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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憤怒)라는 병

Relay Essay 제2233번째

분노의 종류를 생각해 보자.

먼저 외부로부터 오는 분노가 있다. 즉 다른 사람이나 외부 상황, 형태에 따라 발생하는 분노다.

예를 들면 주차관계로 차창 앞에 전화번호를 놓았더니, 갑자기 “야!! 새끼야 차 빼!!”라는 문자가 왔다. 상대방은 당황하고 기분이 상해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한다. 그러면 소액결제라 해서 25만원이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신종 보이시피싱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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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상대방에게 욕을 해 흥분시키고 화를 내게 해 돈을 편취하는 나쁜 방법이나 이는 외부로부터 오는 분노의 일종이다.

날씨도 외부요인의 분노이다. 끈적끈적한 장마철의 불쾌지수, 잔치 날, 소풍 가는 날에 비,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 지나친 폭설로 교통 두절, 심한 폭풍우로 해안가 도시 침수, 가옥 파괴 등등 날씨로 오는 분노도 적지 않다.

환자도 외부분노다. 환자가 외부분노가 되어서는 안된다. 의사는 모든 지식과 친절로 아픈 환자를 돌보고 치료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진상 환자는 외부분노다.

외부분노 중 사람으로부터 오는 예가 제일 많다.

이유 없이 나보다 먼저 승진하는 친구, 같이 낚시를 하는데 나만 못 잡고 옆에 사람만 많이 잡을 때. 응원하는 축구팀이 지고 있을 때-전쟁이 일어나가도 한다. 선거에 졌을 때-이민을 가는 사람도 있다. 딸이나 부인이 성희롱을 당한 때-살인이 나기도 한다. 사기, 조롱, 무시, 폭력, 구타, 빈부격차, 배신, 배반, 노사갈등 등등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거나 당하는 짜증, 고통, 불합리, 열패감은 세상사 중 큰 외부분노이다.

곤충도 외부분노 중 하나다. 더운 여름날 한밤에 지져대는 매미의 소음, 곤히 자는데 방에 들어온 모기소리, 모든 농사를 망쳐버리는 메뚜기 떼 공격, 파리 떼 습격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소녀의 상처 난 다리,

다음은 자기 마음속에서 저절로 불거져 나오는 내부분노를 살펴보자.

화병이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고부간의 갈등, 남편의 외도, 찌든 살림살이, 계속 된 못난 자식의 어깃장, 빗 독촉 등등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는 중압감, 스트레스, 공포, 긴장이 뒤섞기고 버무려져 우리 몸 어디에선가 불현 듯 나타나는 분노다.

울화통이다. 참으려 해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내부분노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고, 팔 다리가 저려온다. 이는 대상이 그리 많지 않다. 한두 가지 사안에 대해 집착하고 골똘히 생각해 그 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집중에 집중을 하다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해 폭력적으로 발산되는 내부분노다.

우울증이다. 내부분노 중 가장 심각하고 해결하기 힘든 분노 중 하나다. 이는 단순 분노가 아니라 복합적 분노이기 때문이다. 연령도 다양하다. 어린 초등학교 학생부터 노처녀, 취직을 준비하는 학생, 시집갈 적령기의 처녀, 갱년기의 아줌마, 의지할 곳 없는 노인, 희망을 잃은 병자, 여러 시험에 떨어진 낙방생 등등 많다.

우울증의 형태도 여러 가지다. 누구와 상대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파묻혀 사는 은둔형이 있는가 하면 이유 없는 반항과 이해되지 않는 행동으로 광적 발산을 하는 광분형의 우울증이 있다. 하여간에 은둔형이든 광분형이든 모두 자신 스스로에 내재된 그 무엇에 의해 이루어지는 내부분노이다.

발광이 있다. 책상을 때려 부순다. 집기를 집어 던진다.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미친 듯하다. 심지어는 흉기를 들고 날 뛴다. 눈빛이 다르다. 눈의 초점이 없다. 머리는 산발이다. 가끔 팔 다리가 꼬인다. 횡설수설 한다.

이를 때 누가 말릴 수도 없고 진정시킬 수도 없다. 그냥 놔둬야 한다. 이런 광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외부자극 없이 혼자 스스로 일어나는 심적 흥분, 정신적 착란, 신경계통의 이상과 같은 비정상적 내부분노의 일종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병(病)이다. 외부분노든 내부분노든 고쳐야 하는 병이다. 어떻게 하면 분노를 가라앉히고 평온한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전문적 심리학자도 아니지만 분노라는 병을 치유하고 싶다.

한번 눈을 감아본다. 모든 세상이 암흑이다. 암흑 속에는 보이는 것도 없고 만져지는 것도 없고 느껴지는 것도 없다. 다만 어둠뿐이다. 상대할 사람도 없고 거추장스런 사물도 없다. 마치 알몸 같다. 혼자 알몸인데 두려울 것이 무엇이며 창피할 것이 무엇이며 상대할 것이 무엇이며 비교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오직 나 혼자이다. 혼자이니 모든 세상이 나를 위해 있고 고통, 짜증, 번뇌, 수치, 번잡이 어디 있을 수 있겠는가?

눈을 감고 큰 숨을 들이키면 더 좋겠다. 가슴이 넓어지고 신선한 공기가 폐를 통해 온 몸으로 퍼질 때 맑은 세상이 보이지 않겠는가? 실제로 심호흡을 통해 혈액 속에 산소의 공급이 많아지면 모든 장기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두뇌가 산뜻해져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명쾌해 진다고 한다. 이는 정신과 심리학과 학자들이 하는 이야기이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어떤 무엇에 집중을 하는 명상을 곁들이면 더 좋겠다. 인도에는 요가나 명상이 성행한다. 인도사람들에게는 분노로 삶을 거르치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 요가나 명상 때문인지는 몰라도 분노 속에 살아야만 하는 불가촉천민마저도 생을 즐기고 있다니 요가나 명상이 분노 조절에 다소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한번 눈을 감고 긴 호흡에 명상을 해 “분노라는 병”을 잡을 수 있다면 안 하느니보다 낫지 않겠는가?

신덕재 중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