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 ‘꽃’은 이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DENTIST는 근대 치의학의 아버지라고 칭송되는 피에르 포샤르(Pierre Fauchard, 1678~1761)에 의해 1728년에 출판된 ‘Le Chirurgien Dentiste’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포샤르가 ‘DENTIST’라는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일(job)에 지나지 않았다. 포샤르가 ‘DENTIST’라고 불러주었을 때, 그는 우리에게로 와서 직업(profession)이 되었다. 포샤르는 치과계에 이름, 직업, 윤리와 학문을 선사하였으니 치과의사로서 포샤르의 이름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의사의 출발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로부터 시작되고, 간호사는 나이팅게일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면서 첫 걸음을 내딛는다. 그런데 치과의사의 시작은 어떠한가?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본과 3학년 때 가운을 매개로 하여 저마다의 다짐을 하며, 예비 치과의사 선서식을 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치과의사의 출발선에는 히포크라테스와 나이팅게일과 같
개봉박두!! 영화 ‘위대한 쇼맨’은 19세기 후반 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라는 서커스단을 만들어 엄청난 부를 축적한 P.T. Barnum(1810-1891)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제목도 The Greatest Showman(위대한 쇼맨)이다. 바넘(Barnum)이라는 이름이 우리에겐 낯설지만 북미 대륙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다. 사실 바넘의 인생을 그린 영화는 1986년과 199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에니메이션인 벅스 라이프(A bug’s life, 1998)와 카(Cars, 2006)에서도 바넘의 서커스단을 모티브로 한 P.T. Flea’s Circus가 등장한다. 필자는 2014년 치과계의 이단아로 낙인찍힌 Painless Parker(1872-1952)에 관한 칼럼을 준비하면서 바넘을 알게 되었다(‘Dr. Painless Parker를 아시나요?’, 월요시론, 치의신보 2199호). 뛰어난 사업가, 천재 사기꾼과 자선사업가 등등 바넘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바넘의 성공이면에는 그럴듯한 상술과 엉터리 사기가 숨어있었다. 80세쯤 되는 조이스 헤스(Joice Heth)를 나이가 16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혀지는 문구이다. 정말 진짜 구호대로 엔터키가 작동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문재인 케어도 역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도 정의롭게 시행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치과의사다운 치과의사가 치과다운 치과에서 직업적인 꿈과 목표를 이루기를 소망한다. 치과에서 치과원장의 진료철학은 다양하다. 수복 치료를 할 때, 근관치료를 할 때 그리고 발치를 할 때 등등. 그중에서 발치는 가장 비가역적인 치료이기 때문에 매우 심사숙고해야 한다. 발치를 함부로 속단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와의 분쟁 또는 동료 치과의사와의 오해 등으로 인하여 고통 받는 치과의사를 간혹 보곤 한다. 짧은 문장이 발치에 관한 생각을 잘 정리해준다. You pull out what everyone says, but do what is fair and justice.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치아를 발치해라. 그러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발치하라. 발치, 함부로 속단하지 맙시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이탈리아에는 ‘친구를 찾은 자는 보물을 찾은 것과 같다(Whoever finds a friend finds a treasure)’라는 속담이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친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이탈리아 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가족만큼 친구 또한 소중한 존재이다. 친구란 서로 간에 신뢰, 충성, 열정, 이해, 용서와 감사가 있어야 한다. 우선 만남으로 시작해서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세월이 흐르다 보면 비로서야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진정한 친구는 몇 명인가요? 나에게는 36년 지기 친구와 자랑스러운 친구이자 동창이 있어 이곳에 잠시 소개할까 한다. 내 친구 기아와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82년 탄생한 해태 타이거즈부터 시작된다. 비록 중간에 친구의 이름이 변경되었지만 36년 동안 여전히 우리의 우정은 굳건하다. 해태 타이거즈부터 기아 타이거즈까지 우승은 내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있었다. 83년 중3때 우승, 86년 고3때 우승, 89년 대학교 3학년 때 우승, 93년 인턴 때 우승, 96년 공보의 1년차 때 우승, 09년 개원의 9년차 때 우승 그리고 2017년 우승 등등. V11의 원동력은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경이 있다.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애국자인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남긴 명언의 본 뜻은 과학자로서 뛰어난 발견의 영광을 국가에 바친다는 함축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치과의사에게 국경은 있는가? 언어적 장벽만 해결된다면 치과의사에게 국경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치과의사에게 진정 세상은 넓고 일할 곳은 많은가? 치과의사 과잉 배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에 대한 시급하고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역사 속에서 치과의사 공급과잉 문제는 1987년 네델란드의 대책을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네델란드는 1987년 5개의 치과대학중에서 3개를 전격적으로 폐교하였다. 그 이유는 네델란드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본국이 아닌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조국을 떠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인구가 1700여만 명인 네델란드에 3개의 치과대학이 있다. 정원을 줄이는데 개교한지 백년이 넘은 위트레흐트(Utrecht) 치과대학도 열외가 아니었기에 충격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줄어든 정원만큼 약학대학에 보상을 해 주었다는 말은 미소를 짓게 하는 반전이었다. 치과의
18세기 치과 진료는 주로 두 곳의 장소에서 행해졌다. 이발외과의(barber-surgeon)는 고급스럽게 꾸며진 실내 공간인 응접실(Salon)에서 상류층을 대상으로 치료하였고, 반면에 떠돌이 발치사(itinerant tooth puller)는 실외인 시골 장터(market)에서 민초의 치과주치의 역할을 하였다. 장이 서지 않을 정도로 한적한 시골은 이발외과의와 발치사가 없어서 소위 말하는 치과치료 사각지대였다. 이처럼 격리된 마을에서 치통 환자가 발생하면 참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곤 했다. 바로 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사람이 마을의 대장장이(Blacksmith)였다. 대장장이는 뛰어난 손재주와 강인한 체력을 갖고 있었고, 집게(tong) 사용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였다. 또한 필요한 기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제작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이러한 대장장이의 직업적 특성이 시골 사람들을 위한 발치사 역할이 가능하게끔 하였다. 그 덕에 사람들은 앓던 이를 뺀 후 시원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고, 대장장이의 부업인 발치는 19세기 후반까지 지속되었다. 영어 단어 대장장이(blacksmith)에서 접미사인 smith는 금속을 다루는 직업을 뜻하며, ‘장인(匠人)’이라는
Horseshoe appliance는 혼합치열기 기능성 3급 부정교합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옵션중 하나다. 교정 장치의 모양이 Horseshoe와 비슷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Horseshoe는 한자로 편자(鞭字)이고, 말발굽 바닥에 붙이는 U자 모양의 쇳조각을 말한다. 이러한 편자를 만들거나 말굽에 편자를 박아 넣는 사람이 Farrier(편자공, 鞭字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편자공과 같은 직업을 장제사(裝蹄師)라고 한다. 한자 편자공에는 ‘장인 공’이, 장제사에는 ‘스승 사’가 사용된 것이 이채롭다. 편자공은 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편자의 장착과 교체를 결정한다. 발톱이 자라는 속도는 교체에 영향을 주므로 말에 대한 해부학적 및 생리학적 지식도 필수적이다. 편자공은 빠른 손놀림으로 정밀한 작업을 신속하게 끝내야 하고, 갑작스런 말의 움직임에도 대처를 해야 하는 숙련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말이 출혈이 야기될 정도로 다치면 이 또한 편자공의 몫이었기에 horse-doctor(말전문 수의사)였다. 이러한 직업의 역사적 배경이 편자공으로 하여금 발치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었고 18세기 발치사로서 한 축을 담당하였다. 17세기 조선시대 마의(馬
역사 공부를 왜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으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1749-1832)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He who cannot draw on three thousand years is living hand-to-mouth. 직역하면 3천년의 시간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즉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윈스턴 처칠의 말은 더 주옥같이 와 닿는다. “The farther backward you can look, The farther forward you will see.” 더 많은 과거를 회고할수록 더 많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인들의 생각을 발판 삼아 지난 수백년동안 치의학이 그림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를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치과의사학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림은 그 시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시대의 역사를 말해준다. 과거의 그림을 현재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시절의 역사를 알고 그림을 본다면, 과거의 모습이 책보다 더 생동감 있고 머릿속 깊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영국 풍자화가 Henry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이처럼 노래는 이야기다. 어떤 노랫말은 마치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기도 하고, 사람을 위로도 해준다. 대중가요 ‘연극이 끝난 후’에는 이런 음악의 묘미가 잘 담겨있다. 이 가사가 가슴에 와 닿는 건 배우와 치의가 서로의 맥이 닿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진료가 끝나고 난 뒤 혼자서 치과에 남아 환하게 켜진 모니터를 보면서 칼럼을 써 보았다. 글도 잘 써지고 자기성찰의 시간도 가지니 좋다. 배우의 관점으로 써진 노래를 치의로 바꾸어 개사해보니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치의는 배우다. “진료가 끝나고 난 뒤 혼자서 치과에 남아 조명이 꺼진 체어를 본적이 있나요? 치과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체어도 이젠 다 멈춘 채 치과에는 원장만이 남아있죠 복기만이 실마리 찾죠. 치의는 가운 명찰 차고 설명하고 열진해 불빛은 환자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치과에는 후회만이 남아있죠 아쉬움이 생기고 있죠.” 이번 그림도 영국 화가 Robert Dighton(1752-1814)의 그림을 기초로 하여, 약사이자 인쇄업자인 William
이솝 우화는 동물이 의인화되어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있다.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베짱이, 사자와 생쥐, 도시 쥐와 시골 쥐. 모두 보편적 진리와 올바른 삶에 대한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다. 이솝 이야기는 세계 어린이들의 도덕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는데, 치과대학 학생뿐만 아니라 치과의사를 위한 덕성 교육을 위한 교재로도 삼을 만하다. 의료 윤리에 대한 사회적 경종이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 이솝 우화는 누구나 알지만, 치과에서는 누구도 깨닫지 못할 수 있다. 이솝 우화는 다양한 갈등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치과에 뜻밖의 지혜를 선사할 수 있는 지침서다. 전국에 만 육천여개의 치과가 도시와 시골에 있다. 어디에 있든 도시와 시골을 오고가면서 치과의사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시골에는 정이 있고 도시는 삭막하다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다. 다시 이솝 우화로 돌아가서 도시 쥐는 부족함에는 불만을, 풍족함에는 예찬을 한다. 반면 시골 쥐는 부족함과 안전함에 나름 만족하며 산다. 또한 시골 쥐는 도시 쥐와 비교도 하지 않으며 비교를 당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다. 개원의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서 개원을 하건 의술을 행하고 인
부자들은 절대,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새로운 천년의 시작인 뉴 밀레니엄에 출판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부자들로부터 배우는 여섯 가지 교훈 중 하나이다. 같은 해에 필자는 아빠가 되었고 개원도 하였기에,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의미로 이 책을 구입하였다. 그러나 신규 개원의에겐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려서 조금 읽다가 말았다. 최근 칼럼을 준비하면서 책을 뒤척이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좋은 내용이 있어 아래에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골프채 세트를 사면서 그것으로 경기력이 향상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프로 골퍼의 태도나 사고방식, 그리고 믿음 같은 것은 상관하지 않죠. 엉터리 골퍼는 새로운 골프채 세트가 있어도 여전히 엉터리 골퍼로 남을 뿐입니다.” 치과 개원의에게 새로운 장비, 기구, 재료 그리고 세미나는 책의 저자가 예를 든 골프채 세트와 같은 도구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성공한 개원의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백점짜리 개원의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단어 태도(attitude)가, 99점짜리 인생을 위해서는 생각(thought)이 필수라고 본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재산은 부자인데 마음은 놀부인 치의도 보았고, 재산은
톨스토이(1828-1910)의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소설이면서도 인생의 길라잡이가 될 만한 글귀들이 있다. 다른 고전에 비해 읽어나가기가 쉽고 40쪽 분량의 단편이라 부담 없이 단숨에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읽고 나니 생각이 참 많아진다. 소설 제목은 <치과의사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으로 변경되어, 치과의사로서 25년간의 긴 여정을 걷고 있는 나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끝없이 가지는 고민이기도 하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는 노랫말처럼 치과의사에게는 ‘무엇’을 찾아 무엇을 남기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숙제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하나님이 천사 미카엘에게 던진 세 가지 질문은 <치과의사 무엇으로 사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동일한 물음이다. 이에 대한 답은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1.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2.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몇 일전에 졸업 동기가 17년의 개원 생활을 정리하고 6월 말에 동아시아로 치과 의료 선교 활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