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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자공, 자네 발치 좀 하나?

그림으로 배우는 치과의사학- 15


Horseshoe appliance는 혼합치열기 기능성 3급 부정교합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옵션중 하나다. 교정 장치의 모양이 Horseshoe와 비슷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Horseshoe는 한자로 편자(鞭字)이고, 말발굽 바닥에 붙이는 U자 모양의 쇳조각을 말한다. 이러한 편자를 만들거나 말굽에 편자를 박아 넣는 사람이 Farrier(편자공, 鞭字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편자공과 같은 직업을 장제사(裝蹄師)라고 한다. 한자 편자공에는 ‘장인 공’이, 장제사에는 ‘스승 사’가 사용된 것이 이채롭다.

편자공은 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편자의 장착과 교체를 결정한다. 발톱이 자라는 속도는 교체에 영향을 주므로 말에 대한 해부학적 및 생리학적 지식도 필수적이다. 편자공은 빠른 손놀림으로 정밀한 작업을 신속하게 끝내야 하고, 갑작스런 말의 움직임에도 대처를 해야 하는 숙련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말이 출혈이 야기될 정도로 다치면 이 또한 편자공의 몫이었기에 horse-doctor(말전문 수의사)였다. 이러한 직업의 역사적 배경이 편자공으로 하여금 발치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었고 18세기 발치사로서 한 축을 담당하였다.

17세기 조선시대 마의(馬醫)가 18세기 서양의 편자공처럼 치아 치료를 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하게 하는 인물이 있다. 백광현(1625-1697)은 마의(馬醫)로 출발하여 어의(御醫)까지 지낸 조선 최초의 외과의다. TV 드라마 ‘마의’로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백광현은 침술을 독학하여 말을 치료하였다. 이러한 자신감으로 그는 사람의 종기도 침으로 시술하는 외과적 치료법을 개발하였고 현종과 숙종의 종기를 치료하여 어의에 오르게 되었다. 드라마 마의에서 현종의 여동생인 숙휘공주의 반려묘 이빨에 생긴 충치를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는 수근거림이 들리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림은 18세기 무렵 대장간에서 이루어지는 치과 치료 모습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림에 나오는 세 사람의 표정이 사뭇 대조를 이룬다. 먼저 술자인 편자공은 친절한 것 같지만 왠지 미소가 꺼림칙하다. 그러나 자신감하나 만큼은 분기탱천하다. 반면 환자는 방어적이고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며 격렬한 저항 때문에 가발이 곧 벗겨질 것 같다. 편자공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젊은 여성은 놀라면서도 감탄의 눈길로 치료 장면을 쳐다보고 있다.

특히 이 그림은 인기가 많아서였는지 각각 다른 여러 명의 화가들이 그린 몇 가지 버전들이 있다. 첫 번째 버전은 독일 아우스부르그 판화가 Johann Simon Negges(1726-1792)의 작품이고 제목은 ‘L’Arracheur des Dents burlesque des Hommes(1770-5)’이다. 첫 번째 버전에 색깔을 입힌 그림이 1792년 그려졌고 작가는 미상이나 제목은 ‘The Country Doctor, or Farrier turned Tooth Drawer’이다(그림1). 그림 하단에 12줄의 시가 있는데 아래에 원본과 필자의 번역본을 올려본다.

Why! Doctor of Horses, how comes it to pass,
That you condescend to draw teeth for an Ass!
Says Poll from the Magpie, who came for her Pot,
Just as Dentist fast hold of his Patient has got.
Who made such a noise betwixt roaring and praying,
That Polly declar뭗 it was nothing but braying;
I vow says the Dentist, I ne뭙r met with his fellow
For I give him no cause thus to roar and to bellow.
I am not like a Country Blacksmith who draws
His Patient from morning, till night, by the jaws;
I extract in an instant, above, or beneath,
And will make his mouth easy, in spite of his teeth.

편자공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자네 당나귀 이빨은 잘 뺀다고 하더군
사람을 식별할 줄 아는 까치가 이렇게 말하더군
치과의사는 환자를 정확한 시간 안에 빠르게 치료한다고.
환자가 고함을 지르고 기도하는 사이에 누가 이런 소음을 냈겠는가?
앵무새는 그것은 단지 듣기 싫은 소음일 뿐이라고 하더군
나 편자공은 그런 환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맹세하네.
왜냐하면 나는 환자를 전혀 아프지 않게 하거든
나는 하루 종일 겨우 한 개를 발치하는 시골 대장장이가 아니네.
나는 상악이든 하악이든 눈 깜짝할 사이에 발치를 하고
환자의 치아 상태가 안 좋아도 금방 환자를 편안하게 해준다네.


James Wilson(1735-1786)의 크기가 약간 작은 그림 제목은 ‘The Dentist, or Teeth drawn with a Touch’이며 하단에 4줄의 시가 써져 있는데 다음과 같다(그림2).

Ye Worthies of the British Nation,
영국에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여,
Attend to my new Operation!
나의 새로운 치료법을 받아보시오,
Let Colt뭩-Teeth, or Decay뭗 Ones come,
망아지 이빨 또는 벌레먹은 사람 치아 발치해요,
My Pincers Quick will ease your Gum.
내 핀셋이 당신의 잇몸을 편안하게 해줄 거에요.

편자(horseshoe)가 말발굽을 보호하는 것처럼 사람이나 집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유럽에서 전해지고 있다. 편자는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물로 여겨져 집들이나 개업 선물 등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집이나 가게 현관에 편자를 장식용으로 걸어 놓는다. U자 모양 편자를 보면 상악과 하악이 연상되고, 편자의 상징적 의미까지 감안한다면 말편자는 치과의사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말편자가 치과의 발전을 기원하고, 치과의 액운을 차단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하니까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만 하다. 나는 ‘내 치과 운명은 원장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더 힘껏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만 말편자는 달려 갈 것이다.  


권 훈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대한치과의사학회 정책이사
2540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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