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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내과, 그리고 환자 중심의 상담

시론

진료의뢰서를 들고 구강내과를 내원해서 ‘나는 구강내과라는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하고 말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난다. 보통 사람들은 ‘치과치료’하면 손상된 치아조직이나 안면부의 병소를 제거하고 이를 수복하는 치료를 주로 떠올리는데 구강내과에서는 구강안면영역에 발생하는 질환의 원인을 제거하고 과정을 차단하며 결과를 수습한다.

구강내과학은 전신질환을 가진 치과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전신질환의 이해와 치과치료와의 연관성과 관련한 지식을 교육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러서는 구강병의 진단과정 및 치료계획의 수립, 전신질환자 및 노인, 장애환자의 치과치료, 구강연조직질환의 진단과 치료, 안면통증 및 측두하악장애, 법치의학 방면의 연구와 교육, 환자진료를 담당하며 임상적으로 다루는 여러 분야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구강내과학’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세부진료항목을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인 구강내과 진료는 모든 치과치료에서 진단과정을 통해 항상 이루어진다.

구강내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만성통증으로 고통받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안면통을 경험하여 불안감과 우울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고,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통증의 경험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을 경험한 기간이 길면 길 수록 치료의 길도 길어진다. 치과 진료로 인하여 통증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분노에 가득 차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통증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치과 치료가 현재의 증상과 전혀 상관 없어도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며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여러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전문 지식에 대한 접근성 또한 수월해졌다. 그러나 다양한 정보 속에서 올바른 지식을 찾아내는 감별능력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 있지 않다 보니,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지식으로 굳건한 믿음을 쌓은 사람들이 전문가와 싸우게 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으며, 건강과 의학에 관련되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 논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기 전에, 자신의 질환이나 방문하고자 하는 병원에 대하여 인터넷 검색을 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궁금증을 풀거나 효율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전문가의 글이나 오류가 섞인 정보를 잘못 받아들인 채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만성통증에 시달리거나 치과 치료에 불만을 가진 경우, 많은 정보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추려 받아들인 채, 자신의 결정을 의사에게 확인 받고자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구강내과에서는 이런 경우를 종종 겪는데, 이러한 환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진행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환자의 병력을 꼼꼼히 청취하고, 환자의 현재 증상을 진단하여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또한 필요한 치료과정에 대하여 설명하고 환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다시 말해, 환자가 느끼는 정서 상태를 표현하고,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며, 문제를 이해하고, 치료에 대한 결정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환자의 사회적 및 심리적 사항과 진료 선호도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진료를 진행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효율적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치료에 대한 협조도나 예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좋다.

구강내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특별히 더 예민하거나 스트레스에 민감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인간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해결하는지에 따라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때로, 치과에 내원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환자의 증상이 나타난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이를 제거하며 어떤 과정을 차단해야 하는지, 그리고 결과를 수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환자의 시각에서 환자 중심으로 상담을 시행하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너무나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와 치과의사의 관계도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기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며, 환자 중심의 상담이 그 시작과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