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졸업 30주년 기념을 하는 모임이 있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만난 친구들이 어느덧 중년이 되어 우리 동기들이 처음 만난 나이보다 더 나이가 든 자식들을 둔 기성세대가 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졸업 후 처음 만난 중년의 친구를 보며 학창 시절의 얼굴과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기억력이 둔해져 얼마 전 첫 근무를 시작한 전공의들의 얼굴과 이름도 잘 기억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생의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함께 했던 친구들에 관한 기억이 마음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인연의 힘이 우리 삶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 것 같다. 그동안 대학에 근무하며 가르치고 연구했던 일들은 오랜 시간 상아탑 안에서 함께 가치를 만들려고 노력한 많은 인연들과 함께 한 결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의 재능을 기대하며 홀로 노력하여 얻은 것보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 합력하여 얻은 결실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지나온 시간이 알려주고 있다. 최근 언론을 장식하는 ‘미투 운동(#Me Too)’의 심각성은 잘못된 인연과 시간의 사용에 있을 것이
오래 전 일입니다. 은사님의 주례로 한 후배가 결혼을 하는데 주례사의 주제가 ‘최선보다는 차선을 선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부가 결혼하여 살아갈 때 가장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만 하지 말고 조금 아쉬운 선택을 하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이고 지내라는 말씀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차선을 선택하라고?’. 당시 20대 청년 시절의 제게는 당치 않는 조언으로 들렸습니다. 내 능력보다 꿈을 높게 꾸어도 모자랄 판에 1등보다는 2등의 선택을 하라는 이야기로 들려 감동 없이 듣고 잊은 채 3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일하고 결혼하여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고, 문득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은사님은 돌아가셨고 저는 어느덧 당시 은사님 연배가 되었습니다. 삶의 진실이 그러하듯, 우리가 선택한다고 늘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기대하지 않았지만 축복처럼 행운이 있어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성장 과정 중 여러 번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만납니다. 수능 시험 후 대학을 지원하는 일에서부터 의학과 치의학을 전공하는 전문직 지원 학생들은 평생의 전공을 결정해야 하는 일까지 개인에게는 실로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를
대학에 근무하다 보면 다양한 성격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게 됩니다. 학생들은 타고난 품성에 자라온 환경의 영향이 합쳐져 각자에게 적절한 삶을 선택하게 될 텐데, 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나이(Age)’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이가 공부에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고 가정하면, 대학에서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쳐 본 사람들의 공통된 결론은 아마도 ‘당연히 예스!’ 일 것입니다. 역시 ‘공부는 제 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 사람이 평생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에 언제 노출되는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나이 요소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의학이나 치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보면 전문대학원 체제라서 학부를 졸업한 후 다시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 연령이 높은 편입니다. 남자의 경우 군대를 마치고 오는 경우 더 늦어집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을 마치고 전공의 과정에 있거나 대학원 학위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입학한 학생에 비하여 나이가 많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아 본 사람은 책임감의 무게가 크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