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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터키 여행기(이스탄불에서 동서양의 정수를 맛보다)

Relay Essay 제2220번째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한 해가 2013년이었으니 어언 4년이 흘렀습니다. 그때의 느낀점을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기술하고 싶기에 글을 쓰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기억에 의지한 여행후 후기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이스탄불은 동로마의 수도였습니다.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로마가 아닌 새로운 수도로 자신의 이름을 딴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고 콘스탄티노플은 동로마의 수도가 되어 나중에 이슬람 세력이 융성한 1453년 5월 29일에 슐탄 마흐메드2세에 의해 함락되어 비잔틴 제국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오스만제국이 서게 됩니다.

역사적인 배경이 이러한 이유로 이스탄불은 화려했던 기독교 세상의 문명과 그 이후를 지배했던 이슬람 세상의 문명이 공존하는 매력을 지닌 땅입니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물이 또 묘하게도 기독교 문명의 정수인 소피아성당(아야 소피아)과 이슬람 문명의 정수인 블루모스크가 한 언덕위에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피아 성당이 180도 돌아 뒤를 돌아보면 블루모스크가 서로를 노려볼 듯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어떤 관광지에 저 둘 중 한 건물만 서 있어도 관광 명소일 텐데 이스탄불은 그 둘을 한몸에 담고 있습니다. 그때 저는 두 건물을 번갈아 보면서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위대함과 또 한때 융성했던 위대한 문명의 쓰러짐을 느끼며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치열했던 1453년의 역사 속에서 저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꾸며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당시 전국에 내로라하는 짱중의 짱끼리 맞짱을 뜨기 위해 일대일 싸움을 시작한다는 소문이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수업은 귓전으로 흘리고 방과후 벌어질 싸움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며 설전을 벌였습니다. 기독교의 짱은 서로마가 망하고 난 이후에도 기독교의 짱으로 전국고교를 벌벌 떨게 만든 전통적인 강호였습니다. 지금은 전성기 때의 파괴력은 잃었지만 난공불락의 방어를 자랑하며 단 한 번도 무릎을 꿇은 적이 없는 역전의 용사였기에 기독교짱이 이긴다는 믿음이 강했습니다.

이에 맞서는 이슬람교의 짱은 새로 나타난 맞짱계의 신흥주먹으로 파죽지세로 인근 고교의 짱들을 무릎 꿇리며 세력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하늘아래 두명의 짱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듯이 전국의 모든 고교는 두명의 짱의 일대일 대결을 원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전국 고교의 짱이였던 기독교의 짱과 신진세력인 이슬람교의 짱의 일대일 대결은 그 결과에 따라서 어느 한 고교의 주먹계보에 존폐가 걸린 문제라 조직원끼리의 국지전은 가끔 일어났지만 전면적인 대결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슬람교의 짱을 이어받은 슐탄 마흐메드2세는 그 호전적인 성격과 맞게 두 고교 사이의 오랜 대치를 끝내고자 모든 것을 걸고 일대일 싸움을 걸었습니다.

싸움에서 기독고교가 이긴다면 다시 한번 기독세력의 맹주로써 우뚝서게 될 것이지만 반대로 이슬람고교가 이긴다면 모든 주먹세상의 중심이 이동하고 기독고교는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하게 사라져갈 것입니다.

싸움의 승자는 마흐메드2세가 되었고 코스탄티노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맙니다.

영욕의 세월을 이겨낸 그 문명의 가장 화려한 정수인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를 보며 저의 상상은 끝을 맺었습니다.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 그 위용을 자랑하는 두 건물을 바라보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류의 위대한 유산앞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루 종일 두 건물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감상에 빠지고 싶었지만 투어의 시간상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스탄불은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도시입니다.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도시 기독교와 이슬람의 문명을 한곳에서 볼수 있는 마력의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영욕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역사의 현장에서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어준 도시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에서 무수히 많은 기쁨과 슬픔이 생기겠지만 기쁠 때 자만하지 않고 슬플 때 좌절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류의 위대한 건축물을 바라보며 저의 삶도 위대함 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발전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터키로의 시간여행은 지금 되돌아 봐도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치과라는 답답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에 대한 여행을 지금도 꿈꾸며 다시금 저에게 다가올 행복한 시간을 기다려봅니다.

송정호 플러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