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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추천도서-세렌디피티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첫째 아이가 일본소설에 빠져있습니다. 한창 국영수에 매진해야 할 시기라 걱정이지만 “너의 세렌디피티를 위해서 아빠는 그런 책들도 읽는 거 찬성한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늘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새로운 언어를 가르쳐주는 편입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사례로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등을 자주 언급합니다. 이 말은 ‘행운’의 다른 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18세기 문필가인 호레이스 월폴이 만든 이 단어는 우연히 예기치 않게, 운수 좋게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가리킬 때 쓰입니다. 우리가 미처 찾을 생각을 못하고 있을 때 귀중한 것을 발견하는 우연한 기회를 세렌디피티라고 한다면, 이 기회를 얻은 행운아는 최소한 자신이 발견한 것에서 창조적인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렌디피티는 생각의 폭이 좁은 사람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까지도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그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눈여겨볼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우연한 발견의 행운인 세렌디피티는 일어날 것입니다. 자신의 특정한 관심 분야가 아닌 책을 읽는 것은 이런 기회를 더 넓혀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행운을 놓치기 싫다면 평소에 폭 넓은 독서를 즐겨보세요.

삐딱하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를 치유

『위시』 놀, 2017
이 책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던 바바라 오코너가 8년 만에 선보인 소설입니다. 작가는 가족소설과 성장소설 작가로 영미권에서 이미 수많은 상을 받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가난, 파괴된 가족, 성장 등 전형적인 무거운 주제의 가족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교도소에 들어간 아빠와 우울증에 걸려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엄마를 떠나 이모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하기 딱 적당한 온도로 진행됩니다. 바바라 오코너가 가지는 따뜻한 사랑과 치유의 언어들이 곳곳에 있어서 읽는 내내 여유롭게 들판을 거닐며 치유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한없이 삐딱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결국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의 예전 모습이 투영되어서 더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뉴욕의 퍼블릭 아트
안방서 보고 즐기다

『모두의 미술』 아트북스, 2017
뉴욕을 거닐어 보셨나요? 저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느꼈던 수많은 것들 중 단연 퍼블릭 아트를 꼽습니다. 주변과 조화롭고 미술품이 이렇게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공공미술이라고 하면 우리는 공원이나 건물 앞에 놓인 조각상 정도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뉴욕이 보유하고 있는 퍼블릭 아트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주변과 잘 조화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책은 뉴욕 곳곳의 퍼블릭 아트를 사진과 함께 보여줍니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그것을 음미해 볼 수 있도록 잘 편집되어 있습니다.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고 주변에 영향을 미치며 도시와 건축의 활력을 소생시키는 ‘모두의 미술’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을 더 새롭고 매력 있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직접 찾아가는 미술관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이런 수준 높은 ‘모두의 미술’이 우리가 사는 공간에도 많아졌으면 합니다.

점점 짧아져 가는 봄
산문 형식의 시로 달래요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문학동네, 2016
‘세상에서 시가 사라져간다. 이미 무형문화재급이다.’ 작가의 말입니다. 이 책은 시집도 아니고 산문집도 아닙니다. 작가는 ‘시산문’ 정도로 부르고 있습니다. 시산문이든 산문시이든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은 사라져 가는 시를 안타까워하면서 산문의 형식을 빌려 쓴 것에 있습니다.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가도 결국 시 한편을 읽은 느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혀가 즐거웠는데 나중에 남는 그윽한 향기가 더 여운이 남는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집 한권을 끼고 지내야 하는 계절입니다. 이제는 봄이라고 말할 시간조차 모자랄 정도로 짧게 지나가지만 봄에 읽는 시는 맛있습니다. 너무나 함축적인 시가 어렵고 그 맛을 음미하기 힘들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시를 다시 읽고 싶으신가요? 시와 산문, 두 장르에 걸쳐져 있는 179편의 시산문인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