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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Relay Essay 제2230번째

영화로도 만들어 졌던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

양계장 암탉 잎싹은 매일 알을 낳고 품어보지도 못한 채 알을 잃는다.

1년 넘게 이런 생활에 지친 잎싹은 자유로운 세상과 알을 품어보는 소망을 가지게 되고 다 죽어가는 폐계가 되어 드디어 자유를 얻게 된다.

매일 족제비의 먹이가 되는 위협 속에서도 강인한 모성애로 족제비에게 엄마를 잃은 청둥오리 알을 품어 훌륭하게 키워낸다.

청둥오리 초록머리는 멋지게 성장하여 무리들과 함께 따뜻한 곳으로 먼 비행을 시작한다.
이제 늙은 잎싹은 족제비의 어린아이들을 위해 한끼 식사가 되어준다.
잎싹의 일생이 대견하고 슬프지만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 시대 어머니들의 모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현실 속의 닭은 어떤지….
한국의 닭은 대부분 A4 용지보다 작은 공간에서 햇볕도 보지 못한 채 사육되어 퍼붓는 항생제에도 30일 이상 생존하기가 어렵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환풍기 미작동으로 토종닭 842마리가 질식사 했다는 기사는 밀집사육의 단면을 보여준다.
매년 반복되는 AI와 구제역 그리고 매몰처분.
생매장 당하는 동물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고 계란 품귀현상, 고기 값 폭등만 연일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1헥타르(3000평)에 네델란드는 돼지 5.1마리, 한국을 2,500마리를 키우도록 허용하고 있다.
밀집사육을 하지 않는 곳에서는 AI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2010년 구제역 때 살처분에 3조원의 세금을 썼고, 올해도 3,30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AI로 살처분 되었다.
또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축에게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고 가축에게 투약한 항생제의 80~90%는 분뇨로 배출되어  농경지와 하천,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다.
결국 과도한 공장식 밀집사육으로 인한 동물의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제는 동물 복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때이다.
자연 상태에서 닭의 수명은 12~20년인데 우리나라에서 닭의 수명은 평균 30일 내외로 짧다.
동물의 복지와 건강한 삶은 우리의 건강과 행복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사육환경을 개선해야하고 과도한 밀집사육을 줄이기 위해 고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
지나친 육류 섭취로 인한 각종 성인병과 질병 발생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개선이 필요하다.

점점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고기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

닭 가슴살은 몸짱 몸매를 만들기 위한 필수 음식이고, 얼마 전에는 삼겹살 다이어트가 유행이었다.
근육이 만들어지고 일시적으로 살이 빠질 수는 있겠지만 과연 건강한 삶의 방식인가 의문이 든다.
나도 행복하고 동물도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고기 섭취를 줄이는 작은 실천부터 해보면 어떨까 싶다.   


윤은희 고운니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