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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통령과 치과계

시론

5월 10일 오전 부로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좌우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어루고 보다듬어 잘 봉합해야하며 그 동안의 국정 공백을 메우고 산적한 현안들을 서둘러 하나씩 해결해 가야 합니다. 10년만의 정권 교체인 만큼 숨가쁜 국정 운행과 격변 수준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갑작스런 대선과 갑작스런 정권 교체 상황에서 치협과 치과계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됩니다.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거실에 모여 과일도 먹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날이면 다같이 9시 뉴스를 시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재미있는 드라마를 두고 왜 재미없는 뉴스를 열심히 보시는지 이해가 힘들었습니다. 제가 다시 그 나이가 되어 세상 돌아가는 데에 관심도 생기고 하다보니 나라의 수장이 국가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와 그 중요성을 알고, 국가 정책이 저희의 삶과 업에 얼마나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치관에 따라 치과계는 많은 부분이 변하고 발전해갈 것입니다. 이번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의료 정책을 살펴보면 우선 공공의료를 강조하는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이번 정부의 의료정책 기본 방향은 사회정책으로서의 위상 강화 및 공공성 회복, 건강보험의 보편적 보장성 강화 및 지속 가능성 확보,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립과 의료 양극화 해소, 보건의료산업 성장 동력 확보와 좋은 일자리 창출 등 4가지입니다.

기본 방향을 생각해보았을 때 공공재로의 의료 기능을 확대해 나갈 것이 분명한데 치과 비보험영역 축소와 보험영역 확대가 예상됩니다. 이미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임플란트, 의치 보험 확대와 본인 부담금 축소를 공약했습니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 적용 개수를 네 개로 늘리고 본인 부담금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려면 현재 예산의 두배 이상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회 전반 여러 분야에 혜택을 약속한 상황에서 치과의료에 이 정도 예산을 충당할 여유가 될지 의문입니다. 전에 그래왔듯이 보험수가 인하를 통해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정책을 실현 시키려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미 의료기관의 대부분이 민간의료기관인 시점에서 민간기관에 공공적 역할을 요구하려면 일방적인 희생을 바라지 말고 공공의료원이 세금으로 운영되듯 민간의료기관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 경비 일부를 보조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경비를 보조해 줄 능력이 없는 정부가 대신 어떤 카드로 민간기관들에게 공공재로서 의무를 요구할 지 궁금합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기준으로 57조원의 예산을 소요할 예정입니다. 정부부처 중 적지 않은 예산이지만 항상 의료 예산이 부족한 이유는 사실 보건복지부의 정책 대부분이 보건이 아닌 복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중에 의료에 지원 될 예산은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계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건부의 독립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습니다만 이번 정부는 보건부 독립 대신 복수차관제를 제시하였고 이 부분은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으로 치과 대다수가 개원의원인 점을 고려할 때 진보성향의 정권 하에서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의 변화도 원장들에게 많은 부담을 줄 것입니다. 최저임금 상승은 인건비를 증가 시킬 것이고, 고용 혜택이 늘어남에 따라 치과 비용이 늘어날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달 28일 발표한 공약집에서 올해 추석에 붙어있는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추석을 앞두고 원장과 직원들 사이에 피곤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겁니다. 징검다리 연휴인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임시공휴일인 선거를 두고 치과 원장님들 중 골치 썩은 분들이 많으셨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추석이 한참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옵니다. 게다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내수진작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징검다리 휴일은 적극적으로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합니다.
설 추석 대체휴일에 더해서 매년 3, 4일 정도의 임시공휴일이 추가될 것입니다. 물론 임시공휴일은 공무원이 쉬는 날일 뿐 의원 같은 소규모 영업장은 강제성이 없습니다만, 임시공휴일에 진료를 한다는 이유로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악덕고용주가 될 생각을 하니 벌써 우울합니다. 직원들의 툴툴거리는 소리도 듣기 싫고 옆 치과 비교 당하는 것도 싫고 사람 좋은 척 통 크게 쉬어버릴까 싶다가도 경비 걱정에 마음 한 켠이 쓰라립니다.

이번 정부가 영리법인에 부정적인 면은 개원의 들에게 희망적입니다. 이전 정부 때는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한동안은 대형자본과 외국기관의 진출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어도 될 듯 합니다. 또 이번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 개발의 일환으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분과 설립을 내세웠습니다.

우리나라 임플란트 제조사들은 20년 남짓한 길지 않은 기간 동안에 세계 유수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제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시장을 확대해가는 중입니다. 이제는 의료인과 마찬가지로 치과업체들도 한국 치과계의 한 축이 되었습니다. 임플란트, 골이식재, 방사선기기, 치과재료 등 국내 치과관련 업체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 정부에서 연구개발에 아낌없는 지원을 받게 되길 기대합니다.

새로운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큽니다. 항상 의료는 새정부 집권 초기에 선심성 공약에 이용되어왔을 뿐, 의료인들의 처우 개선이나 저수가 현실화가 논의된 적이 없었습니다. 공공재로의 의료를 내세우는 이번 정권은 치과인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지도 모릅니다. 큰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흐름을 따르되 이전처럼 당하지만 말고 어떤 것을 주고 어떤 것을 받을 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는 모든 치과인들이 양심적인 정직한 진료를 하고 고용,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임금, 연차, 수당을 법대로 제공하였을 때 반론의 기회가 있습니다.

협상에 나서기 전에 저희 치과인들 스스로 저희가 잘 못해온 부분은 없는지 반성하여 고치고, 새시대에 맞게 흐트러진 매무새를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