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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을 연결하다

스펙트럼

책은 왜 읽는 것일까요.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듣던 잔소리 중 하나는 ‘책 좀 읽어라’라는 말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은 물론 유아 시절에도 책 읽는 것엔 학을 뗐고, 이후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책은 그저 인생에서 ‘싫은 것’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1년이 흐른 대학교 2학년, 갑자기 찾아온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인해 꽤나 힘들었습니다. 가장 큰 역경은 관계의 부재였는데, 이를 이겨내기 위해 병원, 한의원 치료 모두 받아봤으나 크게 효과가 없었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하루 3시간 수면에 굴복할 즈음 저는 서점에서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이 책은 당시 저에게 있어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책 속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는 제게 필요한 모든 말을 향유하고 있었고 구절 한마디 한마디는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막연했던 불안감은 조금씩 사라져갔고, 책을 10번 정도 정독할 때엔 불면증과 우울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절실한 필요에 의해 저자의 절절한 정신을 탐구한다면 책의 진의를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계발서 외에도 문학에선 올바른 가치관과 직관의 지혜를, 역사에선 자아와 세계관에 대한 통찰을, 철학에선 단순하면서 복잡한 진리를 향한 갈구를 얻기 위해 읽는다면 책은 개인의 내면에서 자라고 체화되어 비로소 그 의미를 찾게 됩니다.

 앞으로 저는 이 코너에서 책과 삶을 연결하고 싶습니다. 소설을 통한 깨달음을 논할 수도 있고 당시 시대상을 논할 수도 있으며 현재의 트렌드와 결부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 고전소설과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연결하여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여러분 혹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을 읽어보셨나요? 대부분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한 번씩은 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구보 씨는 하루 동안 서울 종로 구석구석 돌아다녔는데, 그 과정에서 현재와 과거, 외적 풍경과 내면 정경을 포개었습니다. 다른 민족주의 소설과는 다르게 이 소설에서는 근대 서울의 사소한 풍경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덕분에 읽으면서 이전의 서울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이를 구글 어스와 연결하여 당시의 여정을 한 번 준비해보았습니다. 

 구글 어스란 2005년부터 구글에서 제공한 서비스로 전세계 모든 장소를 원하는 위치, 원하는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입니다. 국내에선 현재 안보 등의 이유로 원활한 3D 지도를 얻을 수 없지만 해외 유명 지역은 이미 3D화되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중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이 한 여행을 생동감 있게 재현해줄 뿐만 아니라 지리, 역사 교육 등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입니다.
 위 여정에서 구보 씨는 도보로는 9.6km, 전차로는 5.7km의 여정을 하였습니다. 구글 어스를 통해 곳곳에서 서울의 미래유산도 만날 수 있고, 특정 장소와 구보 씨의 내면세계를 연계하여 본다면 아마 조금은 더 의미 있는 여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택규 학생
단국치대 본과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