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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자

Relay Essay 제2248번째

요즘은 참 혼자라는 게 트렌드인가 보다. 온 세상이 혼자 열풍이다. TV에서는 혼밥, 혼술 열풍이고 서점에 가도 나 혼자 즐기는 xx, 나 혼자 떠나는 xx 이런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트렌드가 절묘하게도 내 삶의 곡선과 시기에서 접점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학교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냈고, 대학교 입학하고 자취를 하며 자립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몇 발짝 안떨어져 살았기에 거의 마을 공동체와 같은 생활을 하였었다. 그렇게 어울려 지내다 보니 그 당시에는 혼자라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혼자 밥을 먹으면 안되고, 혼자 여행을 가서도 안되고, 혼자 운동을 해서도 안되고 그런 규율을 사회가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내가 그저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어서 혼자가 되기를 꺼려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변했던 시기는 공중보건치과의사로 일했던 3년간이었다. 동료 의사들이 근처에 있긴 하였지만 예전에 보냈던 나의 학창시절과는 많이 달랐다. 예전에는 나와 하루 스케줄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혼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을 때도 있었지만 혼자 밥을 먹는 시간도 늘어났다. 내가 찾아서 여가를 꾸려나가야 했다. 밤에는 항상 시골 근무지의 숙소에서 적막함과 함께 잠에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예전에는 운동도 꼭 누구와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테니스, 축구 같은 운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굳이 시간 맞추는 것도 번거롭고 혼자하는 운동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수영이나 골프를 한다. 그리고 주말이면 놀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이 약속, 저 약속 잡았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젠 주말에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가진다. 그러면서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독립된 ‘나’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책임질 것들도 숫자만큼 늘어난다. 내 직장에서의 역할, 내 건강, 부모님, 미래에는 내 가족도 책임져야할 것이다. 그 말인 즉슨 ‘나’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하고, 책임져야할 사람이나 일들이 늘어날 것이란 말이다. 지금 이 혼자인 시간을 잘 보내야 그 울타리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 나이대의 사람들은 다들 나와 같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혼자’인 걸 두려워 할 필요없고 ‘혼자’라서 외로워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미래에 더 풍요로울 나를 위해 성숙해지는 시간, 그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이형직 부산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