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영국치과의사로서 살기

기 고

역마살과 더불어 김찬삼 여행기가 감명이 깊었는지 어릴 때부터 여행과 이민이 꿈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나라 가운데 영국으로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인기 이민국으로 생각되는 나라들을 방문도 해보고 치과 현황을 분석후 여의치 않다고 판단 된차에(한인 치과는 이미 포화상태였다). 마침 영국에 와있던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미지의 환경에 대한 호기심도 일어나고 유럽 각국을 용이하게 여행 다닐 수 있다는 잇점도 있어서 더 늦기전에- 당시 39세- 한번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치과를 후배에게 인계하듯 정리하고 짐을 꾸려 2002년 월드컵 결승 다음날 부랴부랴 영국행 비행기에 가족들과 몸을 실었다.


다음날 히드로공항에 내려 불법이민이 아닌가 하는 의심속에 10시간 가까이 억류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선 월세집을 구한 후 한국에서 대강 준비한 정보에 의하면 우선 영어시험(IELTS)의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각각의 영역을 7.0(8.0만점)을 얻어야 면허 본시험을 치를수 있었다.


딱 한 항목씩 번번히 떨어지기가 5~6차례, 거의 2년의 세월(옥스포드에서 6개월 하숙을 하며 용하다는 IELTS 전문 학원도 다녔다.)을 영어 공부로 보낸후에 마침내 본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외국에서 온 치의 수험생들과 그룹스터디를 하며 1차 - 필기 +구두시험, 2차 - 마네킨 시험(보철, 보존과 엔도), 3차 - 환자대상(주어진 케이스의 management와 환자로부터의 피드백)으로 임상시험-을 통과하여 2005년 크리스마스 며칠전 마침내 대망의 합격의 소식을 들었다.


젓가락을 쓰는 한국사람은 섬세함이 뛰어나 보철시험 감독이 크라운 마진처리를 보고 놀라기도 했으나 레진필링을 허둥대어 다른 위치에 잘못 파는 바람에  2차 시험을 한번 떨어지고 3개월 기다린 후 재시를 보았다. 이 자격시험은 IQE(international Qualifying Exam)에서 5~6년 전에 ORE(Overseas registration exam)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포맷은 거의 비슷하나 더 많이 떨어뜨리기 위해 좀 더 까다로워  진 것 같다고 실제시험을 치룬 한인 치의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치과의사는 아주 인기 있는 직종이라(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느끼는 대신 존경과 함께 역시 수입의 안정이 제일 큰 이유같다) 한인 2세 졸업생들도 꽤 있다. 치과대학은 늘 수능점수 최상위권을 받아야 하고, 경쟁률도 인터뷰까지 포함해서 평균 15:1에 달한다.(Leeds 대학 2013년의 예)


5년제가 대부분이고 6년제 (King’s College)도 더러 있다. 졸업 후 2년간 교육기관으로 승인된 치과에서 mentor하에 연수받으면서 vocational training number를 취득하면 NHS(국가의료보험)치과에서 일하거나 환자본인 부담금 외에 치료비 일부를 정부에 청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순전히 환자가 전액 치료비를 부담하는 private치과를 운영해야 한다.


나도 이 VT number 취득을 고려했으나 나이를 핑계로 그냥 개원을 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되는 점도 많다. 졸업생들은 아무래도 런던에서 training을 받고 싶어하나 이것도 경쟁이 치열해 졸업때 보는 면허시험 점수가 결정적이다.


요 몇 년 사이 나날이 NHS 예산( 우리나라 총 국가 예산보다 많다 함)의 적자가 심해져 보험비 신청도 어려워졌고, 아주 짜게 지급하고 있어 계속 private practice로 전환되는 추세이다. 쉽게 말하면 국가가 은근히 장려하는 분위기다.


우여곡절 끝에 독일계 마취과 의사가 수십년 병원으로 운영했었던 주택을 구입하여 2006년 6월 개원을 하였다. 이 분은 90년대 초 이 집에서 별세하셨는데 영국에선 주택에서 2층에서 살면서 치과를 운영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1분(?)남짓의 출근시간은 큰 장점이다.


개원 후 한국에서 10여 년간 교정을 주로 했던 터라 일반진료에서 소송 직전까지 가는 크고 가는 시행착오를 적지 않게 겪었다. 물론 같은 동포이기 때문에 더 까다롭게 대한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영국은 의료소송이 아주 발달돼 있어 전세계에서 캘리포니아를 제치고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다고 들었다. 특히 임플란트 시술의 보편화로 2~3년사이 소송보험료(indemnity insurance)가 엄청 인상되었다. 본인도 약 2년간은 연 15,000파운드(예전 2000원 환율 기준하면 삼천만원)를 보험료로 냈었었다. 현재는 5800파운드, 즉 월 100만원꼴을 부담한다. 그러니 complaint이 안 생기도록 차트 기록에서부터 치료에 최선을 다할수 밖에 없고 환자선별에도 모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환자와의 시시콜콜한 대화내용도 철저히 기록하고, 친절한 설명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 등 이제는 어떻게 litigation을 피하는지 알 것 같다.


한국처럼 평생 보수교육 점수도 5년마다 보고하게 돼 있다. 단 하루 세미나 등록비용이 한국에 비해 비싸서(300파운드 내외)늘 주저하게 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우성 원장
영국 런던 뉴몰든 ine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