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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춘 기

Relay Essay 제2199번째

대부분의 남자가 그렇겠지만 마트나 백화점은 그리 구미가 당기는 장소는 아니다.

아내 손에 이끌려 마트를 돌아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려고 돌아다닌 시간이 4시간째를 넘어간다.

“딱 한곳만… 딱 한곳만” 이라고 아내가 외친 것이 대략 10번? 몸 곳곳에서 이 곳을 빨리 떠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라고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아내는 아직 마지막 쇼핑을 마치지 않은 상태.
이미 4시간 지나가고 있는 시각이라 앞으로의 시간 따위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선물을 하려 어린이옷을 고르고 있는데 30대 어머니로 보이는 분과 5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 어린이가 보였다.

남자 애는 뭔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였고, 엄마는 거의 맥이 빠져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대략 대화를 옆에서 들어 보니 집에 있는 비슷한 종류의 장난감을 아이가 골랐고 엄마는 집에 있으니 나중에 사준다는 게 줄거리. 초등학교 쯤 가야 대화가 통하겠지만 경험상 5살 난 어린이한테는 아직 그런 이해가 통하지 않는 것이 보통. 만약 아니라면 매우 성숙한 5살배기이거나.

둘이 냉랭한 분위기 조성된 지 오래된 것 같다. 뭐 대략 이런 스토리의 결말은 뻔하다. 엄마가 아들의 또 다른 좋은 장난감으로 흥정을 나서면 거의 100% 관계회복.

이런 상황을 보니 이제 사춘기에 들어선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생각난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어린이의 모습이였는데 요즘은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말수가 많이 줄었다.

아내가 막내아들과의 대화를 몇일 전에 들려줬다. “엄마 나 사춘기 시작된 거 같아. 자꾸 짜증이 나요” 고등학교 다니는 큰 애가 있어서 사춘기 시작 시기를 대충알고, 또 어떤 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아는 나와 아내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또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위로를 하지만  몇 달 전만 해도 내 옆에서 조잘 거리던 모습이 영 아련하고 아쉽다.

그러면서도 나야 그리 혹독한 사춘기를 지내지 않고 그만 그만하게 지나갔지만 막내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어떻게 지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막내아들한테 아직 얘기를 하지 못했지만 지면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좀 해야겠다.

“아들아! 세상의 어떤 누구든 사춘기라는 시기를 지나기 마련이란다. 그 파도의 크기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지만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바란다. 혹독한 파도일 경우 아빠와 엄마가 반드시 우리 아들을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을 할 것이니 걱정 말고 인생이라는 큰 대양을 치고 나가기 위한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임용호 푸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