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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렘

스펙트럼

얼마전 케이블 TV에서 하는 대만 영화 한 편을 봤다.

전에도 본 영화였는데 제목은 ‘나의 소녀시대’.

고등학생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 하다가 서로 좋아하고 서로를 위해 양보의 미덕(?)을 보인다는 진부한 스토리였다.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방황을 하게 되는 일진 남 주인공, 연예인(유덕화)을 좋아해서 그의 부인이 되는 게 꿈인 여 주인공.

과거뿐만 아니라 요즘도 있을 법한 평범한 주인공들의 모습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보게 된 영화였다.

몇 년 전 국내 영화에도 ‘건축학 개론’이라는 비슷한 영화가 있었다.
치과의사들 사이트에서도 몇 개월간 회자되었던 영화였다.
남자들끼리 내린 주제나 결론은 ‘나만 바보짓 한 것 아니었구나…’라는 것.

나 역시 이 두 영화를 볼 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봤다.

어느 날인가부터 영화나 드라마들이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보다는 과거를 배경으로 제작한 것들이 늘어났다.

최근에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 슬립이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과거를 반영하고 있다.
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과거에 붙잡혀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이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란 방증이다.

요즘 어딘들 어렵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매일 매일이 반복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느 순간 설렘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린 것 같다.

학창 시절 매년 3월에는 학기가 시작된다는 두려움과 함께 새로운 만남들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학부 때는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 대한 셀렘이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재미있는 애들이 들어올까? 동아리에는 어떤 후배들이 들어올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자 선배들은 잘 생긴 남자 후배 들어왔다고 남자 선배들은 이쁜 여자 후배들어 왔다고 새로운 만남에 설렘을 가졌던 것 같다.

졸업 16년차. 이제 나에게 3월이란 그저 봄의 시작으로 밖에 안 느껴진다.

치과 안에서 새로운 만남은 신환이라는 다른 단어로 다가왔고 이 만남은 치과의사이자 병원을 유지해야하는 개원의로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몇 년간 이런 루틴은 희로애락의 폭을 줄여 놓았다.

이번 주말 직원들하고 워크숍을 간다.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3년 전부터 미뤄왔던 해외 워크숍인데 직원들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셀렘으로 붕 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설렘으로 붕 떠 있었던 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병원 문도 닫고 돈도 많이 들지만 미소도 지을수 있었고 누군가에겐 설렘도 준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다.

내가 설렘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설렘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설레는 3월이다. 누군가에게 설렘을 주도록 해보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균 페리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