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을 앞둔 2월이면, 으레히 2학년 총대? 학생이 찾아와 면담을 요청한다. 새 학기 수업에 필요한 교재와 준비물, 전달 사항을 미리 확인하려는 것이다. 어떤 분들에겐 총대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겠다. 필자의 출신 대학에서는 과대(과 대표의 줄임말)라고 했고, 학기별로 선출했으나, 필자가 근무하는 이곳 대학에서는 총대라 부르며, 임기는 해당 학년 전체 기간이다. 총대라는 말이 총 대표의 줄임말로 추측되지만, 개신교 각 교단의 총회의 대의원을 일컬을 때도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2학년 총대가 찾아왔고 1학기 예방치과학 강의 및 실습 수업 계획과 교재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총대에겐 긴장된 첫 만남이겠지만, 매년 새로운 총대를 만나는 필자에겐 또 다른 인연의 첫 만남인 것이다. 총대를 처음 만나면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왜 총대를 멨는가? 이 말 뜻 그대로, 아무도 나서서 맡기를 꺼리는 공동의 일을 대표로 맡은 이유를 물은 것이다. 필자도 대학생 시절 2학년 1학기 과대를 맡은 적이 있지만, 지금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할려는 사람이 딱히 없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학창시절 반장 한번 못해본 아쉬움의 발로였다. 이 질문에 총대
현재는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의 과거이며 앞으로 만들어질 역사책의 한줄 한줄이다. 누구나 현재는 늘 순조롭고 행복하길 바라지만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세계사에 길이 남을 만한 끝도 없는 팬데믹 상황, 세계 곳곳의 전운과 강대국의 패권싸움, 대선을 앞둔 혼란한 국내 정세까지 그저 평온한 현재를 바라는 개인들의 소박한 희망이 이루어지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동물 중 타조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 그저 머리를 땅에 박고 현실도피를 한다고 하는데, 인간 체면상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고, 고대 유대 경전에서도 말한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정신에 입각한 현실 회피(?)본능으로 문득 30년 후 미래의 치과의사를 상상해 보았다. 30년은 한 세대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고 한 세대 이후 정도는 현재 상황을 비추어 보며 현실적으로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아주 황당한 상상은 아닐 듯하다. 2050년의 치과의사는 어떠할까? 30년전의 과거인 1980년대 초반과 현재의 차이만큼일까?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여러 변수들이 있겠지만 치과의사의 변화된 모습은 무엇보다 우선 치과의료의 변화에 달려 있을 것 같다. 3
등용문. 전설에 의하면 중국 황하 상류에 용문이라는 협곡이 있는데, 이곳의 물살은 매우 거세서 크고 힘센 물고기라도 어지간해서는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험난한 물살을 거슬러서 협곡에 오른 물고기는 용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후보들이 역대급 비호감이라 평가받는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도덕성과 진정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별로 없어서일 게다. 리더십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도나텔로나 베르니니의 작품도 있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다윗)상은 고대 이후로 제작된 조각상들 중 인체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받침대까지 더하면 높이가 8미터에 6톤짜리 초대형 대리석 조각품이다. 골리앗과 맞서기 직전에 한 손에 돌팔매를 쥐고 적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눈매가 매섭다. 미켈란젤로는 이 조각상을 완성하고, 무게가 너무 나가서 피렌체 두오모 성당 외벽에 올려놓으려 했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였다. 팔레스타인의 장수 골리앗은 이웃한 이스라엘을 호시탐탐 노리고 침략해 왔다. 그 때마다 그는 일대일로 자신과 붙어보자며 상대를 조롱하고 시비를 걸어왔으나 이스
대한노년치의학회(이하 대노치) 홈페이지(https://silverdent.cafe24.com/)에 탑재되어 있는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제도 초안’이 나오기까지 지난 10여년간 지난(至難)한 교육, 연구 및 정책 과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대노치,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 대한구강보건예방치학학회(이하 대구보), 대한장애인치의학회(이하 대장치), 대한치과보험학회(이하 대치보) 등 여러 분과학회에 소속되어 활동해 온 수많은 동료치과의사들의 노고와 협업의 과정이었다. 이에 필자는 먼저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제도(초안)’가 나오기까지의 교육, 연구 및 정책 과정을 살펴본 후 지면(紙面)이 허락되는 대로 몇 회에 나누어 연재를 하고자 한다. 2011년 말 대노치(회장 박준봉) 임원을 대상으로 파일럿 시니어 구강관리전문가 과정(이후 시구전)을 진행한 후 익년 2월부터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시구전이 시작되었다. 현재 13기까지 마친 시점에서 돌아보니 시구전이 구강돌봄진료제도 초안의 마중물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2013년 제 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에 대노치(회장 이종진) 고홍섭 부회장의 주도로 ‘노년층의 구강건강과 삶의 질’에
살면서 우리는 차마 경험하고 싶지 않는 일들을 무수히 많이 보고 겪게 된다. 운 좋게 피해갈 수도 있겠지만 맞닥뜨려야 하는 경우엔 슬기롭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광우병소, 돼지독감, 조류독감으로 수만, 수십만,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 할 때는 동물들도 생지옥이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담당자와 종사자들에게도 끔찍한 일이다.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분도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살처분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지만 요즘엔 모두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흔히 있는 일이고 보면 동물을 희생시켜야만 인간이 산다고 하니 면죄부를 주는 잔혹함이다. 인간과 함께 살며 늘 친밀감을 유지하던 동물들조차 쥐, 파리, 모기와 같은 유해동물과 해충처럼 취급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또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교란시키는 까치, 멧돼지,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등을 퇴치하기 위해 살육을 하는 일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로드-킬로 도로가에 희생된 동물들의 사체를 보고도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직접 수거해서 처리하는 분도 있기에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가 해야만 우리사회가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듯 동물들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첫 시간에 배웠던 밴다이어그램을 이용하여, 타원 ‘가’, ‘나’, ‘다’, ‘라’, 그리고 ‘마’로 ‘전문치의과목’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난데없이 ‘수학’ 이론으로 ‘전문치의과목’ 이야기를 진행시켜, 혹시 ‘수학’ 자체를 싫어하는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로 양해를 구한다. 기존의 전문치의과목은 기존의 10개 과목에서 최근 수년 동안의 논의을 통해 11개 과목으로 늘어났고, 현재에도 치의전문과목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전문과목이 되었든, 2차원적 평면에서 보면, 타 전문과목과의 공통부분이 존재하고 그 과목 고유의 전문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그림에서 보면 ‘가’와 ‘나’, ‘다’, ‘라’는 각기 ‘고유한 전문 영역’이 있고, ‘공통된 전문 영역(타 진료과들과 공유하는 부분)’이 존재하게 된다. 물론, 어느 과목의 경우에는 타 전문치과과목과 공유 부분이 너무 많아, 스스로에게 남는 ‘고유 영역’이 거의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도 있다. 치의전문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나 학회 입장에서는 이를 지키기 위해, 공유하는 학회나 관련 과목 담당교수와 불편한 대화(?)를 할 수도 있
2021년은 Covid-19에 의해 2020년에 이어 삶의 특별함이 없이 지나간 해가 된 듯하다. 다시 시작한 새해가 2021년인가 싶은 생각이 스쳐가기도 하는 것을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잦아진 것으로 자책하기 보다는 코로나때문이려니 핑계를 댈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아주 쉽고 익숙한 말이 있다. 시간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특별함이 없이 지나간 세월이 단순히 아쉽기도 하였겠지만, 특별함 없는 범상(凡常)이 어떤이에게는 다행이거나 복이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슬픔과 아픔을 주었을지도 모르는 지구촌의 멈춘듯 멈추지 않은 병적 시간이었다. 아직은 종식이라는 단어를 쓸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 해가 끝나고 새해를 맞이하는 상황에 희망적인 의미로 “시간이었다” 과거형으로 서술하였다. 만 2년의 Pandemic을 겪으며 새로운 식당과 병원의 출입 방법, 새로운 수업 방식과 평가방법, 새로운 회의와 소통의 방법 등 수많은 새로움을 익히는 시간을 지내고 있다. 새로움이 익숙해져가는 즈음, 눈과 입을 통해 의미를 담아 대화하던 많은 순간들은 키오스크로 대체가 되어 손가락을 사용하는 일이 더 잦아
코로나19가 2020년에 이어 2021년 크리스마스(Christmas, 성탄절)도 집어 삼켰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즐거운 크리스마스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잦아들었습니다. 흥겨운 연말 분위기 보다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개인방역에 조심 또 조심하고 있고, 외출 포비아 현상이 뚜렷합니다. 캐롤이 흐르는 카페나 식당에서 삼삼오오 모여 한 해를 정리하며 얘기하고 소소한 선물을 나누는 대신, 비대면 만남이나 텍스트 메세지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뿐만 아니라 12월 전체를 신비롭고 즐거운 분위기로 만드는 마법같은 날이었습니다. 영어 어휘 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의 예배의식 미사(mass)’라는 의미로 고대 영어인 Cristes Maesse에서 유래합니다. 크리스마스는 X-mas라고 표기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X는 그리스어로 그리스도(크리스토스, ΧΡΙΣΤΟΣ)의 첫 글자를 뜻하고, 영문 알파벳의 X는 아닙니다. 영단어 Christmas에서 t는 묵음이 되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이 감춰지는 것
올해 9월 부로 필자가 이곳 대학의 교수로서 활동한 지 만 10년이 넘었다. 필자는 대학 부임 후 예방치과학을 계속 강의해왔고, 공중구강보건학은 같은 교실 김진범 교수님께서 담당해오셨다. 하지만, 김진범 교수님의 정년퇴직에 따라, 이번 학기 처음으로 공중구강보건학 수업을 떠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해당 교과목의 부담감이 상당히 컸다. 치의학의 한 분야로서 공중구강보건학, 예방치과학과의 차별성, 의학 안에서 발전해온 전통적인 보건학의 주요 개념과 최신의 보건학 지식들을 사이에서, 매주 1시간, 14주의 강의 기간에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2019년 필자를 포함한 각 대학의 전공 교수들이 공저한 공중구강보건학(대한나래출판사) 교과서가 있기에 안심하기도 했지만, 치의학 중심 내용 구성과 부족한 컨텐츠로 인해, [예방의학과 공중보건학 4판, 대한예방의학회 편, 2021.3] 교과서와 때마침 발간된 강릉원주대학교 예방치학교실 정세환 교수께서 집필한 [사람중심의 구강건강관리. 2021.8] 교재를 많이 참고하였다. 매주 수업을 앞두고 긴장과 스트레스가 컸지만, 이 수업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은 수강 학생이 아닌 필자였다.
치과전문의 제도가 자리를 잡고, 특히 최근의 경과조치에 따라 배출되는 치과전문의들의 숫자가 늘어가면서, 거리에 점차 많은 치과의원들이 본인들의 치과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있는 것 같다. 가나다 치과교정과치과의원, ABC 구강악안면외과치과의원, *** 통합치의학과치과의원, ### 구강내과치과의원, ^^^ 소아치과치과의원…. 등 예전의 단순한 치과의원 간판에 비해 뭔가 치과에도 다양한 전문과목이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에 격세지감과 아울러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 독자들도 이미 느꼈겠지만, 아쉽게도 위 간판을 볼 때마다 뭔가 시원하지 않고, 읽고 보기에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유독 전문치과의원의 간판들만 글자수가 많아 보이고, 어떤 간판은 두 줄로 쓴 경우도 보았고, 입주 건물의 간판 크기 제한이 심한 경우는 작은 공간에 작은 글씨로 너무 다닥다닥 붙여 써 놓아서 무슨 부적이나 도장 파놓은 듯 멀리서는 치과의원명칭 조차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보았다. 그냥 가나다 치과교정과의원, ABC 구강악안면외과의원, *** 통합치의학과의원, ### 구강내과의원, ^^^ 소아치과의원…. 이라고 하면 안되나? 현행 의료법 제42조
새해 목표를 세우며 신년을 맞은 것 같은데, 금세 연말이 찾아왔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내 삶을 돌이켜 보았다. 대학원 공부, 논문 준비, 건물 신축 진행, 지부 회무, 교회 안수집사, 골프 싱글, 시론 쓰기, 가족여행, 재능기부 등등. 개원해서 생각이 제일 많았던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연 초에 한 해 동안 해야 될 일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병원 이전을 위하여 오랫동안 준비한 건물 신축이 가장 힘들었다.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는데 살은 저절로 5kg가 빠져서 현재 유지되고 있다. 참 바쁘게 살았지만 수년간 해온 팔굽혀 펴기와 성경책을 읽는 매일의 루틴(routine)을 지켜오고 있다. 1년 동안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달려왔나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나를 위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미국 워싱턴 소재의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세계 17개 선진국 성인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지난 봄 두 차례에 걸쳐서 실시한 전화·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11월 18일 공개했다. “당신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