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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같은, 나의 선생님

Relay Essay 제2235번째


곤도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1년 일본 쯔루미 대학에 유학을 한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쯔루미 대학의 교정과 외래교수이셔서 장기 안정을 보이는 증례에 대해서 강의를 해주셨으니까요. 교정치료한 환자를 30년, 40년씩이나 오랫동안 관찰을 하고 그렇게 긴 세월에도 좋은 교합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놀라웠습니다.

2005년 한국에 귀국을 하고 2007년에 선생님께서 장기 안정을 보이는 증례와 그 비결을 책으로 내셨다고 하셨습니다. 너무 감동적인 책이어서 한국에도 많은 선생님들이 같이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여 한국어로 2008년에 번역을 하여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Muscle wins!의 교정치과임상, 2008년, 대한나래출판)

곤도선생님께서는 한국임상교정치과의사회의 초청으로 2007년에 한국에서 강의를 해주셨고, 외국의 연자를 두 번이나 초청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데 한국임상교정치과의사회에서 이례적으로 2009년에 한차례 더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강의를 할 때 제가 통역을 맡게 되면서 선생님과는 좀더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2011년에는 곤도선생님의 초청으로 선생님 댁에서, 한국인으로 저와, 중국교정의사, 대만교정의사, 태국교정의사 2명, 모두 5명의 아시아 교정의사를 1주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선생님께서 평생 동안 치료하신 여러 환자를 보여주시면서, 근 기능을 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오랜 기간 선생님이 몸소 체험하신 경험을 1주일 동안 듣게 되니 제가 잘 알지 못하고 있었고, 다른 어떤 세미나에서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1년 이후 선생님께서 몸이 많이 좋지 않아 외부 활동은 하나도 못하고 계신다고 하여 작년 가을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찾아뵈니 얼마나 반가워하시던지요. 제가 찾아 뵌 후로 건강이 조금 회복되셔서 2016년 12월에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주시겠다며 치료한 증례를 가지고 오라고 하시며, 2011년도에 같이 공부했던 아시아의 치과의사 4명과 일본 치과의사 4명을 선생님 댁으로 초대하여 1주일동안 마지막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교정의사인 저로서는 평생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조금 건강이 회복되셔서 선생님 생의 마지막으로 지난 2017년 6월 18일에 대만교정학회에서 선생님의 큰 강연회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오랜 인연이신 전 대만학회장님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7개국 800여명의 치과선생님들이 참석하여 교정치료 후 30, 40년 후에도 안정된 결과를 잘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경청하였습니다. 강연장으로 이동하시는 한걸음 한걸음 마다 발걸음이 쉽지 않으셔서 계속 부축을 해드려야 했지만, 강의가 시작되면서는 너무도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강의를 해주셔서 듣는 이들을 모두 매료시켰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평생 교정치료를 하시면서,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치료를 했다고 하십니다. 교합이 좋아져서 좋은 저작과 좋은 연하의 습관을 가지게 되도록, 그리고 그로 인해서 건강하고 축복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진심된 마음으로 환자를 일평생 치료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환자가 몇 십 년이 지나도 좋은 교합상태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병원을 찾아와주었다고 합니다. 강연장에서의 선생님의 에너지는 환자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대로 환자가 오랜 기간 좋은 결과를 유지하고 있었던 기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곤도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인생을 “Wonderful life”라고 하십니다. 9살 때 만났던 환자가 40년이 지나도 좋은 교합상태를 유지하면서 선생님의 클리닉을 방문해주었고, 또 그 환자가 손주까지 데리고 오는 그런 삶을 사셨다며 너무 신나하시는 모습은 구순의 연세에도 소녀 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 저도 이런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둔 건만으로도 ‘Wonderful life’입니다!

당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시는지 올해 초에는 저의 임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연하장과 함께 평생 치료하신 자료를 CD에 담아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2005년 3월에 귀국을 하였는데, 한 달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어 얼마나 큰 상실감을 경험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곤도선생님이 저희 어머니와 같이 느껴집니다.

댁에 찾아뵈면 대장금이나 이산 같은 한국 역사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다며 이산에 나오는 이서진처럼 잘 생긴 남자 너무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꼭 소녀처럼 웃으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부디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은희 바른해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