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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의 상징 빨간 명찰

시론

일반인이 해병훈련소에 입소하게 되면 노란색 명찰을 달고 철모 위의 노란색 번호를 가진, 구분되지 않는 훈병 중의 하나가 됩니다. 수많은 훈련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빨간색 명찰을 달게 되며 해병대의 일원이 됩니다. 해병대만이 가진 빨간 명찰은 대한민국 해병대라는 자부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2011년 해병대에서 총기사고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병영 내에서 구타와 폭언, 욕설, 왕따, 기수 열외 등 가혹행위에 가담한 해병대 병사에 대한 처벌 중에, 해병대원을 상징하는 빨간 명찰을 일정기간 떼어내고 해병대사령부 직권으로 다른 부대로 전출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본 해병대 예비역 준장은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해병대 병사들의 가슴에 부착된 빨간 명찰을 뗀다 함은 그 병사에게는 명예적으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처벌이다. 이렇게 되면 빨간 명찰을 떼인 병사는 더 이상 해병의 일원이 아니요 죽은 목숨과 같은 치욕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러한 병사를 배출하게 된 지휘관 역시 평생 지니고 다녀야 할 군 복무 기록에 그 내용이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다.”

최근 시행된 의료현장에서의 명찰패용으로 의료계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치과의사의 명찰패용에 대한 언급도 많지만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치과위생사 *** 간호조무사 *** 등으로 직역과 이름을 표시하는 명찰이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일까요? 치과 진료실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강의 중에 어처구니없이 치료가 된 레진 치료 사진을 보여주면 청중의 많은 수는 놀랍게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건 치과의사가 한 치료는 아닐 겁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치료를 하고 있는 걸까요? 치과의사가 아닌 누군가가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 된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레진, 치경부 충전은 기본이고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더 할 줄 아는데요’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을 능력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지원자는 도대체 언제부터 나타난 것일까요? 과연 우리는 진료실에서 치과의사라는 명찰을 당당하게 달 수 있는 것일까요?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는 어떤가요?

먼저 스스로의 직무범위 내에서 주어지고 맡겨진 일을 충실하게 해 낼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술기를 가지고 있는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그리고 윤리적인 업무범위가 아닌 불법적인 다른 일들을 하며 원장에게 더 높은 급여를 요구하는 이러한 행태를 전문직업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며 직역이 적힌 명찰을 패용하도록 하는 것 역시 옳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한 불법적 위임을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비윤리적이며 불법적인 치과의사들에게는 ‘치과의사’라고 각인된 명찰을 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전문직의 기본소양은 바로 ‘윤리적이냐’ 하는 것입니다. ‘다들 그렇게 근무하며 급여를 받고 있어.’ ‘다들 그러는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그러는 거지?’ ‘내가 원장인데 이런 일은 직원이나 시키는 거지.’ ‘법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어.’ ‘원장이 시키니까 해야지 뭐.’ 수많은 변명과 아전인수의 비윤리성 속에 당당하게 명찰을 달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환자들의 불신은 되돌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해병대 예비역 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 해병대 병사들 내부로부터 변화를 일으켜 해병대 용사다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용감한 해병 용사들이여, 여러분의 빨간 명찰은 어느 누구도 떼여서는 안 된다. 선배들이 쌓아온 명예를 위해 이제는 그대들이 나서야 할 때다. 우리 국민들께 대한민국 해병대의 진면목을 다시 보여드리자. 그리하여 빨간 명찰을 영원히 가슴에 새기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