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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면접 잘 보셨습니까?

시론

원장님, 면접 잘 보셨습니까?
2월은 새로이 배출되거나 이직을 하는 치과위생사들이 쏟아지는 구인, 구직 시즌이었습니다. 수많은 치과들이 구인 공고를 걸었고, 역시 수많은 치과위생사들이 구직 지원서를 내고 원장과 면접을 봤을 겁니다. 과연 위의 질문은 면접을 잘 했냐는 뜻일까요, 면접을 잘 당했냐는 뜻일까요? 어떻게 읽혀 지시는 가요?

슬프게도 저는 면접을 잘 못 보았습니다. 저희 치과에 취업을 희망했던 지원자분들에게 저희 치과의 장점과 희망적인 메시지를 열심히 전달했지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지난 한 달간 신규 직원 채용에 실패하였습니다. 저의 면접이 실패한 겁니다. 결국 인터넷 구인 광고 사이트에 돈만 기부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큰 맘 먹고 투자를 한다고 컬러 강조 옵션에 2만원 가까이 추가로 썼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나은 편입니다. 구인 광고를 내고 일주일에 몇 명씩은 계속 면접을 보러 오기 때문에 머지 않아 구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저에게 위로가 되는 제 주변 원장님들은 위치가 안 좋고 교통이 불편하다거나, 지역 자체가 거주 치과위생사가 적거나 하는 등의 여러 이유로 구인 광고만 몇 달째 내고 면접 한번 보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마치 마을에 처녀가 없어 장가 못 가는 시골 노총각을 보는 느낌이랄지, 애처롭고 안됐으면서도 나는 그래도 서울 노총각이다 하는 자만심에 위로가 된다면 너무 잔인할까요? 반대로 강남 대형 치과 원장님은 대기업에서 신입 사원 뽑듯, 수십 명을 줄 세워 면접 본 경험담을 자랑하며 저에게 박탈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제 곧 선거가 다가옵니다. 첫 직선제 선거이기 때문에 개원가의 유권자들을 배려한 공약들이 눈에 띕니다. 세 후보 모두 개원을 하고 있는 현직 원장님들이라서 개원가의 고충을 잘 알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갑니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잘 읽었는지 세 후보는 동시에 ‘치과보조인력난 해소’ 공약을 꺼내 들었습니다. 후보마다 세부적인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보면 치과위생사 배출 증대와 치과의사 수 축소, 치과조무사의 업무 영역 확대를 해결방안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치과조무사의 치과 내 업무 영역 확대입니다. 현재 치과 내에서 영역이 매우 한정되어 있는 조무사에게 치과진료 관련 업무를 조금만 개방해 준다면 조무사 채용으로 잠시나마 인력의 목마름을 달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치과위생사의 고유 영역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은 근본적으로 치과의사 수와 치과위생사 수의 비율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한해 졸업하는 치과위생사의 수가 적지는 않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치과의사 800명 졸업에 치과위생사는 5000명 이상 배출이 되고 있는 상황이니 치과의사 대비 배출 수가 적지 않다는 치과위생사협 측의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지방 대학들을 중심으로 치위생과가 급격히 늘면서 졸업생 수가 크게 늘어난 것도 수년 후 인력 과잉을 우려하는 요소인 듯 합니다. 하지만 치과위생사 직종 종사자가 대부분 여성이고 여느 직종이 그렇듯 결혼과 출산이라는 현실의 벽을 만나면 대부분의 인력이 치과계를 떠난다는 점과 좀 더 나은 대우를 찾아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졸업자 수가 많다는 점이 인력난을 고착화 하고 있습니다. 치과위생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복지로 유휴인력을 줄일 수 있겠지만, 최근 개원가의 경영난으로 인해 그럴 여력이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반면 치과의사는 은퇴없이 고령에도 활동할 수 있고, 여성 치과의사의 결혼과 출산 후에도 복직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기 때문에 활동 치과의사 수는 좀처럼 감소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으로 치협에서 파악한 현직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 수는 23,689명이며, 치과위생사는 28,674명입니다. ‘1:1.2’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이 수치를 보고 놀라거나 이해가 안되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보다는 낮지만 치과위생사협에서 주장하는 비율도 ‘1:2’가 채 안됩니다. 보통 소형 치과에서 원장님 1인과 직원 3명이 근무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전국의 많은 치과들이 치과위생사가 없이 또는 치과위생사, 조무사가 섞인 형태로 진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어떤 치과에서는 조무사가 치과위생사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치과나 원장님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한 상황에서 대안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명찰 패용 의무화’라는 법이 시행되어 개원 원장들의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1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얻긴 했지만, 치과위생사 구인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조무사를 채용하고 운영을 하는 소형 의원의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보조인력난 해소에는 무관심하면서 치과의사들을 옥죄는 각종 규제와 법안에만 신경 쓰는 어떤 분들에게 서운할 뿐입니다.

여태껏 치협 역시 손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님을 잘 알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휴인력활성화 방안, 치과관리사 양성, 치위생과 지역할당제 등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아직 효과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한 듯 보입니다.

선출될 새로운 회장님이 개원의로서 경험을 밑거름으로, 치과의사들의 고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약이 공약이 되지 않도록 이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기를 진심으로 갈망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강희
연세해담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