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밤에 불을 환하게 밝힌 곳들이 한 두 군데씩 늘어가는데 느끼셨습니까?

요즘 가장 많이 생기고 있는 업종 중의 하나가 바로 인형뽑기 가게입니다. 최근 1년 동안 그 수가 15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인형이 들어있는 투명한 유리박스를 가진 기계들이 있고 밖에서도 눈에 잘 뜨이도록 조명은 무척이나 밝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형 뽑기방에 경찰이 출동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5일 밤 대전 서구의 한 인형 뽑기방에 20대 남성 2명이 들어와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는데 성공했으며 다음날 출근해서 인형 뽑기 기계가 텅 빈 것을 알게 된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가게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들이 게임 하는 모습을 확인했는데 돈을 넣고 게임을 작동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높은 확률로 인형을 뽑았다고 합니다. 조사해보니 조이스틱을 특정한 방식으로 조작하면 내부의 프로그램을 바꿔 집게의 힘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일종의 해킹을 한 것입니다. 조사를 해보니 인형 뽑기 기계는 제작할 때 이미 집게의 힘이 강해지는 빈도가 확률적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기술이나 요령으로 인형을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확률에 의해 인형을 가져갈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일종의 도박인 것입니다.

이 인형 뽑기는 원래 일본에서 시작된 것인데 일본에서 제작되어 현재 사용중인 기계는 일정 기본확률을 보장하도록 제작되었지만 국내의 기계들은 그 확률을 아주 낮게 조작해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작된 확률의 기계가 가진 프로그램을 다시 조작하여 확률을 높게 만든 사람은 유죄일까요?  

눈에 잘 띄도록 큰 간판을 달고 버스와 지하철역에 광고를 하고 있으며 인터넷 상에서도 수많은 광고를 하고 있는 수많은 치과들이 있습니다. 임플란트와 교정치료에 대해 낮은 치료비를 강조하면서도 높은 의료의 질과 차별화된 시설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치과의사 한 명이 하루 동안 진료할 수 있는 적정한 환자의 숫자는 과연 몇 명일까요?

지난 주 필리핀에 강의를 하러 다녀왔습니다. 몇 군데의 치과를 방문했고 필리핀 현지의 치과의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루에 환자를 몇 명이나 보는가 라는 질문에 그들의 대답은 놀랍게도 유럽의 치과의사들과 대답이 같았습니다. '15명 정도를 보는 것 같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개인치과의 원장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몇 명의 환자를 보고 있을까요? 낮은 치료비 등을 앞세워 과대광고를 하는 치과들은 하루에 몇 명의 환자를 볼까요? 치과에서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의 숫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라면 그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미 확률이 조작된 인형 뽑기 기계처럼 소프트웨어의 조작이 일어난 상태가 아닐까요? 치과의사가 해야 할 일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수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피해는 인형 뽑기방에서 천 원짜리를 계속 집어넣고 있는 소비자, 즉 환자가 고스란히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우롱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비자들로부터 기본확률을 보장하고 있는 기계를 사용하는 주인 역시 버림받을 것입니다. 인형뽑기 업계는 확률을 조작하여 수입을 늘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확률의 빈도가 많고 적음이지 모두가 조작된 확률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치과는 어떤가요? 지금 진료실을 둘러보십시오. 유니트 체어 앞에 도대체 누가 앉아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빈도와 정도가 다를 뿐이지 우리 치과 진료실에서도 불법위임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가요? 지금 되돌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가 함께 같은 나락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