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제자들을 바라보며 ‘이 세계가 불안해 보이고 살아가는 일이 힘든데 한 줄의 글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대학에서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누군가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공부의 과정은 자신에게 ‘무형의 자산’으로 남아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 기준에 영향을 주고, 가정에서 다음 세대의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눈앞의 돈만을 세지 않고 조금 더 고양된 세계에 눈을 뜨게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작지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시간이 지나며 금세 평범해집니다. 중년이 되면 ‘아무 일 없음’의 행복이 어떠한지 저절로 알게 됩니다. 평범한 일상이 오기 전 진료 현장에서, 일상의 시간 속에서 꿈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라고 노래한 시인 유치환 선생님이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편지를 쓰듯 겨울 하늘이 보이는 연구실 창가에서 새로운 세대의 후배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씁니다. 윤동주 시인이
2016년 군의관을 마치고 전인성 원장님의 강의 faculty로 입문하여, 2017년부터 시작된 나의 강의 인생은 이제 횟수로 6년차가 되었다. 강의를 막 시작했을 즈음에는 겨우 두 달에 한 번 정도의 느슨한 강의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여가 시간은 강의 준비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이후 시작된 첫 해외에서의 강의로 인한 언어적인 문제와 함께, ‘suture’ 라는 새로운 주제의 강의 준비는 더욱 나의 정신을 빼놓았다. 강의의 구성, 스토리, 시간 배분, 실습 시간 배분 및 구성, 도안 완성도, 증례 완성도 및 관찰 기간 등 내용에 관한 부분과 표정, 어투, 몸짓, 목소리 톤 등의 전달에 관한 부분 등 처음 1~2년은 정말 부족한 것으로 가득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앞서 언급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겪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에게 가장 부족하면서 또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찾게 되었고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 에피소드는 ‘골프’와 관련된 이야기다. 나에게 골프란 진료와 진료를 위한 출·퇴근시간, 강의와 강의 준비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을 처절하게 쪼개서 연습하고 라운딩을 해야하는 따라서 하기도 힘들고 잘하기는 더
독일 육군 만슈타인 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회고록 <잃어버린 승리>에서 “소위로 참전하여 1942년 전사한 나의 아들 게로와 조국을 위하여 전사한 독일 병사들을 위해 나는 이 책을 썼다”라고 징병군인들에 대한 헌사(獻辭)를 적고 있습니다. 롬멜 장군은 1937년 출판한 보병 전술 <Infantry Attack> 서문에 “유럽 동서남북 어디를 가나 조국을 위하여 전사한 독일병사들의 무덤을 볼 수가 있다. 전사한 병사들은 조국이 또 위기에 처할 때는 언제나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달라고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라고 징병군인들에 대한 헌사(獻辭)를 적고 있습니다. 호사카 작가가 저술한 <쇼와 육군>을 보면, 2차 세계대전 전후, 일본 육군의 첫 번째 병폐는 “전쟁을 일으키고 패전한 것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안 졌다”이고 일본 쇼와 육군의 두 번째 병폐는 “직업군인들이 징병군인들을 전투의 주체가 아니고 소모품으로 여겼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 6·25 징비록 서문을 보면 “전쟁을 이끌었던 일선의 직업군인 장군들이 문제였다. 먼저 등을 보이며 달아났던 자치관도 많았다. 긴장하면서 전투 채비에 나섰어야 할 직업군인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들과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 속에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극적인 뉴스와 컨텐츠가 넘쳐나고 있어 판단력은 흐려지고 정보에 대한 피로도는 쌓여가고 있다. 이러한 인포데믹 상황에서 정보의 왜곡과 포장은 오해를 야기할 수 있고,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신체와 건강에 관련된 헬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할 부분이 된다. 2021년 7월 열린 ‘헬스케어 홍보 포럼’에서 코로나19 시대 헬스케어 홍보 키워드로 ‘진정성’을 제시한 것은 팬데믹 시대 더욱 중요해진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대 불안한 고객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치과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대내외 마케팅을 진행해야 할까. 이를 위해 필자는 불만 의견, 입소문 효과, 슈퍼고객 관리라는 세 가지 단계로 치과 마케팅을 점검해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고객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생리적 각성의 과학이다. 분노와 불안을 유발하는 정보가 공유되는 빈도가 높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만족감과 슬픔은 각성효과가 낮아 공유 효과가 낮다. 위기 상황에서 불만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혐오적인 지방덩어리를 공익광고에서
작년 초, 치의학대학원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었던 저는 임상과 기초치의학을 아우르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포부를 가지고 치의학 공부를 막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서울대학교에 10-10 프로젝트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이는 연구활동 및 논문 출판을 통해 10년 내로 서울대가 10위권 대학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연구를 독려하는 연구지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연구를 위해 좋은 기회일 뿐더러 모교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던 저는, 이전에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할 당시 수업도 들어보았고 현재 저희 학교에서 세계적 연구결과를 내고 계신 오석배 교수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주신 덕에 여름방학부터 신경생리학 실험실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신경생물학을 전공하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대한 신약개발을 했던 경험을 살려 구강 세균이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 및 둘의 상호작용 양상과 더 나아가 말초 유래 구강 세균의 뇌내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까지 탐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을 주제로 하는 실험실이라 기존에 해보았던
Relay Essay 제2517번째(2022년 9월 12일자) 게재 철없는 아빠로 살기로 마음먹었기에 엄마 몰래 라면도 끓여주고 아토피에 안 좋은 양파링도 가끔 사주며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항상 아들에게 묻곤 한다. “아들아!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답을 정해 놓고 물어본다고 생각했건만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가 좋지.” 질문이 적절한 대답을 유도하지 못했기에 다시 물어봐야 한다. “아빠가 말이야, 엄마 몰래 일요일마다 라면도 끓여주고 아이패드도 사주고 했잖아. 다시 생각해봐. 아빠가 좋지?” 10살 먹은 아들은 잠시 생각하다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빠는 말이야. 좋고 싫은 게 아니라 부담스러워.” 묘하게 설득이 된다. 생각지 못했던 녀석의 표현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사람 보는 안목이 있어 인생 사는 데 어려움이 없겠구나, 라는 안도감과 함께.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부담스러운 아버지가 있다. 초등학생 때(사실은 국민학생 때) 용돈 인상을 위해 기안문을 작성해서 오라고 하시고, 여러 근거들을 노트에 적어서 가면 자꾸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고 하시고는 부담스러운 눈빛과 함께 엄마 몰래 몇 천 원을 더 쥐어주시던 그런 아버지가 있다. 대
20여 년 전부터 지헌택 회장, 김일봉 교수, 유양석·김규문·정상주·최욱환·김종열 고문 등 아버님 같은 선배의 모범적인 ICD(International college of dentists) 사랑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치과계 리더로서 사회에서의 라이온스클럽이나 로터리클럽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동참하다 보니 5월 21일 정기총회에서 ICD 한국 회장으로 영광스럽게 선출되었다. ICD 한국회에는 이사 한분 한분이 모두 다른 단체의 회장을 맡을 만큼 워낙 유명하고 바쁘신 분이 많아서 전화하기조차도 미안할 정도다. 늘 세상을 선도해 가는 분들과 많이 배우면서 한국 회장을 부담스럽더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지난 10월 15일 국제본부이사회의 국제회장에 취임한 장호열 국제회장께서 내년도 국제본부이사회를 한국에서 열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주셨다. 사실 2년 전에 나고야에서 ICD 창립 100주년 행사를 개최하기로 하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하여 2년 동안 개최하지 못해 포기하고, 올해는 휴스톤에서, 내년에는 뉴욕에서 열기로 한 바 있었다. 국제본부에서는 한국에서 내년에 개최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2년 동안 행사를 진행하지 못해 열
Hola~ Buen Camino~!!! Sarria에서 Santiago de Compostela까지 120km를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오래전 신문에 연재됐던 산티아고 순례 여정을 읽고, 언젠가 꼭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환갑여행으로 꼭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야겠다는 비장한 선언에도 두말하지 않고 따라나선 남편과 함께, 배낭에 온갖 파스와 상비약을 두둑이 넣고 사이사이에 기대감과 설렘을 채워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주고받았던 말속에는 따듯한 마음이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좋은 여정이 되라며 힘차게 서로를 격려해주곤 했다. 덕분에 나는 힘을 내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처음 순례길 여정을 준비할 당시에는 긴 시간을 걸으며 삶을 돌아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걷다 보니 어느새 무념무상의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하늘을 가릴 만큼 높고 풍성한 나무들은 단순해서 가장 우아한 이끼 옷을 입고 있었고, 이끼들의 포자가 숲속 모든 나무와 돌 위에 저마다 다른 초록으로 닿아 있는 모습은 매일 20km를 넘게 걸어야 하는 순례길에서 발걸음을 종종 멈추게 했다. 또 이끼에 매달려 있
‘요즘 것’들의 특징. 개인적이다, 실리적이다, 융통성이 없다, 배우지 않는다,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회의시간에 입을 닫는다. ‘요즘 것들은 왜 이러니? 참을성이 없어! 울화통이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옛날 것’들의 특징. 옛날만 부르짖는다, 자기 이야기만 한다, 중간에 말을 자른다, 참을성이 없다, 일과 개인 생활의 구분이 없다. 자기를 알아주기 원한다. ‘꼰대… 도대체 존중이 없고 말도 통하지 않아!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산다…!’ TV에 비춰진 가상 인물들의 대화가 아니다. 우리 조직과 병원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소리 없이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다. 어쩌면 어제도 무심코 내뱉은 말일지도 모른다. 가정에도 병원에도 조직에도 그 외 수많은 단체나 모임에도 두 세대는 늘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모 치과그룹이 주관하는 정기모임에서 젊은 세대 치과의사들이 세컨드 브랜드를 런칭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들의 임상강연과 병원경영 코칭은 도움이 되나, 그 그룹에 합류하는 것은 꺼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선배들의 권위적인 태도와 사고의 틀이 너무나 달라진 현 세상의 소통방식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이런
그제는 저희 첫째 아들의 8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가수가 꿈이라는 둘째가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부모님과 가족들이 모여 다같이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어릴 때는 서로 촛불을 끄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입김이 약해 촛불이 안 꺼져서 도와주기도 하고 초가 짧아질 때까지 몇 번이고 촛불을 여러 번 끄고 싶어서 울기도 했었는데, 스스로 초를 꼽고 촛불을 끄고 눈을 감고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견함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소원을 무엇을 빌었는지 물어보니 소원은 비밀로 해야 이루어지는 거라며 말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매해 그랬듯이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빌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꽤 자랐으니 여자친구나 가지고 싶은 오락기에 대해 빌었을 수도 있고요. 다같이 케이크를 나눠 먹고 씻기고 누워 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커서 뭐가 되고싶냐는 질문에 아이는 저에게 아빠 엄마처럼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아이가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잘 알고 한 대답은 아니겠지만 얼마전까지는 프로게이머가 꿈이었기 때문에 다소 의외의 대답에 놀랐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빠 엄마가 멋있고 맛있는 거 많이 사줘서 좋다고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모든 스포츠를 즐긴다. 특히 대학시절에는 구기종목 축구와 농구에 빠져 하루일과나 수업이 끝나면 꼭 운동장으로 달려가 게임을 뛰곤 했다. 농구를 하는 동안은 무아지경 그야말로 게임에 빠져 온 힘을 다해 뛰고 부족한 점을 체크하고 내일은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숙사에 돌아오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보다 운동을 할 때 더 몰입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왜냐하면 게임이나 운동을 하는 동안은 시간의 흐름 자체를 느끼지 못했고 나의 뇌속에는 공과 링 혹은 골대만 보였다. 당시 농구와 축구 동아리 대회가 매년 있었기 때문에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한 이유도 있었다. 목표가 확실한 운동경기에서 시간이라는 변수가 끼어들 수가 없는 듯 했다. 운동에서의 몰입이 끝나면 약간의 허무감이 찾아오고 내일 또 그 몰입에 빠져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빠지곤 했다. 어찌보면 몰입은 중독과 맞닿은 선에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뇌연구에서는 도파민의 과잉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서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몰입에 빠지면 어찌보면 도파민의 과잉으로 인해 그 시간 자체를 잃어버리고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몰입은 중독과는 구별되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