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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라는 직업

Relay Essay 제2209번째

얼마 전 제 모교의 2017년 신입생 선발에서 일차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은 미달사태가 발생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이야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치과 대학의 인기가 많이 줄었다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찰되어 왔다고 들었습니다. 치과 대학이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과가 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제 주변에 물어보아도 치과의사가 직업으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문 듯 합니다. 본인은 그럭저럭 만족하고 산다는 친구들도 자식을 치과의사 시키기는 싫다고 합니다. 저희 때에는 부모가 치과의사인 친구들이 꽤 있는데 그에 비하면 치과의사로 살기가 분명 어려워진 거 같습니다.

치과의사가 직업으로서 좋지 못한 이유를 물어 보면 대체로 대답은 비슷합니다. 치과의사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빡빡한 개원 환경을 그 이유로 제일 많이 듭니다. 주변에 치과가 워낙 많고, 저수가와 과잉경쟁 등으로 인해 동네 치과의사로 살아 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치료를 하는 의사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개인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듭니다. 진료를 마치면 세무, 회계, 노무 등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특히 구인난이 심한 요즘은 직원 관리 등이 제일 힘들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즉 요즘 치과의사는 진료도 경영도 본인이 몸으로 다 때워야 하니 힘든데, 그에 반해 돌아오는 이득은 적고, 심지어는 망하기도 하니 직업으로서 치과의사가 매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예과 97학번으로 2003년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었습니다. 치과의사로 산지 횟수로 14년째입니다. 졸업 이후 구강악안면외과를 수련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임상강사를 1년 하고, 이후에는 개원가에서 양악수술을 하는 봉직의로 있었습니다. 이번에 뜻이 맡는 원장과 함께 구강악안면외과병원으로 개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치과의사로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도 본인의 적성에 맞다면 치과 대학을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아직 개원을 안 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우선 직업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직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 수익을 얻습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쌀도 사고 옷도 사고 하며 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직업은 자아실현의 통로가 되기도 하고, 분업화 사회에서 사회 참여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직업의 여러 의미 중 마지막으로 나온 사회참여의 수단으로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원가의 상황이 녹록지 않고, 진료와 경영이라는 두가지 짐을 오롯이 원장 혼자 져야 하는 현실은 어렵지만, 그래도 아파하는 환자들을 치료해 주고, 그를 통해 얻은 이익을 통해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하는 점에서는 치과의사가 좋습니다. 현실이 팍팍해서 잘해주고도 욕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정성껏 치료해주면 고맙다고 인사하는 환자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 전했을 때, 다른 서비스직의 직업군들이 친절했을 때보다 더 고마워해주는 부분도 좋습니다. 잘해줬는데 배은망덕한 행동을 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맛있는 거 같이 먹으면서 즐거워해주는 직원이 있어서 좋습니다. 내 치과가 즐겁게 노력하고 함께 발전하는 좋은 직장이 될 수 있다면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제가 동업을 하는 원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즐겁게 멀리 멀리 가기 위해 동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치과의사가 시민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사회와 함께 같이 간다면 즐겁게 멀리 멀리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치과의사들 다 같이 힘냅시다. 파이팅~~


황종민 올소치과·구강악안면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