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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추천도서-장마철 책읽기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해마다 이맘때면 비가 많이 옵니다. 장마입니다. 한자어로는 ‘임우(霖雨)’라고도 합니다. 나무가 빼곡한 수풀(林) 위로 비(雨)가 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면 한자인 림(霖: 장마 림)자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장마철이 되면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이나 외출이 줄고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프로야구 경기도 우천으로 취소되는 일이 생기고, 잡혔던 골프 라운딩도 못하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예정 없이 집에 있는 시간이 자연히 많아지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TV가 바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장마철이야말로 평소에 미뤘던 독서를 할 적기입니다. 사실 새로운 책을 살 필요도 없습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도 괜찮고 읽으려고 샀지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이 집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시원한 과일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책을 펼쳐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면 장마철 무더위도 달아납니다.

참고로 무더위를 쫓아내는 에어컨은 원래 책하고 연관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윌리스 캐리어라는 사람은 장마철만 되면 책이 눅눅해지고 누렇게 변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02년 습기제거용 냉방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것이 사람들의 더위를 쫓는 용도로 발전하면서 1920년대 백화점과 극장에, 1950년대부터는 일반 가정에도 보급되어 오늘날 그의 이름의 브랜드로 에어컨이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을 켤 때마다 책장을 넘겨 눅눅해지는 책도 보호하고 지식도 쌓아가기에 좋은 계절이 장마철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식어 만이 아닌 ‘고졸신화’
자기계발서로 손색 없어

『있는 자리 흩트리기』 쌤앤파커스, 2017
김동연 현 경제부총리의 자서전적 에세이입니다. 정치인들이 관례적으로 쓰는 자서전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읽는 내내 그의 진정성과 순수함에 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는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11살에 아버지를 잃고 소년가장이 되어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셋의 부양을 맡았습니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촌 생활을 전전하며 상고를 다녔고, 가족 부양을 위해 졸업도 하기 전에 은행에 취직을 해야 했습니다. 그 이후 주경야독한 끝에, 25살이 되던 해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합니다. 이를 계기로 ‘고졸신화’란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32년 공직생활 내내 ‘사회 변화에 대한 기여’를 신조로 우리 경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소신을 다했고 지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으로 국정 전반을 조율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절, 공직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 기자들에게도 ‘가장 존경받는 관료’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잃는 남다른 슬픔을 겪은 그는 공직의 정점에서 돌연 사퇴를 하고 시골에 머물다 얼마 전까지 아주대 총장을 역임합니다. 그가 새로운 정부에 새로 발탁이 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그의 삶을 엿보고 지금 우리나라 경제수장을 맡고 있는 사람의 철학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자서전을 떠나 훌륭한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프랑스에서의 ‘낯선 경험’
우리들의 삶에 힐링 선사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사계절, 2017
전 고양이를 좋아해서 관련된 책을 많이 사는 편입니다. 이 책은 물론 고양이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다만 서점에서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가 처음에 눈에 들어와서 사게 된 책입니다. 간혹 호기심에 산 책에서 의외의 소득을 올립니다. 이 책이 그렇습니다. 만화가인 남편과 함께 고양이 세 마리와 프랑스에서 뒹굴며 살고 있다는 작가는 역시 만화를 그리고 번역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최근 삶의 속도와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제대로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 책에 숨어 있습니다. 분명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프랑스에서의 ‘낯선 경험’들은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웃음과 공감을 줍니다. 세계 곳곳의 사람이 모이는 프랑스에서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상처받은 우리들에게 힐링을 선사합니다. 이 책의 그림이 너무 좋아서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천천히 그림 하나하나에 숨겨진 인물들의 표정을 보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회복 불가능한 우리 인생
반환의 좌표를 제공하다

『오직 두 사람』 문학동네, 2017
최근 TV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김영하 작가의 단편소설집입니다. 방송 전에도 사실 저자는 골수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도회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그는 상상력이 뛰어나고 사건 전개에 대한 플롯도 다양해서 읽어 내려가는 내내 긴장을 놓치기 힘든 매력이 있습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일곱 편의 작품은 마치 일곱 명의 작가의 작품을 모아놓은 것처럼 개성이 강합니다. 무엇인가 상실을 하게 되고 그 상실감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우리에게 간접경험이라는 다소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완벽한 회복 자체가 불가능한 인생이 존재하고,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문학을 통해 혼란으로 가득한 불가역적인 우리 인생에 반환의 좌표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긴장과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는, 이미 베스트셀러인 이 책을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