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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치의, 가난한 치의

그림으로 배우는 치과의사학- 11


부자들은 절대,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새로운 천년의 시작인 뉴 밀레니엄에 출판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부자들로부터 배우는 여섯 가지 교훈 중 하나이다. 같은 해에 필자는 아빠가 되었고 개원도 하였기에,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의미로 이 책을 구입하였다. 그러나 신규 개원의에겐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려서 조금 읽다가 말았다. 최근 칼럼을 준비하면서 책을 뒤척이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좋은 내용이 있어 아래에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골프채 세트를 사면서 그것으로 경기력이 향상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프로 골퍼의 태도나 사고방식, 그리고 믿음 같은 것은 상관하지 않죠. 엉터리 골퍼는 새로운 골프채 세트가 있어도 여전히 엉터리 골퍼로 남을 뿐입니다.”

치과 개원의에게 새로운 장비, 기구, 재료 그리고 세미나는 책의 저자가 예를 든 골프채 세트와 같은 도구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성공한 개원의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백점짜리 개원의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단어 태도(attitude)가, 99점짜리 인생을 위해서는 생각(thought)이 필수라고 본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재산은 부자인데 마음은 놀부인 치의도 보았고, 재산은 흥부이지만 마음은 호수인 치의도 만났다. 나름 성공했다 할지라도 태도와 마음이 받쳐주지 않으면 부자 치의이지만 마음은 가난한 치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말 영국의 치과 진료 장면을 보여주는 익명의 판화 ‘The Dentist(1784년)’는 그림보다는 하단에 써진 4행시가 가볍지 않은 울림을 준다(그림1). 아래에 원문을 실고 번역은 다음과 같이 해본다. “치통 완화로 유명한 치과의사가 돈도 벌려고 애를 쓰는구나. 여러 번 반복되는 치료비를 통해서 치과의사 말고 누가 부자가 되겠는가? 풍문은 이러하지만 실상은 이런다고 한다. 치과의사가 자랑하거나 뽐낼만할 이유는 없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벌어 하루 먹으면서 살고 있다.”

A dentist fam'd for easing pain 
And Pockets too, contriv'd to gain
By many a repeated Fee 
A fortune large-then who but he
So Fame reports “but” says a wag
<< The Fellow has no cause to brag
Like many more twist Northe and South
He does but live from Hand to Mouth >>

그림뿐만 아니라 4행시도 치과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보라색 옷의 콧대 높은 치과의사는 중년 여성의 치아를 발치하고 있다. 치과 직원으로 보이는 갈색 옷을 입은 두 명의 남자는 진료중인데 농담을 하면서 웃고 있다.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고통스러운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 파란색 옷의 또 다른 남자는 치료를 받고 나갈려는 환자로 추측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치과의사의 태도가 치과에 대한 환자의 생각을 결정짓는다.


두 번째 그림은 치과 환자가 북적대는 18세기 이발외과의(barber-surgeon)의 진료실의 전경으로, 영국 판화가 Joshua Baldrey(1754-1828)의 1799년 작품 ‘Parish Dentist’이다(그림2). 제목은 동네 치과의사 정도로 해석되며, 대기 중인 환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으며 모두 뺨은 부어 있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겁없고 두려움도 없는 이발외과의는 tooth key를 이용하여 하악 치아 발치를 위해서 환자를 질질 끌고 가고 있다. 치료인지 고문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환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려보지만 치료는 계속된다. 환자는 많아서 경제적 성과는 좋을지 몰라도 이발외과의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라 할 수 있다. 부자 이지만 마음은 가난한 이발외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젠 더 이상 ‘부자 치의’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여서는 안 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에 취해, 치과의사가 보통사람의 중산층이 되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다. 부자 치의도 아니고 가난한 치의도 아닌 행복한 치의가 되는 길이 있다. 욕심을 채울 것이 아니라 비울 때 비로소 그 길은 우리에게 열릴 것이다.   

권 훈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대한치과의사학회 정책이사
2540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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