료를 받았다. 마침 치료를 시작한 그 시기가 교정과 인턴이 처음으로 환자를 받을 때였다. 당시 배정된 주치의는 이춘봉 선생. 그 친구 가족은 모두가 기뻐했다고 한다. 운 좋게 과장님이 봐주는 걸로 생각했으니까….

치과를 자주 다니며 정이 들었는지 그녀는 치위생과로 진학했다.
2002년 그녀가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아니 국가고시 발표가 나기도 전에 그녀는 우리치과에 무면접 특채되었다. 당시 푸른치과 비선실세였던 이춘봉 선생이 꽂은 것이다.ㅎㅎ

그 친구는 치위과생사 선배 두 명이 있는 곳에 들어와 막내로서 잘 따르며 일을 배웠다.

입사하고 몇 달 지나 졸업동기 치과위생사 친구를 만났을 때 일이다. 조세열치과를 다니는 친구가 “우리 원장님은 전주시치과의사회 회장님이여” 자랑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뭔가 말을 해야겠는데 얼른 떠오르지 않더란다. 하긴 쥐뿔도 없는 원장이다 보니…ㅋ 그래도 생각해 한마디를 날렸단다. “우리 원장님은 정의로운 분이여~”

그로부터 1년이 지나 그녀와 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선배 직원 두 명이 근속 5년을 맞이해 뭔가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내 아내가 MBC에 글을 응모한 것이 당첨되어 제주도 2박3일 여행권 2매를 받아온 것이다. 그 여행권으로 직원 두 명을 여행 보내고, 둘이서 3일 동안 진료했다. 당시 환자를 30명 이상 봤던 시절이었는데,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녀는 흔쾌히 선배들을 보내자는데 동의하였고, 불평 하나 없이 너무 열심히 일했다.

그녀가 5년 근속이 되었을 때, 여행선물을 생각했다. 게다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던 선배들도 계속 그대로 있었기에 치과 직원 모두에게 큰 선물을 주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일본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여행은 보통의 패키지여행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치과를 다녔던 노부부환자가 있었는데, 일본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부탁해(貴人들이 가니 잘 대접해라) 우리는 일본 가정집에서 머물며 융숭한 대접과 함께 특이한 경험을 하였다. 매우 특별한 여행이었다.

“어디서든 최선을 다할게요. 잘 가르쳐준 원장님 생각해서라도…”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다. 22살 막내는 어느덧 이제 두 아이의 엄마,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었다.
나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현했지만, 사실은 내가 더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통화를 마치면서 ‘정의롭게’ 보였던 때의 나를, 그 초심을 계속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기탁 푸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