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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생활 외로운 만큼 보람도 큽니다”

[ 특별기획 ] 공중보건의 동행 취재 ① 대청도 보건지소 신동하 공보의


현재 450여 명의 치과 공중보건의가 전국 각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복무 기간 동안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본지는 지역 주민들의 구강건강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는 공보의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취재 대상은 도서·벽지에 근무 중인 공보의를 우선으로 했습니다<편집자 주>.


하루 평균 환자 5명…보철진료 경험 ‘덤’
짙은 안개·파도로 주말 ‘섬 콕’은 다반사
넉넉한 주민들 인심이 제겐 큰 위안이죠



입도도 출도도 맘대로 안되는 대청도
친구와 약속이요? 하늘의 허락이 먼저죠


“기자님, 대청도에 들어오셨다가 며칠 못 나가실 수도 있으세요.”

인터뷰 요청을 위해 한 전화 통화에서 그는 기자에게 잔뜩 겁을 줬다. 그리고 섬에 들어가기로 한 날 아침, 그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기자님, 제 생각에는 지금 대청도 상태 봐서 오늘 배가 못 뜰 것 같습니다. 여기는 지금 인터넷, 전화도 오락가락하고 있어요.”

지난 7월 7일 오전 7시 30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8시 30분에 대청도로 출항하는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안개 때문에 배가 ‘출항 대기’ 상태라는 방송이 나왔다. 대청도 보건지소에 있는 신동하 공보의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언제 뜰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참 후 신 공보의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배가 뜨기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안개가 차츰 걷혔다. 오후 1시가 돼서야 배는 출항할 수 있었다. “승객 여러분, 높은 파도로 인해 대단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3시간 50분 동안 배 멀미와 싸운 끝에 대청도에 겨우 닿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섬은 안개에 포위당한 모습이었다. 신 공보의가 선착장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기자님 운이 좋으시네요. 오늘 못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웃음).


# “뭐가 힘드냐고요? 그야 ‘외로움’이죠”

일과를 마친 신 공보의와 저녁 밥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92년생으로, 연세치대를 2017년 졸업한 그는 1지망으로 인천을 기입했지만 제비뽑기에서 6등에 당첨되는 바람에 대청보건지소에 배정됐다. 

신 공보의는 대청보건지소에서만 하루 평균 5명가량의 환자를 진료한다. 많을 때는 10명 이상일 때도 있다. 이밖에도 소청도진료소 치과진료실, 대청초등학교 치과진료실에 정기적으로 나가 진료한다.

대청보건지소가 속한 인천 옹진군은 모든 보건지소에서 ‘보철진료’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보철 진료 경험도 쌓고 덤으로 인센티브나 휴가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신 공보의의 설명이다.

섬 생활 4개월째에 접어든 그에게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물었다. 그는 “그야 외로움이죠”라고 무덤덤하게 답했다. 안개가 워낙 자주 끼는 지역이라서 배가 못 뜰 때가 많다 보니, 섬 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 어렵다고도 했다. 그가 대청보건지소에 배정받고 처음 입도(入島)하기로 한 날에도 안개 때문에 배가 결항됐다. 결국 다음날에야 그는 대청도에 발을 디뎠다. 일종의 전주곡이었다.

“들어온 것도 제 의지가 아니었지만, 나가는 것도 제 의지대로 잘 안 돼요(웃음). 주말에 약속 잡아놨다가도 배가 안 떠서 못 나갈 때가 많으니 답답하고 우울해지곤 해요.” 그는 맥주 캔이 수북이 쌓인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주위에 여가를 즐길 만한 시설이 전혀 없어서 맨날 술만 마시게 된다”며 웃었다.

그나마 섬에 들어온 이후 기르기 시작한 고양이 두 마리가 위안이 되고 있다. 그는 옹진군에서 이름을 따 고양이의 이름을 옹이와 진이라고 붙였다.

 # “축하드립니다. 안녕히 돌아가세요”

신 공보의는 섬 생활이 외롭고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고 했다. “분명히 보람은 있어요. 섬 주민들이 진료받고 고마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기 주민들이 워낙 인심이 좋으셔서 가끔 이런저런 선물을 들고 올 때도 있으세요. 물론 김영란법 때문에 비싼 선물은 사양하지만.”

그에게 전역 이후 삶의 계획에 관해 물어봤다. “전역하면 구강악안면외과 수련을 받을 생각이에요. 나중에는 미용 분야를 특화한 치과를 개원하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얼굴이 밝아졌다. 푸르른 젊음이 더욱 빛나 보였다.

신 공보의와 기자는 ‘내일 과연 배가 뜰 것인지’ 걱정하며 각자의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새벽. 기자는 배가 뜨는지 확인하러 선착장에 나갔다. 높은 파도가 연신 방파제를 때리고 있었지만, 밤사이 안개는 물러나 있었다.

다행히 배가 제시간에 떴다. 새벽 어스름이 채 걷히기 전에 배에 올랐다. 신 공보의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신 선생님, 저는 5시 20분 배로 나갑니다. 덕분에 잘 있다가 가요.” 1시간쯤 지나 그에게서 답이 왔다. “아, 축하드립니다. 안녕히 돌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