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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해물칼국수

박상대의 푸드 스토리 - 해물칼국수
밀가루 음식 소화 돕는 ‘무’와 먹으면 꿀맛


여름에 먹는 음식 중에 대표적인 음식으로 칼국수가 있다. 칼국수는 오랜 전통음식이며 서민과 부자 가리지 않고 선호하는 음식이다. 옛문헌에도 여름에는 국수, 겨울에는 만두라고 하는데 왜 여름철에 칼국수가 당기는 것일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칼국수

 여름에는 가뭄이 이어지다 장마가 들기도 하지요. 한여름에 비가 내릴 때나 날이 궂을 때, 할머니나 엄마는 칼국수를 만들어 밥상에 올렸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 칼로 썰고, 삶은 팥 국물을 넣어 끓인 팥칼국수를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그런 탓인지 지금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칼국수나 파전에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름날 오후 날이 궂을 때면 술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은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파전이나 빈대떡에 ‘한 잔 마시자’는 약속을 합니다. 이런 현상을 한의사들은 몸에 기운이 다운될 때 몸이 스스로 기운을 회복할 수 있는 음식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먼 옛날 할머니 때도 그랬고, 지금도 몸에서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지요. 분식의 재료인 밀가루 때문이랍니다.

 밀은 늦가을에 씨앗을 뿌려서 겨울을 땅 속에서 보내고 봄에 자라고 열매를 맺은 뒤, 여름에 수확합니다. 밀의 성질은 찬 편입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에 국수를 만들어 먹는 겁니다. 그런데 비가 내리고 기운이 낮아질 때는 그냥 국수를 먹는 것이 아니라 칼국수를 먹습니다. 칼국수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팥칼국수, 바지락칼국수, 해물칼국수, 닭칼국수 등등. 이들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해산물이나 육수를 통해 밀가루가 지니고 있는 찬 성분을 뛰어넘는 따뜻한 성분이 가미된 것이지요.

 그런데 유명 칼국수집 식탁에는 깍두기나 총각김치, 하다못해 단무지가 올라옵니다. 밀가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시킬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소화를 돕는 무를 함께 먹는 것이랍니다. 칼국수나 국수, 수제비, 자장면이나 우동을 파는 음식점에서 무로 만든 반찬을 한 가지도 내놓지 않는다면 주인이나 주방장이 음식의 속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칼국수집에서 보리밥을 한 숟가락 주는 것은 칼국수로 인해 기운이 상승하는 것을 조율하기 위한 것입니다. 보리밥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히 조화를 이루게 하려는 것이지요.


바다의 향기와 맛을 품은 해물칼국수

수도권에서 해물칼국수를 많이 파는 곳은 오이도와 대부도입니다. 지하철 4호선 종착역이 있는 오이도는 오랜 세월 섬이었는데 지금은 시화호를 건설하면서 주변 갯벌을 매립하여 육지로 편입된 곳입니다. 해물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시화방조제가 시작되는 지점 안쪽에 있는 식당가입니다. 횟집과 칼국수집이 뒤섞여 있는 곳이지요.

해물칼국수, 바지락칼국수가 대세입니다. 바지락칼국수가 해물칼국수보다 먼저 사람들의 식탁에 올랐는데 칼국수에 바지락을 듬뿍 넣어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물칼국수는 바지락과 굴, 홍합 따위 조개류, 왕새우, 꽃게, 주꾸미나 낙지가 들어 있습니다. 애호박과 양파, 대파, 마늘을 넣어서 맛을 살려 주지요.

국수나 칼국수 맛의 절반은 육수가 좌우합니다. 멸치국물, 다시마국물, 사골국물, 닭뼈국물 등 육수의 이름으로 탄생한 칼국수도 있잖아요. 해물칼국수의 육수는 각종 해산물을 삶아서 만듭니다.

해물칼국수를 먹을 때는 냄비에 통째로 들어 있는 낙지를 먼저 먹습니다. 살짝 데치는 정도로 익혀 먹어야 더 맛있거든요. 바지락들이 입을 벌리고, 새우가 주황색으로 변할 때 면발과 해산물을 건져 먹습니다. 그리고 육수를 먹어야 해물칼국수를 잘 먹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밑반찬을 너무 많이 먹거나 밥을 먹어서 국물을 먹지 못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절반만 먹는 셈이 됩니다.

오이도 해물칼국수는 몇 해 전 대통령이 다녀간 후로 더 많이 알려졌답니다. 그 집 사장님 표현을 빌자면, 손님들이 “바다에서 난 보양식을 먹었다”고 한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여행 온 손님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이듬해 가족과 함께 다시 와서 먹고 갔다는 해물칼국수입니다.


박상대
글·사진 월간 ‘여행스케치’ 발행인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