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교정치료가 차세대 블루오션이 되기 위해서는…

기고

지난 10여년 임플란트의 대중화로 다시는 오기 힘든 치과의 황금기를 이유 없는 경쟁심과 내 주머니만 채워보겠다는 지나친 이기심으로 덧없이 흘려 보낸 우리 치과계는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블루오션이란 용어가 우리 의료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갖고 있다. 블루오션이란 경쟁 없는 평화로운 시장을 의미하며 이론적으로 수요가 넘쳐 공급이 이를 따라가기 어려울 때 블루오션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의료산업에서 블루오션이 발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수요와 공급의 차원에서 의료서비스는 더도 덜도 말고 꼭 필요한 만큼만 제공되는 것이 최선이다. 의사의 공급이 부족하여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넘쳐나거나 의료의 과수요가 유발되어 의사들이 수지맞는 일이 생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교정치료가 차세대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그러나 푸른바다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많은 분야에서 인위적으로 창출된 과수요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 의료계의 현실에서 교정치료는 필요한 실제적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의료 분야 중 하나이다. 최근 출산율의 감소로 인하여 교정치료의 수요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도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 환자들이 가장 많은 분야가 바로 교정치료이다.

전체 인구의 70~80% 이상이 일생에 한 두 번은 치료를 받을 정도로 교정치료가 대중화 되어 있는 미국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아직도 교정치료를 받는 인구가 10%를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라나는 모든 어린이가 교정치료가 필요하고 그간 교정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세대가 적체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직도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교정환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숫자이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의 반정도 만이라도 교정치료를 받게 된다면 전 치과의사가 모두 교정치료에 매달려도 부족할 정도로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

모든 의료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유독 교정치료분야에서는 미국의 1/10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이 잠재적인 환자들을 실제 환자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다음 3가지가 현실적으로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첫째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정치료의 필요성과 그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교정치료를 단순히 예뻐지기 위한 미용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환자들의 눈에 보이는 미용적인 문제점 만을 부각시켜 손쉽게 수요를 창출해 보려 한 우리 교정의사들의 잘못된 홍보전략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교정의사 눈으로 보면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교정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심한 부정교합을 가지고 있다. 잘못된 치아와 구강구조를 바르게 잡아주어 올바른 기능을 회복과 평생 건강을 유지하고 더불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교정치료의 궁극적 목적임을 감안한다면 이들은 모두 잠재적인 교정환자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직 심각한 미용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 중 극히 일부만 교정치과를 찾는 실정이다.

둘째 교정치료는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치료비용의 높고 낮음에 대한 느낌은 매우 상대적이다. 단 한번의 시술에 몇 백 만원 하는 성형수술도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이 그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교정치료에 대하여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교정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다. 교정치료의 가치와 그 필요성에 대하여 올바른 인식이 있으면 치료비용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게 된다. 부자 나라 일본이 아직도 교정치료의 비율이 후진국 수준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인식이 그 값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교정치료가 대중화된 미국에서는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넉넉하지 않은 불법 체류자들까지도 고가의 치료비를 지불하며 교정치과를 찾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셋째는 교정치료는 하고 싶으나 교정장치가 보이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낙후된 인식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들이 부모를 졸라 교정치과에 데려온다. 친구가 하고 있는 컬러 O-ring이 부럽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대로 부모가 어린이를 치과에 끌고 와도 어린이가 창피하다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정치료가 대중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눈에 익지 않은 교정장치가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오래 전 한 때 안경 쓰는 것이 부끄러워 숨기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안경이 부끄러워 안 보이는 불편함을 감수하진 않는다. 오히려 안경이 패션의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인식이 바뀐다면 한국 사람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치과에서는 가능한 모든 환자들에게 메탈 브라켓과 컬러 O-ring을 권유한다. 처음엔 망설이던 환자들도 한 두 달이 지나면 스스로 좋아하는 컬러를 선택하고 이것을 본 친구들이 부러워 따라온다.

교정치료의 잠재력과 대중화로 인한 폭발적인 수요의 증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되어 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환자의 증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블루오션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한때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홍보가 임플란트의 대중화를 이끌었듯이 교정치료가 블루오션이 되기 위하여는 환자의 인식을 바꾸어 주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치과의사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중앙 혹은 각 지역 치과의사협회에서 홍보 차원으로 아침 저녁 TV를 통하여 브라켓을 한 광고 모델을 비춰주고 있다. 교정치료는 누구나 한번은 꼭 해야 되는 것이라는 잠재의식을 심어주고 교정장치를 낀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도록 눈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자녀의 어긋난 치아가 걱정되어 찾아간 일반치과에서는 ‘치료할 필요 없다’ ‘교정치료하면 이를 버린다’등 부정적인 발언으로 환자를 돌려세우기 일쑤이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왜곡된 우리의 현실을 더욱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설측교정, 급속교정 등 ‘안보이게’ ‘빠르게’ ‘ 치아에 상처를 내서라도 예쁘게’해 주겠다는 유혹적인 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한 때 이러한 치료방법들이 전통적인 치료방법의 대안으로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단점이 너무 많고 효율성이 떨어져 몇 몇 소수의 특별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중적인 치료방법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밝혀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설측교정으로 이상적인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급속으로 교정치료를 마칠 수 있는 환자가 몇이나 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의 교정의사들은 환자들을 진실의 길로 끌고 가질 못하고 이러한 비현실적인 방법들로 숨기고 감추어서 몇 안 되는 환자들을 자신의 치과로 끌어드리려 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상식들은 환자들의 의식수준을 후퇴시키고 마지못해 교정치과를 찾아오는 몇 안 되는 환자들의 용기마저도 빼앗아 버린다.

모든 기본진료가 터무니 없는 보험수가에 묶여 있고 임플란트 시장마저 무참히 붕괴되어버린 지금 교정치료의 대중화는 앞으로 치과계의 장래가 걸려있는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그 많은 잠재적인 교정환자들이 치과에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치과의사들의 조그만 노력이 필요하다. 건전한 홍보를 통하여 대중들에게 교정치료의 의학적 가치와 그 필요성을 교육시켜 그들의 의식을 한 단계 높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숨겨주고 감추려 하지 말고 교정장치를 밖으로 끌어내고 그 위에 컬러를 입혀서 그 모습이 결코 어색하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 대중들의 눈을 훈련시켜 주어야만 한다. 대중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각자의 조그만 노력이 합치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을 원장
대전 클래스원 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