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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발치만 해도 먹고 살만 합니다”

이색 치과를 찾아서 - 나에게 맞는 치과 콘셉트는?
①김항진 원장 (사랑이아프니치과의원)

개원 준비 시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치과의 ‘콘셉트(concept)’일 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개원 환경이 어려울 때는 기존 치과와의 차별화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지는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 독특한 콘셉트의 ‘이색(異色) 치과’를 소개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치과 개원을 꿈꾸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참고할만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편집자 주>.

김항진 원장(사랑이아프니치과의원)이 사랑니 발치만 하는 치과를 개원하기로 마음먹은 동기는 단순했다. 자신이 가장 재밌어하고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물었을 때 떠오른 답이 ‘발치’였단다.

“일반 치과 개원을 한 번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 레진이 굉장히 하기 싫더군요(웃음). 그래서 내가 재밌어하고 잘하는 걸 가지고 해볼 수 있는 게 뭐 없을까 생각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을 살려서 개원할까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2013년 9월 1일, 사랑니 발치만 하는 치과를 개원하게 됐습니다.”

‘사랑이 아프니 치과’는 서울 강남역 부근 뒷골목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인터넷, 지인 소개, 타 치과의 리퍼를 통한 비율이 각각 3분의 1씩 차지한다. 그는 하루 15명 내외의 환자를 예약제로 받는데 사랑니 발치 외에는 스케일링 정도만 한다.

# 스트레스 적고, 시간 활용 이점

이처럼 사랑니 발치만 하는 치과 운영이 갖는 장점은 뭘까. 그는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제가 생각하는 장점은 우선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입니다. 또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것도 들 수 있겠네요. 환자를 100% 예약제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삶의 질은 아무래도 높은 것 같습니다.” 사랑니 발치만 했을 때 스트레스가 적은 이유는 다른 진료와 달리 ‘회복’에 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치과 매출은 어떨까. 기자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그는 “열심히만 하면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을 만큼은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월~금까지 진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니 발치는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든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언제 은퇴할는지 알 수 없지만, 은퇴할 때까지 계속 사랑니 발치만 하고 싶어요. 개수를 줄여서라도. 그러려면 체력 관리를 해야 하는데, 꾸준히 운동하는 게 쉽지 않네요(웃음).”

아직까지 김 원장의 뒤를 이어 사랑니 발치만 하는 치과를 개원한 치과의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돈보다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사랑니 발치만 하는 치과’가 충분히 시도할만한 치과 콘셉트라고 강조한다. “아직 아무도 없는 걸 보면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수익적인 부분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콘셉트의 치과, 권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차별화해야

특히 그는 신규 개원 시 치과 콘셉트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같이 어려운 개원 환경 속에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 생각에는 콘셉트가 없으면 차별화가 안 돼서 어려울 것으로 생각돼요. 물론 다른 무기가 있어서 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도 개원해봐서 아는데 굉장히 힘듭니다. 차별화가 되고 나면,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죠.”

김 원장은 치과 콘셉트를 정할 때 무엇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재밌게 할 수 있는 진료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기존 개원 패러다임을 그대로 답습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고도 했다.
“저는 제가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처음 이 길을 갔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어떤 장점이 있었습니다. 아무 길이나 가선 안 되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을 한번 파보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만족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미리 ‘안 된다’고 생각지 말고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보는 도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 원장은 발치가 재밌어서 열심히 했고 계속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잘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재밌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 돈 되는 것에 집중하지만, 그 시장은 금방 레드오션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차별화할 수 있다면, 좀 더 행복한 치과의사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