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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개업 치과의사로 살아 남기

스펙트럼

“치과의사는 허가 받은 도둑이라면서요 ??”

어느 모임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다. 허둥지둥 환자 진료를 마치고 달려간 저녁초대에 20분이 늦어버렸다.
두 테이블에 가득 앉아 있는 초면의 참석자들 앞에 인사를 하고 “치과의사”라고 직업을 밝히자마자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중년부인께서 퉁명스럽게 내뱉은 말 한마디에, 순간 분위기가 싸늘하고 불신의 시선으로 20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다. 모든 눈동자들이 저 여자치과의사도 도둑인가? 살피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떨어져 앉아있던 노신사는 한마디 더 거들었다 “설마!! 원장님 얼굴 보세요, 사기치게 생겼나…” 하면서 ‘나도 어느 치과에 갔더니 바가지를 엄청 씌워서 무서워서 안 간다” 등등 사방에서 치과치료 경험담과 비싸게 치료했다는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욱!!”하는 것이 치밀어 올랐지만, 억누르고 억누르면서 우아하게 웃으면서 그 싸늘한 분위기를 바꾸었다.

“자!자!! 지금부터 허가받은 도둑님께서 폭탄주를 돌리겠습니다! 오늘 이 폭탄주를 원샷으로 비우지 않는 분들은 더 큰 도둑님으로 알고 바로 형사고발 들어갑니다!!” 연거푸 세 번의 폭탄주를 쉬지않고 돌렸다.

이렇게 초반 위기를 잡고, 식사 내내 우리 개업치과의 현실을 차분하게 비교 분석해주었지만 모임 끝나고 돌아오는 내 기분은 착잡했다. 어찌해서 치과의사가 대중 앞에서 대놓고 도둑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왜 힘들게 배운 의술을 헐값으로 비하, 평가받으며 진료를 해야하는지…, 왜 제대로 진료비 청구를 못하는지… 분하고 속상해서 밤잠을 설치고, 아침에 허둥지둥 환자들이 기다리는 병원으로 달려가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치과치료비는 반드시 할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와 계산대 앞에서 식사값 깎아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하고, 파마를 해도 깎아달라고 하지 않으면서 왜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나면 몇% 할인을 요구하는 것인가? 왜 보철치료와 신경치료를 함께 했는데 보험치료비는 안 내는 것이고 일반치료비에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우기는 것인가?

왜 치과의사들은 매일 매일 힘들게 진료해주고 재료비도 안되는 보험진료비를 받으면 비싸다느니, 도둑놈 소리를 들어야 하고, 진료비는 재료비 원가로만 책정을 해야하는지?

의술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닌데 왜 원가를 따지며 진료비를 저울질 하는지?

옷값은 들어간 원단 값의 수십만 배를 받아도 괜찮고, 명품가방은 들어간 가죽값 보다 몇천만 배를 받아도 도둑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없다. 화가는 캔버스와 물감 값의 수억배 되는 가격을 매겨도 위대한 예술가라고 인정받고, 미장원 파마 약값의 수만배가 넘는 파마비용은 몇달에 한번씩 불평없이 지불하고도 헤어디자이너에게 파마를 했다고 자랑을 하고 다니는데, 컨설팅회사는 수천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받고 고작 몇 장의 리포트 결과만 주고도 인정을 받는데, 일년에 한번 하는 스케일링 비용 6~7만원, 이제는 보험이 되어 고작 2만원도 안되는 비용으로 일년 내내 본인 구강내 세균이 감소하고 건강해지는데 비싸다고 하는 것은 왜 일까? 변호사, 세무사는 삼십분 단위로 상담료를 지불하면서 왜 치과의사의 치료계획은 상담료도 못받고 공짜로 상담해줘야 하나?

얼마전 병원 CCTV가 고장이 나서 기술자를 불렀는데 연결 플러그 하나 바꿔주고 일분만에 십오만원을 달라고 하면서, 영수증 발행 안하면 십만원에 해준다고 인심 쓰는척 한다.

어느 날 연 1회 스케일링을 한 신환분이 스케일링이 비싸다고 데스크에서 큰 소리를 지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 과다청구를 했다고 신고를 한다고 하길래 “당장 신고하세요! 만약에 한 푼이라도 더 받지않았다고 하면 내가 당신을 고발을 할테니 지금 당장 하세요!”

진료 차트 복사해주고 보냈는데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치과병원의 보험진료비는 본인부담금이 개인의원 보다 몇 천원이 더 비싸다. 보험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산정된 금액이라고 설명을 해도, 똑같은 스케일링인데 왜 병원이라고 더 비싸냐고 묻는다.

필자는 미국 유학시절 첫아이를 미국에서 출산을 했다. 임신 내내 공부하느라 운동을 제대로 못해서인지 하루종일 자연분만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새벽에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했다. 수술의 후유증으로 고생도 많았지만, 집으로 날아온 의료비 청구서를 보고 더 경악을 했다. 무려 15만불의 수술비가 청구되었다. 1988년 당시 한국의 제왕절개 수술비는 20~30만원 정도였다.

그 청구서에는 수술에 들어간 모든 재료가 빽빽하게 나열 되어있었는데, needle, cotton, alcohol gauze, suture 개수대로 다 청구가 되어 있었다. 수술하는 동안 들어간 모든 재료의 수를 누가 정확히 세고 기록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제왕절개 진료비가 비싸니까 누구나 자연분만 하는 것 당연시 되어, 자연분만을 하기 위해 임신기간 내내 임산부들은 부단하게 노력한다.

치과진료시 들어가는 수많은 재료들을 일일이 재료비를 청구하면 얼마나 좋으랴… 왜 대한민국은 제대로 진료해주고 제대로 진료비 받으면, 환자들은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하나?

1990년도 미국 유학시절, 남가주치과대학 대학병원의 student doctor들의 진료수가는 스케일링 $300~500, 잇몸치료 편악당 $500~700, 근관치료근관당 $800~$1,000, 아말감충전 면당 $300씩 추가, 크라운 $600~$800, 사랑니발치 $500~$1,000, 25년전 이렇게 높은 진료비를 받으면서도 환자들에게 존경받으며 진료를 했다. 유학 당시 30대초반의 자그마하고 영어도 잘못하는 나에게 미국환자들은 진료설명을 끝까지 다 듣고 항상 깎듯이 “Yes, Doctor Kim!” 진료해주어 감사하다는 표현을 매번 하곤 했다.

치전원 졸업하고 바로 개업가에 뛰어드는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바라고 싶다.

급여 조금 더 준다고 사무장병원에 취직하여 덤핑 치료비 받는 노동에 시달리지 말고, 덤핑진료비로 동네치과 죽이는 불법네트워크에 가입도 하지 말자.

우리 치과의사들의 품위와 가치를 우리 스스로가 함께 지켜나가길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미애 K치과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