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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利己)의 근사함을 배우다

Relay Essay 제2224번째

요즘 나의 최대 천적은 4살배기, 1살배기 두 조카다.

이미 가족 내 서열을 나름대로 정한 두 녀석에게 있어, 이모란 언제든지 “놀자”고 하면 반드시 놀이에 참여해야 하는 ‘부하’같은 존재이고, 자기는 맛이 없어 먹지 않는 반찬도 나이와 건강을 생각해 반드시 먹게 해야 하는 ‘막내 동생’같은 존재이며(요즘 4살 조카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모, 꼭꼭 씹어서 다 먹어”이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뚝딱 앞에 대령해야 하는 ‘백화점’같은 존재이다. 결론적으로 서열 꼴찌라는 얘기다.

최고의 VIP, 상전 중의 상전인 조카님들은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이기적인 존재들이다.

자고 싶을 때는 주변 상황이 어떠하건 반드시 자야 하고, 먹고 싶을 때는 반드시 먹어야 하며, 식탁 위건 침대 위건 오르고 싶은 곳은 반드시 올라야 한다. 또 그것이 뜨겁건 차갑건 만지고 싶은 것은 반드시 만져야 한다.

자고 싶을 때는 불을 꺼라, 조용히 하라며 꼼짝 못하게 하다가, 주말에 늦잠이라도 자려 하면 몇 시가 되었건 “놀아야 하니 일어나”라며 잡아끄니 미칠 노릇이다. 어쩜 저만 생각하고 그렇게 이기적인지, 얄미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 그 얄미움의 바탕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내재되어 있다.

무지(無知)와 무심(無心)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순수한 이기(利己)는 얼마나 근사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에 그들은 늘 만족스럽고, 제가 왕인 줄 알기에 매력적이다(자기가 하고 싶을 때만 뽀뽀를 해주는 조카 녀석들은 내게 늘 동경의 대상이다).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은 주변에 대한 배려가 있다는 말도 되지만, 체면이 깎일까, 손가락질 당할까 주변의 눈치를 본다는 말도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다른 이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은 오로지 자신의 몸과 마음이 내는 소리에 집중하고, 욕망에 충실하다. 내 몸 아낄 줄 모르고, 늘 마음을 배신하며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언제 내가 나의 욕망에 충실하며 오롯이 나를 위하여 행동하고 산 적이 있었던가.

요즘 나는 조카들에게 배운대로 이기적으로 구는 방법을 연습 중이다. 밤이건 낮이건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보는 이기, 밥 때가 아니라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이기, 놀고 싶을 때 놀고 가만히 있고 싶을 때는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이기부터, 사랑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주변눈치보지 않고 맘껏 표현하는 이기 등등.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근사한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내 삶이 더 만족스럽지 않을까.

이주선 아이오바이오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