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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매와 같은 날카로운 눈이 필요하다

양영태의 시사평론

치과계가 직선제를 처음 도입하고 나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과거 명분위주의 제도적 정책 위주 공약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번 세 후보는 회원 중심의 공약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진작에 직선제 할 것을 그랬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과거 대의원들만 잘 대접(?)하면 표를 얻었던 것이 이제는 회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다보니 다양한 선거전략이 나오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포지셔닝 전략으로 보인다. 포지셔닝은 마케팅에서 있어서 성공의 핵심이다.

마케팅의 거장인 잭 트라우트(jack Trout)가 앨 리스(Al Ries)와 함께 최초로 대중화시킨 이 용어의 의미는 간단히 말해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자사제품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이윤을 극대화 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정치가는 이번에 미국 대통령으로 뽑힌 트럼프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다수의 백인 보수 노동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은 것이 주효했다. 미국 우선주의, 고용창출, 처우 개선이란 포지셔닝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치과계 선거도 일종의 정치적 유형이다 보니 이러한 전략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1만 3천여명의 유권자들 가운데는 겉으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마음에 어떤 포지셔닝을 할 것인가. 이번 선거에서 그것은 바로 돈과 경영개선책으로 대표되는 것 같다.

한 후보는 고질적인 문제지만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보조인력난 해소를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나섰고 또 다른 후보는 일찌감치 회비 10% 인하를 내세웠다. 또 다른 후보는 비슷한 시기에 맞불 놓듯이 협회장 보수 반납카드를 들고 나섰다. 돈으로 자기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것이 어떨지 하는 노파심이 들기는 하지만 그건 그 후보들의 선택이다.

아무튼 누가 성공할지는 며칠 후에 결정난다. 그러나 우리가 후보들의 포지셔닝 전략에 휘둘리지 않고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이들 후보들이 갈등과 분열을 통해 협회장이 되려는지 여부다. 그리고 이들의 거짓 공약과 거짓 발언 여부다.

우리는 치졸한 행마를 보이는 인물을 경계해야 한다. 치과계 선거 공약이라는 것이 정치권처럼 보수 진보로 나눌만큼 큰 이념적 차이가 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계에 ‘적폐’라는 단어를 쉽게 내던지고 또한  이러저러한 투쟁적 용어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협회장 자리는 정치권처럼 권력의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치과를 폐업하고 협회장에 나서야 하는 명예로운 가시밭길이다. 그런 치과계에 느닷없이 '적폐청산'에 이어 ‘잃어버린 3년’이라든지 ‘정부의 심부름꾼’이라든지 하는 험악한 말로 표심을 자극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 포지셔닝 전략인지 모르지만 치과의사답지 않고 또한 지성인답지도 않게 느껴진다.

저마다 회원을 하늘같이, 주인같이 섬기겠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그 자리를 권력의 자리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몹시 궁금하다.

또 하나는 공약과 거짓발언의 문제다.

정치계에서 우스개 얘기가 있다. “강이 없어도 다리를 놓는다고 말하라, 거짓말은 대중이 확인할 길이 없으니 큰 거짓말을 하라, 전리품은 승자의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얄팍한 정치인의 심리를 꼬집는 말이다.

이는 과도한 공약 남발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법으로 처벌할 규정이 없으니 오로지 유권자의 날카로운 판단만이 그러한 행태를 처벌할 수 있다. 권력을 탐할수록 그러한 증상은 많아지기 마련이다. 일단 되고 보자는 심리가 양심위에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유권자의 몫이다. 어느 후보가 어느 공약을 했는지 그것이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인지 구호성 공약인지, 선심성 공약인지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매와 같은 매서운 눈으로 후보들의 면면을 제대로 꿰뚫어 봐야한다.

여기에 하나 더, 사실 세 후보 모두 공약이 비슷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을 살필 필요가 있다. 후보들의 자질이다. 우리 치과계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지, 그럴 능력은 있는지, 무작정 말만 앞세우는 것은 없는지 따져야 한다. 적어도 우리를 대표하는 협회장이기에 학연, 지연 등을 이유로 적당히 소중한 자신의 한 표를 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후보들의 거짓과 비방, 그리고 후보 자신의 도덕성을 유권자는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상황과 장소에 따라 종전에 한 말을 슬쩍 바꾸는 것은 거짓 리더다. 포플리즘 공약이나 과거의 공적인 행적에 불투명한 일들이 있었다면 경계해야 한다. 특히 재정과 관련된 일들에 대한 불명확성은 후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우리는 지금 말을 그럴듯하게 거짓으로 꾸미는 인물을 뽑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학연을 결코 따지지 말자! 지연을 결코 따지지 말자!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출신을 결코 따지지 말자!
후보자의 인품과 리더십을 매와 같은 눈으로 날카롭게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