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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과 임금이 나눠 먹은 여름철 보양식 민어탕

박상대의 푸드 스토리 - 민어회·민어탕


민어는 여름철에 인기 있는 생선입니다. 남도 사람들은 민어회나 민어탕 혹은 민어찜으로 여름나기 몸보신을 합니다. 목포시에는 민어의 거리가 있고, 여름철이면 민어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목포시내에만 600여 곳에 이른답니다.

그물이 찢어지게 잡히던 민어


민어는 조기과에 속한 물고기입니다. 민어가 ‘民魚’로 불리게 된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민어의 감성이 백성들의 감성과 가장 많이 닮았다는 것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백성들이 다 좋아하고 많이 잡혀서 고루 나눠 먹을 수 있다는 데서 유래한것입다. 민어는‘백성 고기’라는 이름을 가졌음에도 임금님의 여름철 보양식으로 진상할 만큼 영양이 풍부한 생선입니다. 조선시대까지 여름날 더위를 물리치는 복달임 음식으로 서민들은 개장국(보신탕)을 흔히 먹었지만, 양반들은 민어탕을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남도 사람들은 “여름철 삼복더위에 민어찜이 일품, 도미찜이 이품, 보신탕이 삼품”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다는 이야기이지요. 실제로 민어는 지방이 적은 대신 단백질과 비타민, 칼륨, 인 등 각종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답니다.

민어는 일제강점기만 해도 서해안에서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혔답니다. 그 많은 민어들이 일본으로 실려 갔음은 물론입니다. 남해와 서해 어촌마다 민어를 잡아 올렸고, 시골 오일장에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생선이었습니다. 겨울철 잔칫상이나 조상님 제사상에는 회나 탕이 아닌 말린 생선으로 포를 만들어서 상에 올렸습니다.

오돌오돌한 껍질과 쫀득한 부레

목포역 근처 중앙동 1가에 ‘민어의 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에 민어 요리 전문점이 겨우 여섯 집 있는데도 영광스런 이름을 내걸고 있는 것은 이곳에서 최초로 민어 요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목포시내에는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던 동네가 있습니다. 해방 후, 그 동네에서 살다 일본으로 물러간 일본인이나 그 후손들이 지금도 해마다 한두 차례 찾아오고 있답니다. 40여 년 전,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이곳의 한 식당 주인에게 민어회와 민어탕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가르쳐준 게 거리의 탄생 역사입니다. 탕을 끓일 때 껍질과 부레를 탕에 넣지 않고 기금소금에 찍어 먹는 것도 그때 가르쳐 주었답니다.

그 식당 주인이 영란횟집의 시어머니였습니다. 지금은 큰딸(영란)을 거쳐 며느리가 주인 역할을 하고 있지요.



민어 전문점에서 회를 주문하면 먼저 상에 오르는 초다짐거리로 부레와 껍질과 뼈다짐이 있습니다. 이들을 상추에 싸서 먹으면 식도락가가 아닙니다. 이들은 기름소금이나 간장에 살짝 찍어서 먹습니다. 껍질은 오돌오돌 씹히고, 부레는 익히 경험하지 못한 쫀득함이 느껴진다. 10여 차례 씹으면 달콤한 맛이 입천장에 전해집니다. 특히 부레는 아교질이라서 옛날에는 아교풀 재료로 사용했다는데, 허약한 체질을 보강하고 노화를 방지해준다고 하여 한방에서 보약재료로 쓰기도 한답니다.

초다짐을 먹고 나면 회를 내옵니다. 투명한 살점에 하얀 줄무늬가 있고, 껍질 부위는 붉은 색을 띕니다. 회는 대부분 숙성시킨 민어에서 살점을 뜬 겁니다. 회는 상추에 싸서 먹는데 된장, 마늘, 풋고추 등을 넣어 함께 싸서 먹습니다. 상추가 씹히는 동안 살점이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닙니다. 쫀득한 식감이 먹는 사람을 뿌듯하게 합니다. 


회를 먹은 후에 탕을 내옵니다. 민어탕은 양은 냄비에 끓여서 내오는데 노랑색 생선기름이 동동 떠 있습니다. 대파를 잘게 떨어서 뿌려 놓았을 뿐인데 국물맛이 그만입니다. 숟가락으로 떠서 후루룩 마시면 입안에 알싸한 향기와 달콤한 맛이 감돌지요. 탕은 뼈를 넣고 오래 끓여서 국물을 푹 고아야 제 맛이 난답니다. 이런 국물을 맛보고 나면 시중에서 작은 민어를 토막 내서 끓인 탕은 맛이 비교도 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민어는 주로 여름철에 신안 지도 근해에서 잡힙니다. 민어는 깊은 바다에 살다가 산란기를 앞두고 무안, 신안, 함평이 만나는 바다에 몰려든답니다. 몸에 알이 다 여물지 않은 6월 초부터 7월 중순에 잡힌 것이 가장 맛이 좋습니다. 민어는 바다에서 건져 올리자마자 꼬리 쪽에 칼집을 내서 피를 빼고 얼음 상자에 보관합니다. 곧바로 육지로 운반하여 24시간 이상 숙성시킨 후 회를 뜨고, 뼈를 넣어 탕을 끓이고, 살짝 말린 민어로 찜을 만듭니다.

박상대
글·사진 월간 ‘여행스케치’ 발행인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