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지 않아도 좋아
아침잠을 깨우는 알람이 울리면, 가장 먼저 라디오를 켠다. 그 안에는 나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사연들로 가득하다. 아침 일찍 도매 시장에서 싱싱한 야채와 생선을 사 오는 식당 주인, 고소한 향이 솔솔 나는 빵을 구워내는 제빵사,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들뜬 마음으로 출근을 하는 신입사원. 오늘 하루도 잘 지내보자는 각자의 희망과 작은 다짐들로 아침이 시작된다. 나는 거의 10년 간 텔레비전 없이 지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지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텔레비전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것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당연하게 되었다. 그 대신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해 몰래 듣기 시작하던 라디오가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진행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같은 반 친한 친구가 사연을 보냈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수능 파이팅 이런 내용이지 않았을까. 그 때 친한 친구들의 별명을 쭉 써서 보냈는데, 어쩌다보니 별명이 죄다 동물 이름이었다. 그걸 읽은 DJ가 ‘여긴 동물의 왕국이네요’라고 한 말을 두고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내내 키득키득하며 즐거워
- 한슬기 부산대학교 교정과 전공의
- 2017-11-28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