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를 시작한지 7년이 지났다. 매달 강원도 오지 마을을 찾아가고 격년으로는 해외로 나간다. 개원 11년 차인 점을 감안할 때 봉사를 다니시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기간이나 횟수가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단 한 번을 나가더라도 단 한 분에게 최선을 다했더라도 그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특히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인들, 후진국 빈민들에게는 더 그러하다. 아픈 치아를 하나 뽑아줬을 뿐인데 평생 가장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환자를 직접 경험하고 나면 의료봉사의 유혹은 더 심해진다. 진료실에서 멱살을 잡힐 정도로 환자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현 의료실태를 감안하면 더 그렇다. 사실 봉사란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섬김이라는 말을 더 즐기는 편이다. 봉사란 말은 왠지 내가 뭔가를 많이 내려놓고 헌신하는 느낌이 강해서 싫다. 내 스스로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다. 하지만 진료를 할 때 환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한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 누군가에게 섬김을 받아야 할 사람이 어찌 그러지 못해서 내가 그 사람을 섬겨야 하는 업이 생겼다고나 할까?아프리카 세네갈은 이번이 두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일탈(逸脫)이란 어느 사회가 규정한 정도(正度)를 벗어나는 행위를 말합니다. 어떤 사회이냐 어떤 시대냐에 따라서 일탈인지 아닌지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는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은 패션으로 인정합니다. 최근 남성들이 화장을 하고 머리에 염색을 하고 파마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성상을 흐리는 일탈로 간주되었습니다. 우리는 어쩜 일탈과 방황을 꿈꾸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같은 생활, 틀에 박힌 일, 강요된 사회규범 등에 지친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것조차 허용하는 시간,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책을 통해 일탈을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책을 통한 방황은 의외의 내면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내가 꿈꾸던 일탈을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나 스스로 금기시 했던 내용들이 담긴 책을 남몰래 읽으면서 느끼는 희열과 그것을 통한 잠깐의 방황은 사고에 유연함을 주고 지성을 단련시키며 남을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헝가리 출신의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의 조어(造語)로 자신은 좀처럼 의식할 수 없지만 무의식이나 몸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어렴풋이 몸이 기억하고 경험으로 체득한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빙산이라고 한다면 암묵지는 아마 잠겨있는 거대한 부분일 겁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만이 표면에 나와 있는 겁니다. 암묵지를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명확하게 표현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드러내지 못했던 이런 암묵지들이 새롭게 언어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 내 얘기네”, “나만의 경험이 아니었구나”하는 느낌의 공유를 통해 저자와 나의 생각이 섞이는 느낌이 바로 독서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집에 책장이 없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크기가 작더라도 책장은 집에 놓아야 할 가구 중에서 빼 놓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책장을 가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학생 때는 자신의 책장이 있었지만 대부분 참고서나 강제로 선택했던 추천도서, 전공서적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한 나만의 책이 꽂힌 책장은 자신이 관리하지 않으면 없어지고 맙니다. 가족들의 다른 책, 잡지들과 함께 섞여 버려서 나만의 북컬렉션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질 않게 됩니다. 최소 100권 정도는 들어가는 자신만의 책장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 예전에 CD나 LP를 모았던 분들은 아실 겁니다. 모으는 재미를 떠나 자신만의 음악 컬렉션을 만들다 보면 스스로 꽤 높은 식견도 함께 생긴다는 것을. 이미 충분한 책과 책장이 있다면 있는 책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자신만의 느낌으로 배열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책을 분야별로 정리해보는 것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나 취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책거리라고도 불리는 이 말은 책을 한권 다 읽고 공부한 후에 끝난 것을 기념하여 선생과 친구들에게 한턱내는 일을 말합니다. 이처럼 기념을 할 정도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호킹지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에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이름이 떠오르시나요? 맞습니다. 이 말은 스티븐 호킹의 이름을 딴 지수로 우주와 물리와는 상관없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지수입니다. 베스트셀러인 그의 책 <시간의 역사>가 의외로 끝까지 읽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에서 착안한 지수입니다. 즉 이 지수가 낮을수록 읽은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시간의 역사>의 지수가 6.6%라고 합니다. 100페이지라고 봐도 6~7페이지밖에 읽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정확한 지수는 아니지만 호킹지수가 50%를 넘는 책이 드물다고 하니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이 많은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책을 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을 때 제가 자주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숙제하니, 아님 공부하니?” 요즘 아이들은 학원 숙제가 많아서 숙제를 다 할 시간조차 모자라서 본인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하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최상위권의 학생들의 특징은 숙제를 하는 시간보다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겁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하는 공부야말로 주어진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숙제는 공부가 아니다. 숙제 빨리 끝내고 공부해라”라고 얘기하죠. 숙제가 아닌 자기주도적인 공부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독후감을 많이 쓴 세대입니다. 요즘도 독후감은 책 읽은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독후감 숙제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고 글까지 써야하는 고문이었습니다. 진정한 독서는 누가 어떤 것을 읽는다고,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후한이 멸망하고 위·촉·오의 삼국시대에 오나라 장수 여몽은 어려서 매우 가난하고 제대로 입고 먹지도 못했으며 글을 읽고 공부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공을 쌓아 전쟁에서의 공로로 장군이 되었습니다. 그의 군주인 손권은 학식이 부족한 여몽에게 책을 읽고 공부할 것을 권했습니다. 이때 해준 이야기가 ‘후한의 황제 광무제는 변방일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라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이었습니다. 이에 깨달음을 얻은 여몽은 전장에서도 학문에 정진했고 얼마 후 손권의 신하인 노숙이 옛친구 여몽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다가 몰라보게 박식해진 여몽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놀란 그에게 여몽이 해준 이야기가 ‘선비가 만나서 헤어졌다가 사흘이 지난 뒤 다시 만날 때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야만 한다’는 ‘괄목상대(刮目相對)’였습니다. 수불석권이 주는 교훈은 단순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가 아닙니다. 바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책을 읽었다는 겁니다. 우리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위편삼절 (韋編三絶) 고대의 책(冊)은 대나무를 직사각형으로 잘라 여러 장을 가죽 끈으로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은 공자가 역(易)을 즐겨 읽어서 가죽으로 맨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많이 봤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읽을 책의 가짓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때로는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한번 읽은 책에는 좀처럼 다시 손을 대지 않습니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십시오. 그 책에서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있는지를. 물론 책의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번 읽어서 잘 알지 못했던 것을 새로 읽어서 알게 되거나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세월이 지나 다시 읽었을 때 다른 느낌과 가르침을 주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프랑스의 시인 알랭 싸르띠에는 “명작은 젊어서 한 번, 중년에 한 번, 늙어서 한 번, 모두 세 번을 읽어야 한다”고 했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책읽기가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도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한국 사람의 ‘빨리빨리’는 이렇듯 책읽기에서도 나타납니다. 책을 제대로 정독하지 않고 빨리 읽을려고 하고 뭔가 느낌이 오지 않으면 그 책은 끝까지 보지 못하고 또 다시 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처음 목표했던 책읽기의 목표는 줄어듭니다. 1년에 100권으로 정했던 목표가 어느덧 한 달에 한권으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말콤글레드웰은 그의 책 『티핑포인트』에서 어떤 일이 특정한 점을 지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티핑포인트’라고 말했습니다. 책읽기도 이런 티핑포인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적된 독서량이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 그 분야의 책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책읽기의 속도와 이해의 깊이가 급속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물론 사람마다 그 순간이 다르겠죠. 하지만 노력하면 그 지점을 통과하는 희열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아직 그런 희열을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책을 읽는 것에도 슬럼프가 있습니다. 독서를 습관처럼 꾸준하게 해온 저도 슬럼프에 빠지면 단 한 줄도 읽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극복하는 방법을 오랜 시간을 통해서 얻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방법은 아닙니다. 다름아니라 저 나름대로의 책읽기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빨리 읽어 내려가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면 천천히 읽어내려 가는 것을 시도해보고 천천히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빠르게 속독으로 읽어봅니다. 소중하게 생각해서 애지중지했던 책에 과감하게 줄도 그어보고 형광펜으로 표시도 해봅니다. 다시 읽고 싶은 부위를 과감하게 접어서 표시도 해 봅니다. 험하게 다루었던 책이 있었다면 다시 꺼내서 소중하게 한 장 한 장 다시 넘겨도 봅니다. 이렇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책에 접근해보면 전에 없던 빈 틈, 전에 느끼지 못했던 그 책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틈이 생기는 곳에는 창의적인 생각이 꿈틀대고 독서에 대한 본능이 다시 차오르게 됩니다. 다른 시도는 다른 경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란 마지막 말씀을 남기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의 6주기 추모행사가 지난달에 있었습니다. ‘바보’같은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그 분이 더 그리워지는 것은 그만큼 그런 사랑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분이 남기신 수많은 말들 가운데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수입의 1%를 책을 사는데 투자하라. 옷이 해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해한 진가를 품고 있다.”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사서’ 읽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출판시장이 침체되면 그에 따른 전문 작가, 번역 작가들의 수도 줄게 됩니다. 그리고 돈이 되지 않으면 굳이 원서를 번역하지 않습니다. 웬만한 원서가 금방 일본어로 번역되어서 나오는 일본의 출판시장은 그만큼 책을 많이 사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5년 이상 지난 원서가 해외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지금쯤 새해가 시작되면서 세웠던 야심찬 결심들이 많이 틀어졌을 겁니다. 담배를 일주일 정도 끊었다가 원위치가 되고 3개월 정기권을 끊어 놓은 헬스클럽을 한 달만 끊을걸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작심삼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상다반사인지라 이에 대한 연구도 꽤 많았습니다. 지난달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모아서 새해 계획을 잘 실천할 수 있는 팁을 소개했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안을 세우지 마라 (플랜B를 자꾸 만들면 실패율이 높다) ▶충분한 수면을 취해라 (수면부족은 의지력을 감소시킨다) ▶‘하지 말 것’보다는 ‘할 것’을 계획하라 (‘과식하지 말자’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먹자’) ▶계획은 잘게 쪼개서 (1년에 24권을 읽는 계획보다는 1개월에 2권, 혹은 하루 30쪽을 읽는 것이 현실적) ▶유혹과 계획을 묶어라 (운동을 해야 하는데 TV를 봐야한다면 헬스장에서 TV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