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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시론

子曰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논어 이인 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위가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지위를 맡을 자질이 없음을 근심하라.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노력하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位)이 있다면, 이루고자 하는 그 일을 이룰 능력이 자신에게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노력으로 인해 이루고자 하는 일을 할 능력이 갖추어졌다고 스스로 인정하거나 타인에게 인정받으면, 자신이 능력이 있음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며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位)에 대해 말을 하고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이루고자 하는 일을 실행하여 그 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본다. 논어의 구절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상상을 하게 만들어 준다.

子曰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를 보며 역사속에서 생각나는 인물이 있는가?

처음 이 문장을 읽으며 불현 듯이 제갈공명이 떠올랐다. 대학생 시절부터 힘들다고 느낄 때 나는 어린왕자와 삼국지를 읽었다. 지금까지 10번 이상은 읽었으리라. 어린 왕자를 읽으며 어린시절로 돌아가 현재의 고민에서 일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삼국지를 읽으며 어제 한 솥밥을 먹던 동료가 리더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적이 되어 창을 겨누는 상황을 생각하며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다.

제갈공명이 출사를 하던 나이 28세. 공명은 삼국의 조조, 유비, 손권 세명의 영웅이 당시 중국을 3분할 통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세 사람중 책사가 없는 유비의 책사가 되어 3분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이 하여야할 역사적 임무(位)라 생각했다. 공명이 자신의 능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익은 지혜로 유비를 찾아가서 2인자 자리인 책사를 요구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공명을 책사 자리에 임명하지도 않았겠지만, 책사에 임명(位)을 하였다 하더라도 관우와 장비 등살에 책사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책사라는 직책에서 내려와야 했을 것이다. 공명은 자리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자리에서 필요한 능력을 차분히 준비하였다.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 자신을 유비가 찾아오도록 하기위해 무명이었던 자신을 스스로 求爲(구위)하였다.
방통과 공명을 얻는 자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당시 인재를 절실히 필요로 했던 유비에게 서서를 통해 그 소문을 유비에게 전달하게 한다. 용장 보다는 지혜로운 책사를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유비가 2인자의 자리에 있는 관우와 장비를 대동하고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만든다. 삼고초려를 하게 만든 것은 공명의 지혜이지만 유비 또한 삼고초려를 통해 관우와 장비보다 나이 어리고 경륜이 짧은 공명에게 출사의 명분을 주었다. 공명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올라 처음 전투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다. 만약 처음 전투에서 공명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였다면 공명은 바로 2인자의 자리에서 물러나 집으로 돌아가든지, 관우와 장비의 멸시어린 시선을 받으며 가시방석의 마음으로 책사 자리를 유지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초조하게 일을 하였을 것이다.

유비의 자를 현덕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현덕이라 하면 어질 현(賢)을 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비의 자는 玄(검을 현, 오묘할 현 )자를 쓴다. 玄德이라는 단어는 노자의 도덕경에서 인용한 것으로 블랙홀과 같은 끝을 알 수 없는 오묘한 덕이라는 뜻이다.

장미 대선때 많은 이들이 자리(位)를 바라보며 뛰었을 것이다. 공자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올 3월을 기점으로 17년 동안 치과의사로서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동창회 임원을 마무리 했다. 17년 동창회 임원을 동창회장으로 마무리하게 됨을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동문과 2년 동안 같이 일해 준 이사들과 15년 동안 나를 지도해 주신 선임 회장님들께 감사드린다. 어깨의 큰 짐을 벗었다는 홀가분함과 가슴에 큰 구멍이 나 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17년의 허전함을 메꾸어줄 15년 일거리를 찾아 방황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대덕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