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4월의 추천도서-낯설게 하기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마르셀 듀상의 ‘샘(Fountain)’이라는 미술작품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변기’입니다. 초기 오리지널 작품은 사진 이외에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청소부가 치웠겠죠. 후에 다시 전시할 때에도 혹시 관람객이 오줌을 눌까봐 뒤집어 놓았다고 합니다.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것을 미술관에 전시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지만 그 당시 미술계에 끼친 영향은 컸습니다.

설치미술과 행위예술 등이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원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한 사물이 놓여있는 위치가 달라져 원래 기능을 전도시킨 이런 상황을 미술품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겼습니다. 러시아의 형식주의자 빅토르 보리소비치 시클롭스키(Viktor Borisovich Shklovsky)가 제기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란 이론도 사물에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즉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묘사할 때 친숙하거나 새롭지 않은 언어, 사물, 관념, 상황을 두드러지게 돋보이게 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종의 ‘낯설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것을 보는 시각을 달리해 주는 이런 ‘낯설기’는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한가지입니다.

이런 ‘낯설게 하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여행입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고 무척 낯선 느낌을 받으신다면, 바로 그 순간이 여러분의 창의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좀 낯선 책을 집어보세요.

비즈니스와 예술은 통한다?
이젠 예술이 밥 먹여주는 시대

『화가의 통찰법』 북스톤, 2017
비즈니스와 예술이 지향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주지 못하는 놀라움을 선사해야 합니다. 이 책은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통찰력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접목을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겼습니다. 서양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화가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 대부분 파블로 피카소의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피카소가 가지는 미술사적인 의미가 크고 그가 가졌던 통찰력을 비즈니스에 끌어들이는 노력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전 이성적인 사고만이 기업을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성과 감성, 예술적 통찰력을 함께 접목시켜야 합니다. 예술이 무슨 밥먹여 주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는 예술이 밥먹여줄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실상은 어떨까?
20여개국 출간 화제의 소설

『고발』 다산책방, 2017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 책은 이미 2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훤히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는 현실감 강한 이 단편소설은 북한에 대한 그 어떤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이라도 한번은 읽어봐야 할 내용입니다. 소설이 소설로 보이지 않고 마치 써 놓은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이겠죠. 가슴 아프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는 것은 이래저래 우리는 아직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립된 사회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에 대한 자유가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우리는 대부분 군사적인 문제들만 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들은 쉽게 접할 수 없습니다. 북한 밖이 아닌 북한 속에서 쓴 책이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왜 페미니즘 책은
계속 쓰이고 읽혀질까요?

『잠깐 애덤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부키, 2017
페미니즘은 늘 경제학의 문제였고, 지금도 돈의 문제라는 시각으로 풀어내는 페미니스트의 유쾌한 경제학 강의책입니다. 사회를 경제학의 논리로만 보는 남성의 시각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그리고 거기에서 얼마나 여성이 소외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국부론의 애덤스미스와 그 어머니를 소환시키는 작가의 기발함. 여성의 해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궁극에는 남녀 모두가 해방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책을 읽고 있으면 옆에서 묻습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나봐요?” 그 얘기는 왜 페미니즘 책을 읽고 있느냐는 반문처럼 들렸습니다. 사실 제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런 책이 왜 계속 쓰이고 읽히냐는 겁니다. 분명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 봤을 때 흔히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요구들, 심지어 과격한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들조차 별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여성은 차별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죠.

물론 남성의 역차별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것을 논하기에는 아직 페미니스트들이 해결할 문제가 더 많아 보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남성분들이나 여성임에도 관심 없어 하신다면 관련된 책 몇 가지를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빨래하는 페니미즘>, <나쁜 페미니스트> 정도의 책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