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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공간(functional space)

스펙트럼

기능을 위해서 필요한 공간을 기능공간(functional space)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저작과 발성을 위해서 필요한 악간거리(freeway space), 원활한 호흡을 위한 기도공간(airway space), 건강한 턱관절을 위해 필수적인 관절 공간(joint space)등이 악안면 영역에서의 기능공간의 좋은 예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치과의사는 알게 모르게 악안면과 관련된 기능공간들을 변화시키고 그 공간들을 재배치하는데 중차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능 공간의 개념을 잘 이해하면 악안면 구조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심한 총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발치하는 것은 치아배열은 가지런해 지지만 혀를 위한 기능공간은 침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치아가 닳아도 시리지만 않으면 기능에 문제가 없다고 예단하기 보다는, 치아가 닳아서 수직고경이 낮아지면 악관절이 후상방으로 밀리면서 악관절의 기능공간이 무너지게 되리라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교정후의 재발은 안정되지 못한 기능공간을 다시 재구성하려는 혀나 아래턱의 보상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은 상악이 좁아서 혀가 저위(밑으로 위치되는 것)되거나 하악이 후퇴되어 기도라는 기능공간이 좁아져서 생긴 것일 뿐입니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적절한 거리(기능공간)가 떨어져 있지 않다면 지구의 고유한 기능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지구가 조금만 더 태양에 가까워지거나 살짝만 더 태양에서 멀어진다면, 지구가 가진 수많은 기능들은 크게 훼손되거나 사라지게 될 것은 너무나 확실합니다. 마찬가지로 악안면 구조도 최적의 기능공간이 확보되었을 때에만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악안면 구조가 치아라는 경조직을 중심으로 저작, 호흡, 발성 등의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치아의 배열과 상하악의 관계를 통해서 수직적 수평적인 기능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치과의사가 얼마나 큰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치과대학을 막 나온 치과의사들은 면허증은 있지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능공간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페이닥터의 자리는 부족하고 급여는 떨어지고 개원을 바로 하자니 두려움만 앞서게 되는 형국입니다. 치과계의 미래인 새내기 치과의사들을 위해서 선배 치과의사들은 치과계의 무너진 기능공간을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치아나 잇몸의 질환만을 다루는 치과의사가 아니라 치아를 통해서 구강주변의 핵심적인 기능공간을 다루는 의사로서 역할을 확대하며 자리매김 해야 합니다. 치과의사는 악궁의 모양과 공간을 만드는 arch maker이며, 교합평면을 재배치하는 occlusion establisher이기도 하고 악안면 주위의 기능공간을 창조해내는 space creator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과의사가 딱딱한 치아라는 경조직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부드러운 기능공간을 책임지는 의사로 발돋움할 때, 후배 치과의사들이 어깨를 펴고 활동할 기능공간도 덩달아 확보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진부한 말이 우리 치과계에서 기능공간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말로 새롭게 이해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칠까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옥용주 내이처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