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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禍)와 복(福)은 동시에 찾아옵니다

시론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됩니다.
원하는 대로 되기도 하고 원치 않는 일들이 찾아옵니다. 원하는 대로 되면 좋아하고 그렇지 못하면 힘들거나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도 슬퍼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양상으로 바뀌어 갑니다.
같은 형태로 계속 지속되질 않습니다. 한 가지 성질이 극에 달하면 다른 성질로 변해갑니다. 밤이 깊어지면 새벽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해가는 양상속에서 행복하게 살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누구든지 크건 작건간에 무엇인가 바라고 그것을 가지면 잠시적으로 만족을 하지만 또 다른 것을 원하며 끊임없이 추구하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그것을 복(福)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그 복이라는 것이 그 사람한테 항상 유리하게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변해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추위가 심해지기 시작하는 동짓날부터 땅속에서 따뜻한 양기운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겉모습이 매우 추워지기에 사람들은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내가 복(福)이 왔다고 만족하는 시간에 화(禍)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시작을 알지 못하고 화의 기운이 무르익어 나타났을 때 비로소 당황하게 되고 힘들어 합니다.

돈이나 권력이나 힘을 갖게 되면 사람들은 누구든지 그것을 자기 성질만큼 휘두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힘을 마음껏 휘두를 때 그 속에는 그것을 파괴하는 다른 기운들이 본인도 모르게 자라기 시작합니다. 내가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는 것이 크면 클수록 그 시기는 앞당겨집니다.

누구든지 욕심대로 힘을 휘두를 수 있을 때 겸손해지고 그 힘을 조절하기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다른 기운이 찾아올 것에 대비하여 미리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현명한 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꿀이 바닥에 있을 때 수많은 개미들이 그것을 먹기 위해 새까맣게 몰려옵니다. 그리고 꿀 속에 빠져 정신없이 꿀을 먹지만 개미는 그 자리가 본인의 죽음의 자리인지 알지 못합니다. 꿀의 끈적거림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자신이 성공하거나 힘을 가졌을 때 그것을 탐닉하기 바쁘기 때문에 무엇이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자신의 성공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과 동시에 질투와 공격의 대상입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만족스러움은 커지지만 그 위험의 크기도 같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그 위험의 크기가 커가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항상 시야가 위를 보게 되있어 밑을 보질 않습니다. 그래서 올라올수록 낭떠러지가 깊어지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산이 높으면 자연스레 계곡이 깊어지는 것을 아는 것은 다른 사람일 때는 잘 알 수 있으나 본인일 때는 보이지 않습니다. 옆에서 얘기해도 들리질 않습니다.

잔뜩 차려진 맛있는 뷔페에서 몸에 좋도록 적당히 먹고 중간에서 그만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맛있다는 것이 오히려 몸의 독소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치 않는 결과가 왔을 때 화(禍), 불행이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속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힘들다고 했을 때 그 속에는 앞으로 복이 올 기운이 자랄 수 있지만 그것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습니다.

시험을 쳐서 만점을 받았을 때 누구든지 기분이 좋고 즐기지만 본인이 무엇이 약점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틀린 것이 없어서 잠재해 있는 약점이 드러나지 않아 나중에 어떤 원인을 제공할지 알지 못합니다.

틀렸을 때는 본인의 약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약점을 보완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복이 되는 기회이지만 사람들은 낙담과 실망감에 그 기회를 살리질 못합니다. 그래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든지 여러 가지 형태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 변화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을 합니다.

변화는 내가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오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흡수하고 받아들이냐는 것입니다.

변화는 수 없는 원인들의 조건의 성숙으로 인해서 나타납니다. 내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나에게 나타나는 행과 불행은 나타날만해서 나타납니다. 내가 오직 해볼 수 있는 것은 복이라고 하는 것이 나타났을 때 그것이 지나가는 과정임을 알아 들뜨지 않고 차분히 대처해야 하고, 화가 닥쳤을 때도 그 안에 숨어있는 반전의 기회를 잘 인지하여 행동하면 화와 복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변화에 따라서 때에 맞춰 알맞게 행동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때가 되면 그렇게 해야 복이 되고, 물러날 때가 되어 조용히 있어야 되면 또 그렇게 해야 복이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화가 돼서 돌아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나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을 모르고(知進而不知退) 얻을 줄만 알고 내려놓을 줄을 모르면(知得而不知喪) 남는 것은 분노와 회한 뿐입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변화에 순응하기가 어렵게 되고 화와 복을 구별하지 못해 고독과 후회로 인생을 살 수 밖에 없으니 나타나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길이 행복한 여로로 가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관 한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