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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 손은 약손이고, 치의 말은 명약이다

그림으로 배우는 치과의사학- 7


치아우식증과 치주병은 자연치유 되지 않는다. 치통도 마찬가지다. 다만 잠시 사라질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치과의사의 손에 의해서 치과질환은 주로 치료가 된다. 모든 치과의사의 손이 그런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 치과의사는 자신이 치료한 치아의 결과를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손으로 행한 치료의 예후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치료 결과는 수개월 만에 낙담을 안겨 주기도 하고, 십년 이상 흐뭇한 미소를 짓게도 한다. 이처럼 치과의사의 손이 약손인지 아닌지 치료는 알고 있다. 그림의 정중앙에 있는 의사는 전기를 이용하여 치통을 치료하려 한다(그림1). 그때는 과연 약손이었을까요?
  
치과치료는 치과의사의 손에서 시작되어 입으로 마무리된다. 치과의사 말의 효험을 종종 임상에서 경험한다. 말은 약 또는 독이 될 수 있다. 나의 말이 환자에게 위로와 치유를 가져다주고, 나에게도 믿음과 자신감을 선물한다. 그러나 나의 말이 환자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입엔 항상 실수가 잠복중임을 명심해야 한다. 말의 효과는 성경(잠언15장4절)에서도 강조된다. "온순한 혀는 곧 생명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The tongue that brings healing is a tree of life, but a deceitful tongue crushes the spirit.)." 그림에서 각각 다른 증상을 호소하는 5명의 환자들은 의사에게서 어떤 말들을 들었을까(그림 1)? 나는 치과에서 어떤지 자문자답을 해본다. 

이번 그림은 치과 진료실과는 좀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노란 드레스를 입은 중년 여성이 전기를 이용한 치아치료를 받고 있다. 그림은 영국 풍자화가 조지 크룩생크(George Cruikshank, 1792-1878)의 1817년 작품 ‘The Golden Remedy or Electrical Panacea’이다(그림 1). 제목처럼 모든 환자에게 전기는 묘약이고 만병통치약이었을까? 18세기 후반  미세 전류를 이용하여 신경과 근육을 자극함으로써 통풍과 경련이 치료될 수 있다고 믿었다. 새로운 방식의 전기 치료는 대유행이었고 히스테리증(hysteria), 마비 등과 같은 모든 신경학적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심지어 성욕(libido) 회복과 치통 치료에도 적용되었다.

그림의 장소는 꽃무늬 카페트, 커다란 창을 장식하는 술(tassel)과 높은 천장 등을 볼 때 상류층 저택의 응접실로 보인다. 의사의 진료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다양한 종류의 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혼잡한 진료실의 풍경이다. 그림에 무려 11명의 사람이 등장하는데 한 명씩 존재의 이유를 설명한다.  

출입구에 전기 치료를 위해 내원한 목발을 짚고 있는 남자는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반면 녹색 의자에 앉아 있는 통풍 환자는 양발에 붕대를 감고 있으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다. 두 사람 중간에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웃고 있는 남자는 전기 발생 장치를 작동하고 있는 직원이다. 치료를 위한 전기는 병모양의 유리 덮개에 저장되어 있다.

진료실 벽에 걸린 그림액자 아래에 있는 3명의 남자들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본다. 파란색 자켓을 입고 있는 의사 조수는 왼손으로는 환자의 무릎을 들어 올리고 있고, 오른손은 환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다. 아마도 치료비는 선불이었나 보다. 이 광경을 목격한 환자와 환자 뒤에 서있는 남자 모두 벼락을 맞은 것처럼 놀라고 있다. 남성 환자는 심하게 부어있는 무릎과 생식기에 전기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그림의 주인공 의사는 까치발을 들고 전극을 환자의 입에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치과질환을 치료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치통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성 환자는 어린 아이처럼 깜짝 놀라며 발과 손을 높이 쳐들고 있다. 아마도 화가는 그녀의 어리석음과 순진함을 암시하기 위해 이렇게 그렸을 것이다.

전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뒤에 있는 하인은 나무의자를 손으로 잡고 있고 나무 발판위에 서있는데도 전기 자극에 의해 모자와 가발이 날라 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있다. 처음에는 작가가 전기의 전도성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실은 개구쟁이 소년이 고양이 꼬리를 하인의 치맛자락에 접촉하게 하여 정전기가 발생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깜짝 놀란 것이었다. 그녀의 모자와 가발이 벗겨진 모습은 풍자 그림의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표현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얼굴이 빨갛게 부어오른 남성은 거울을 쳐다보고 있다. 어쩌면 이 남자도 치통 때문에 내원하였을지도 모른다.

진료실 벽에 걸린 액자에는 벼락을 맞은 오리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그림 2). 전기 치료가 모두 돌팔이 의사(quackery)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림의 제목을 완전히 부정하는 반전이 그림 안에 숨어있다. 이것이 풍자의 묘미라 생각된다. 전기적인 자극에 의해 근육 수축이 발생한다는 현상을 발견한 이탈리아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의 이론을 바탕으로 의학계에서 심전도와 심장박동기 등이 탄생하였다. 치과계에서도 갈바니의 이름은 자주 언급된다. 충치 수복 재료 선택할 때 환자에게 설명되는 갈바니즘(galvanism)의 어원은 이탈리아 볼로냐(Bologna)대학 교수 갈바니의 이름이다.

이번 그림은 구매와 관련해서 치과 스토리가 있다. Dame Margaret Seward가 British Dental Association에 기부한 돈은 경매에서 크룩 생크의 작품을 구입하는데 사용되었다. 이 그림은 현재 BDA Dental Museum에 기증되어 보관중이다. 마가렛 슈어드는 영국 치과계에서 유리 천장을 뚫은 여성 치과의사이다. 그녀는 British Dental Journal 편집장과 BDA 회장(1993)을 역임하였고, 영국에서 최초로 British Dental Council 의장에 선출되었고, 역시 치과계에서 최초로 남자의 Sir에 해당되는 훈장(Dame)을 받아 그녀의 이름 앞에 Dame이 붙어있다. 이러한 미담이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권 훈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대한치과의사학회 정책이사

2540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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