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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ay. 저도 잘 볼 수 있을까요?- 닉 베세이 展을 다녀와서

스펙트럼

미술전을 보러가는 것이 소소한 취미인 나는 여러 전시회를 알아보던 중 엑스레이 아트라고 하는 독특한 예술 사조의 전시회에 대한 소개글을 읽었다. 그 전시회의 소개글을 처음 읽었을 때 대부분의 현대 미술전이 그랬던 것처럼 발상의 참신함 이상을 느끼진 못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재밌게 즐기다 오고 엑스레이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면(?) 찍고 와야겠다고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회에 갔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닉 베세이의 엑스레이 아트란 엑스레이로서 오브제를 촬영해 그 내면의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적 색채가 강한 현대미술의 신(新)사조이다. 이 전시회의 초반부에서, 그는 신발, 전화기 등 일상적인 사물들의 미학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엑스레이 아트로 드러냄으로써 엑스레이가 사물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그는 외모나 이미지에 집착하는 현대의 사람들이 매우 천박하다고 말하며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예술 작품을 창조한다. 오른쪽은 닉 베세이의 ‘selfie’라고 하는 작품이다. 한껏 꾸민채로 셀카를 찍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역설적이게도 셀카를 찍는 누구든 이 모습’이라는 닉의 글귀를 읽는 순간 감상자는 닉이 환기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닉의 작품 대부분은 엑스레이 사진에 대한 사색 없이는 그 진가를 알기 어렵다.

이번전시의 작가소개의 글귀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닉이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은 병원에서의 촬영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이들의 유사점은 여기까지다.’ 실로, 사물에 대한 본질적 탐구를 원하는 닉 베세이에게 엑스레이란 정말 꼭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런 닉의 탐구정신을 극찬하는 말로 쓴 것일 텐데, 그 의도와 상관없이 이 글귀가 미묘한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의사에게도 엑스레이는 진료수단으로서 일종의 탐구의 대상이다. 혹자는 이를 의아해 할 수 있으나 치의학도로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판단하는 많은 방법론들은 치과계의 닉 베세이 같은 사람의 탐구정신의 산물인 것은 분명하다. 비록 닉만큼 사색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어도, 진짜로 의사에게 ‘이들의 유사점은 여기까지’가 되어 버린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번 전시회는 미래에 대해 추상적인 상상만 해왔던 나에게 많은 의문을 남겼다. ‘이들의 유사점은 여기까지’인 것처럼 대학생활을 보내진 않았나? 이대로 가도 앞으로 남들만큼 할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이번 방학때의 전시회의 방문은 치과대학생으로서 나의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출처) http://m.kr.ajunews.com/view/20170618112841931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준엽 원광치대 본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