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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 3년, 재충전 기회로 삼고 싶어요”

[ 특별기획 ] 공중보건의 동행 취재②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보건지소 허용호 공보의


현재 450여 명의 치과 공중보건의가 전국 각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복무 기간 동안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본지는 지역 주민들의 구강건강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는 공보의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취재 대상은 도서·벽지에 근무 중인 공보의를 우선으로 했습니다<편집자 주>.


환자 하루 평균 1~2명 …매주 학교서 아이들 진료
노인정 정기적 방문 잇솔질·틀니관리 방법 교육도

“저는 여기서 정말 잘 지내고 있거든요. 저보다 더 열악한 곳에 있는 분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지난 8월 9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보건지소에서 만난 허용호 공보의는 ‘정말 잘’ 지내고 있었다. 인터뷰 요청을 위해 한 전화 통화에서 그가 말한 그대로였다.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공보의 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환자들 고마워할 때 큰 보람

2011년 단국치대에 입학해 올해 졸업한 허 공보의는 지난 4월부터 고성군 현내면 보건지소에 근무하고 있다. 위도 38.5도의 고성군 현내면은 동해안 최북단 접경지역이다.

그는 강원도와 궁합이 꽤 잘 맞아 보였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워낙 북적대고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 성향인 까닭이다. “제가 만약 서울처럼 시끌벅적한 곳에서 생활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원도에서 지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긴 해요(웃음)”.

고성군에는 그가 좋아하는 바다, 산, 호수가 모두 있다. 이런 자연환경은 6년간의 치대 생활에 지친 그에게 쉼과 힐링을 제공한다. “예과, 본과 거치면서 많이 지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공보의 생활 3년을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삼고 싶어요.”

현내면 보건지소에 내원하는 환자 수는 일 평균 1~2명가량이다. 또 그는 매주 전교생이 60명 정도 되는 인근 대진초등학교에 나가 아이들을 진료한다. 이 밖에 노인정 등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잇솔질이나 틀니관리 방법 등을 교육하는 활동이 그의 주된 일과다.

허 공보의는 이런 일상 속에서 환자들이 진료받은 후 고마워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저는 군 복무 대체로 공보의 생활을 하는 거잖아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임에도 환자분들이 너무 고마워하시니까 괜히 뿌듯함 같은 걸 느낄 때가 많아요.”


# 관사 부족, 세탁기 없어 불편

허 공보의에게 이곳 생활에서 힘든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힘든 점은 별로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 나서 “야식 먹기가 힘들다는 것 정도?”라며 웃었다. 그저 농담 섞인 대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보니 나름 고충일 것 같기도 했다.

“보건지소 주변에는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식당이나 가게가 없어요. 차 타고 적어도 20분은 나가야 야식거리를 살 만한 곳이 나와요. 그러나 보니 배고플 때 참 견디기 힘듭니다(웃음)”.

거듭된 추궁에 허 공보의는 몇 가지 불편한 점을 더 이야기했다. “굳이 말한다면 관사에 세탁기가 없다는 것? 그래서 매주 집에 갈 때마다 빨랫감을 가져가 빨아 와야 해요. 또 보건지소에 공보의가 치과, 의과, 한의과 3명 있는데, 관사가 둘 뿐이에요. 전 2인 1실을 쓰고 있는 데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죠.”

그는 거의 매주 금요일 일과가 끝나면 서울 집에 간다. 고성군에서의 공보의 생활을 아무리 즐기고 있다 하더라도 주말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통 편의상 자가용을 이용해 집에 가다 보니 기름값이 상당하다.

“아무래도 거리가 꽤 되다 보니 기름값이 만만찮게 들어요. 한 달 평균 40~50만원 정도 되니까, 공보의 월급의 3분의 1이 기름값으로 나가는 셈이죠(웃음)”.


# 치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 바꿨으면

허 공보의에게 젊은 치과의사로서 치과계에 바라는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국민들이 ‘치과’ 혹은 ‘치과의사’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치과의 경우 비급여 항목이 많다 보니 치과마다 수가가 천차만별이잖아요.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때문에 치과의사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치과계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여름에는 서핑, 겨울에는 스키나 보드를 탈 생각이다. 이 모든 게 강원도에 살고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여기에다가 그는 취미 삼아 ‘작곡’ 공부도 틈틈이 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작곡을 배운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세요. 제가 뭐 작곡가가 되려는 건 절대 아니고요(웃음).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틈틈이 작곡을 해보고 싶다는 것 정도예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공보의 생활에 임하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근무지가 섬이거나 자신의 집과 멀리 떨어진 곳일 경우 정말 지내기 힘들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도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곳 생활의 만족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어떻게 마음 먹는냐에 따라
그곳 생활 만족도 크게 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