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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시론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말로 시작하고 말로 하루를 마감한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말은 내가 하지만 듣는 것은 상대방의 몫이기에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의도가 정확히 상대방에게 전달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을 하고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은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로 마음의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반면 말로써 의도치 않은 오해와 편견을 만들 수도 있다. 

근간의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에서 저자는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 나름의 온도가 있어서 언어의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의사를 전달하는 상대방과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주지만 차가운 언어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반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세상살이의 어려움에 지칠 때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기도 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한 글로 위안을 얻는다. 이러한 따뜻한 언어는 한순간 상대방의 마음에 위안과 위로를 줘서 상처를 치유해 주기도하고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 반면 직장에서 직원들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 가족에게 고쳐야할 점을 이야기 할 때 나의 관점에서 전해지는 의견은 상대방에게 긍정적으로 전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이어서 말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다했을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火傷)을 입을 수 있다. 정확하긴 하겠지만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는커녕 꽁꽁 얼어붙게 한다.

언어는 그 자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이 있다.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지고 억양과 말투에 따라 전해지는 의도가 달라진다. 무심결에 내뱉은 뜨거운 ‘말 온도’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날 수 있고 차가운 ‘글 온도’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다. 글은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리고 놓아준다고 한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와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과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으로 설명하고 의견을 전한다. 우리는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말과 글로 우리의 마음을 잘 전달하고 있는가? 우리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는 표현으로 잘 전달되어 마음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고 인간이 갖고 있는 탁월한 능력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의미 있는 행복이다. 따뜻한 말과 글의 온도로 행복이 전해지고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다면 그 행복은 우리 스스로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 오늘,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의 온도는 몇 도 일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경선 대한여자치과의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