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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넘어 사람 보는 치과의사 돼라”

보철학회, 예비 치과의사들과의 좌담회


우리 사회에서 보철 임상가로 살아간다는 것, 그 행위와 의미를 통해 마주 본 선·후배들의 특별한 ‘교집합’이 공개됐다.

대한치과보철학회(회장 허성주·이하 보철학회)가 개최한 ‘예비 치과의사를 위한 특별 강연 및 좌담회’가 학회 춘계학술대회 기간 중인 4월 15일 세종대 광개토관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

‘후배가 묻고 선배가 답하는 치과보철과 전공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좌담회는 선배 치과의사가 예비 치과의사인 후배 재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을 사전에 받아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조언들을 하는 컨셉으로 기획됐다.

학회 측이 안배한 패널 역시 치과대학 교수, 여성 치과의사 리더, 공동개원의, 단독 개원의, 전공의 등 다양한 분야와 위치에서 종사하고 있는 6명의 ‘멘토’들이었다.

강연장을 꽉 채운 후배들의 호응과 관심은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참석한 예비 치과의사들은 선배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하나라도 더 담아가려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 “환자의 5단 도시락 잊을 수 없어”

유동기 보철학회 공보이사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첫 연자로 나선 김민지 전공의(경희대 치과병원 보철과)는 “늦게까지 일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며, 잠도 잘 자지 못하는 등 솔직히 보철과 수련의의 삶은 썩 윤택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보철과 의사는 치과 치료의 처음과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졸업을 하고 나서 값비싼 세미나나 핸즈온 코스를 듣는 것 보다 수업 시간에 듣는 것, 실습 시간에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경험이고 시간”이라고 조언했다.

“저처럼 수련 받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보철을 사랑할 수 있구나 하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강연의 서두를 뗀 개원 4년차 양은비 원장(서울수락치과의원)은 “사실 2학년 때 이미 수련을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반대로 원내생 시절에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하고 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이때부터 교수님들에게 ‘너는 보철과에서 사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고 2년여 간의 페이닥터 시절에도 근무 후 커피숍에서 임상에 대해 고민하는 등 철저히 공부하는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졸업 6년차인 지금도 저는 여전히 보철이 좋다”며 “아직도 왁스업이 취미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말에 병원에 와서 이것저것 제 임상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제가 치료한 환자가 감사의 의미로 5단 도시락을 사들고 왔을 때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인간관계가 고뇌의 시작이자 끝”

치과병원을 공동개원하고 있는 백상현 원장(에스플란트치과병원)은 “원장들 간의 인간관계나 갈등 등 스트레스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인간관계는 피하려고 해서 피해지지 않는다. 내 동료가 진상이 아니면 진상 환자가 온다는 게 정론”이라며 “치과의사의 가장 큰 덕목은 사람을 사랑하는 재능이 있다면 굉장히 좋은 치과의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개원 환경에 대해서도 백 원장은 “91학번인 제가 당시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얘기도 ‘너는 어떻게 개원할 거니’였다. 17년이 지난 지금 많은 후배들이 좋은 모습,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예전에 없는 방향의 개원을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강연에 나선 박인임 대한여자치과의사회 회장은 여자 치과의사들의 사회적 역할과 대여치의 활동 등에 대해 설명한 후 선배 개원의로서의 다양한 경험을 풀어냈다.

졸업 후 5년 선배와 공동 개원에 나섰다는 박 회장은 “어느 날은 지하 주차장에서 치과를 올라가지 않고 그냥 나갔던 적도 있었다”며 역시 인간관계를 가장 어려운 지점으로 꼽았다.

그는 “그러면서 느낀 건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만 힘든 건 없다는 것”이라며 “나중에 생각하면 그 선배도 저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해가 되고 신뢰가 쌓였다.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배려와 양보”라고 밝혔다.

공동개원의 장점에 대해서는 “평생에 볼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정해져 있다는 말이 있다. 경제적 여유보다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이라고 설명했다.

# “일생동안 보철해도 100점짜리 없어”

권긍록 교수(경희치대 보철과)는 “사실 처음에는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자기만족을 위해 학교에 남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공유한 다음 “집을 지을 때 설계도가 가장 중요하듯이 치과 진료에서도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그 계획을 조금 더 견고하고 잘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보철 전공자라고 생각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국시 졸업 후에는 여러분이 여러분을 만든다. 다 똑같은 레벨이 아니라 각자 추구하는 게 다르다”며 “결국 내가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필수는 졸업, 이후는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 ‘멘토’로 나선 정문규 교수(연세치대 보철과)는 “일생동안 보철을 했지만 제 스스로 100점짜리 보철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보철학자는 무엇보다 겸손해야 한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임플란트를 뛰어나게 해도 신이 만들어놓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자만심을 경계하며 “머리가 비상한 치과의사와 마음이 따뜻한 치과의사 중 누가 더 좋은 치과의사인가. 환자의 아픔을 내가 느끼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치과의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