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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문화유산여행을 다녀와서

Relay Essay 제2241번째

7월 2일 해남윤씨 종가인 녹우당을 비롯한 해남 일원으로 조선대학교 총동창회서 마련한 남도문화유산여행을 다녀왔다. 아침 9시에 출발하여 해남으로 가는 길에 강진에 있는 모전석탑인 월남사지 3층석탑과 제2대 조계종 국사인 혜심 진각국사비를 둘러보고 녹우당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녹우당 내부를 관람하기 어렵지만 특별한 행운으로 녹우당을 직접 돌아보게 되었고 장마기간이라 며칠전부터 비가오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하늘이 돌보심인지 다행히 여행내내 비를 거의 맞지않는 행운 또한 누리게 되었다.

해남에서 유명한 닭 코스요리로 점심을 마친 후 인도에서 온 돌배에 실려있던 소가 마지막 쓰러진 곳에 세웠다는 전설이 있는 미황사 및 부도밭을 둘러보았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 기암절벽과 미황사의 조화는 절경이라 할 만 하였다. 철제 비로자나불이 있는 은적사를 거쳐 마지막으로 나주향교를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일정을 마무리하였다.

2015년 우연히 공재윤두서의 서거 30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듣게되고 해남윤씨 집안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물전시회를 관람하면서부터 공재 윤두서와 해남 윤씨 집안과의 인연이 시작되게 되었다. 이번에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총동창회장이 된 후 남도문화유산 여행을 기획하면서 녹우당을 포함하게된 것도 그런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해남 윤씨 종가인 녹우당은 고산 윤선도나 그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를 배출한 집안이기도 하지만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과 시, 문, 서, 화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남도문화유산여행은 그동안 몰랐거나 소홀히 대했던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조상들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알아볼 수 있었고 또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던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해남윤씨 집안은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가사문학), 공재윤두서의 우리의 글씨(동국진체), 진경산수화와 풍속화 등 우리의 그림을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외증손자인 다산 정약용을 통해 실학사상을 발전시키는데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해남윤씨 가문이 조선 후기의 중국의 사상과 문화의 답습이 아니라 우리만의 고유한 사상과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세금을 못내 옥에 같힌 백성들을 위해 세금을 대신 내어주고 옥에서 풀어주는 일을 세 번이나 한 어초은 윤효정, 몸소 근검과 적선을 실천한 윤선도,  간척사업을 열어 백성들의 스스로 살아갈 길을 열어주고자한 윤두서의 애민정신도 기억했으면 한다.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면 강한 인상과 더불어 자비라고는 없는 완고한 선비의 이미지가 연상되나 윤두서의 삶을 알고서 바라보는 자화상은 강직하면서도 백성들을 위한 애민정신과 실학사상을 통한 동양적인 철학의 아름다움이 서려있음을 보게되었다. 또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에 서린 표정 또한 보게 됩니다. 숙종시대 극심한 당재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결국 해남으로 낙향하게 되었으나 관직을 버리자 비로소 주변에 있는 백성들의 삶이 그의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하나를 잃자 더 많은 것을 얻게되는 것입니다.

치과의사의 삶을 살아오면서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회의를 느낄때도 있지만 윤두서와 같은 선조들의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위안과 삶의 이정표로 삼고 앞으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삶과 치과의사로서의 업을 뒤돌아보고 나 자신을 생각해보는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11월에 또하나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20여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센인을 돌보고 있는 오동찬 동문과 함께하는 소록도 탐방과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었던 보성으로의 문화유산 여행이다. 또 한번 나를 찾는 여행이 될 것이며 사람을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는 진정한 인문여행을 기대해본다.

문익훈
신우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