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부로 필자가 이곳 대학의 교수로서 활동한 지 만 10년이 넘었다. 필자는 대학 부임 후 예방치과학을 계속 강의해왔고, 공중구강보건학은 같은 교실 김진범 교수님께서 담당해오셨다. 하지만, 김진범 교수님의 정년퇴직에 따라, 이번 학기 처음으로 공중구강보건학 수업을 떠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해당 교과목의 부담감이 상당히 컸다. 치의학의 한 분야로서 공중구강보건학, 예방치과학과의 차별성, 의학 안에서 발전해온 전통적인 보건학의 주요 개념과 최신의 보건학 지식들을 사이에서, 매주 1시간, 14주의 강의 기간에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2019년 필자를 포함한 각 대학의 전공 교수들이 공저한 공중구강보건학(대한나래출판사) 교과서가 있기에 안심하기도 했지만, 치의학 중심 내용 구성과 부족한 컨텐츠로 인해, [예방의학과 공중보건학 4판, 대한예방의학회 편, 2021.3] 교과서와 때마침 발간된 강릉원주대학교 예방치학교실 정세환 교수께서 집필한 [사람중심의 구강건강관리. 2021.8] 교재를 많이 참고하였다. 매주 수업을 앞두고 긴장과 스트레스가 컸지만, 이 수업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은 수강 학생이 아닌 필자였다.
치과전문의 제도가 자리를 잡고, 특히 최근의 경과조치에 따라 배출되는 치과전문의들의 숫자가 늘어가면서, 거리에 점차 많은 치과의원들이 본인들의 치과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있는 것 같다. 가나다 치과교정과치과의원, ABC 구강악안면외과치과의원, *** 통합치의학과치과의원, ### 구강내과치과의원, ^^^ 소아치과치과의원…. 등 예전의 단순한 치과의원 간판에 비해 뭔가 치과에도 다양한 전문과목이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에 격세지감과 아울러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 독자들도 이미 느꼈겠지만, 아쉽게도 위 간판을 볼 때마다 뭔가 시원하지 않고, 읽고 보기에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유독 전문치과의원의 간판들만 글자수가 많아 보이고, 어떤 간판은 두 줄로 쓴 경우도 보았고, 입주 건물의 간판 크기 제한이 심한 경우는 작은 공간에 작은 글씨로 너무 다닥다닥 붙여 써 놓아서 무슨 부적이나 도장 파놓은 듯 멀리서는 치과의원명칭 조차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보았다. 그냥 가나다 치과교정과의원, ABC 구강악안면외과의원, *** 통합치의학과의원, ### 구강내과의원, ^^^ 소아치과의원…. 이라고 하면 안되나? 현행 의료법 제42조
새해 목표를 세우며 신년을 맞은 것 같은데, 금세 연말이 찾아왔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내 삶을 돌이켜 보았다. 대학원 공부, 논문 준비, 건물 신축 진행, 지부 회무, 교회 안수집사, 골프 싱글, 시론 쓰기, 가족여행, 재능기부 등등. 개원해서 생각이 제일 많았던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연 초에 한 해 동안 해야 될 일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병원 이전을 위하여 오랫동안 준비한 건물 신축이 가장 힘들었다.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는데 살은 저절로 5kg가 빠져서 현재 유지되고 있다. 참 바쁘게 살았지만 수년간 해온 팔굽혀 펴기와 성경책을 읽는 매일의 루틴(routine)을 지켜오고 있다. 1년 동안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달려왔나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나를 위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미국 워싱턴 소재의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세계 17개 선진국 성인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지난 봄 두 차례에 걸쳐서 실시한 전화·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11월 18일 공개했다. “당신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올해부터 노년치의학회(회장 고홍섭)의 슬로건은 “Health mouth, Happy Senior”이다. 노인의 구강건강이 전신건강과 연계되면서 그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의존적 노인에서의 구강건강은 노인의 돌봄 정도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협회 집행부 치무이사로 일본의 노년치과 교육과 진료 및 지역사회포괄케어 현장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미 20년전부터 일본 치과계는 글로벌 노인치의학을 지향하면서 저작과 삼킴 기능의 감퇴를 의미하는 ‘구강기능저하증’이라는 새로운 병명까지 도입하면서 치과진료소, 시설 및 재택 노인들에 깊이 개입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 치과의사 국가시험 문항 중 노인치과 문항이 대략 10-12%를 차지한다고 하니 일본 치과계의 고령화 대응 속도와 사회치의학적 역할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필자는 우리나라도 의존적 노인의 구강건강관리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시스템의 조기 구축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그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의존적 노쇠 노인에 대한 ‘구강건강관리와 처치’ 필요 질병이 진행되면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죽음의 궤적(dying tra
예전에 천문학에 관심도 많았었고 사는 곳이 공기층이 맑은 시골이다 보니 밤하늘 별자리를 관찰하거나 별동별이 떨어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달 표면의 분화구, 토성 고리나 목성 띠와 위성들을 쌍안경이나 천체망원경을 통해 직접 본 사람이라면 밤하늘이 유달리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요즘에 도심에서는 광해로 인해 별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 또렷했던 수많은 별들이 많이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게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해나 황사, 미세먼지 등으로 시야가 흐려진 이유이란 걸 알게 되면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갖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군위도 예전에 비하면 거리의 가로등이나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 탓인지 더 깊은 산골마을로 가지 않는 이상 맑고 또렷한 별을 보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달은 맑은 날씨에는 아주 선명해보이고 더욱 친근하게 느껴져 동화속의 이야기처럼 계수나무 아래서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듯이 동심의 세계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우주선 발사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 같다. 초기에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게 드물고 획기적인 관심사였지만 근래에는 우주개
1996년에 발표된 가요 중에 ‘일기예보’라는 그룹이 불러 인기를 얻었던 ‘인형의 꿈’이라는 곡이 있다. 그 가사를 음미해 보면, 현재 필자가 근무하는 치과 내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지금은 COVID-19로 인해 아예 치위생학과 학생 실습교육이 차단된 현실이지만, 불과 2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필자가 근무하는 예방치과에 배정된 학생들의 경우, 인접해 있는 치과 내 다른 진료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순간들이 많아, 한번은 진지하게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예방치과에서 실습하는 것이 혹시 불편하거나 불만스러운 점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 대답으로 ‘인형의 꿈’의 가사와 같은 내용을 듣게 되었다. 현재는 예방치과에서 실습하는게 너무 좋고 행복하기까지(?) 하지만, 장차 취업할 곳에서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구강악안면외과나 치과보철과, 그리고 교정진료를 하는 치과교정과 등의 실습이 더 필요할 듯하여, 곁눈질로 예습을 해 둔다는 대답이 많았다. 며칠만 참으면 원하는 과로 가서 여한 없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키고, 며칠이 지난 후, 그 학생이 해당 과에서 실습담당 선생에게 호된 지도(?)를 받는 모습을 보고 외
양극화되어 가는 이 시대에 양단은 너무나도 복잡한 연결고리로 얽히어 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거나 최소한은 덜 하였을 법한 말이나 상황들이 지금은 양극화의 영향으로 틀리다/맞다의 수준을 넘어 내 편인가-적인가로 나누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유기적이고 여유로우면 그저 좋을 공동체 사회가 적과의 동침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곳이 되고 있다. 시장 자본주의가 어쩔수 없이 이끄는 경쟁 사회 및 특히 한국에서의 일등주의 교육문화가 이를 더 심화시키는 것으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출산율 저하와 함께 가족내 혹은 친족내 일순위자로 성장해온 배경이 또다른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정치적인 내용이 아님을 전제로 예를 든다면, 세대간의 갈등이나 정치이념의 좌우 혹은 보수진보진영의 양극화도 이런 내용의 일부가 된다. 세대간의 갈등 속에는 다시 젠더갈등이 존재하고, 젠더 갈등과는 별도로 찬스를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자 간의 갈등 혹은 부모찬스인가 아닌가의 문제들이 서로간의 불신과 함께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양극화는 교육기회의 불균형이나 사회구조의 불균형 소득분배 시스템의 불균형 등도 원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화두는 인공지능(AI)일 것이다. 향후 5년 안에 국가 AI 기술 수준이 국가 부(富)의 순위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진다. AI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현재 거의 모든 분야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치과와 치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인공지능은 질병의 정확한 분류와 진단, 환자와 질환의 재분류 등 다양한 용도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AI와 치의학 분야는 접목 시 상호 발전의 가능성이 높고, 임상 현장에서는 이미 AI의 도입이 시작되었다. 1956년 미국에서 개최된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에서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에 대해 ‘인공지능’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제안되었다. 컴퓨터를 이용한 추론, 탐색, 특정 문제에 대한 해답 제시가 가능하게 되면서 제1차 인공지능 붐이 일어났다. 냉전(Cold war)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1년까지 미국과 소련, 양측의 동맹국 사이에서 갈등과 긴장, 경쟁이 지속된 대립 시기를 일컫는데, 이 시기에는 자연어 처리에 의한 기계 번역이 활발했다. 안타깝게도 이 당시 AI수준으로는 AI가 인
요즘 우리나라의 드라마 컨텐츠의 위력을 실감한다. K-드라마의 인기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국가에서 이미 있어왔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방식의 혁신으로 K-드라마의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던 필자도 자연스럽게 K-드라마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정주행한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이다. 여주인공의 직업이 치과의사라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드라마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묘사할까 호기심에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종영을 한 지금까지도 넷플릭스 전세계 컨텐츠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필자는 어촌 마을에서 이웃 간의 대소사를 함께 하며, 서로 사랑과 정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며, 삭막한 도시의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따듯한 위로의 차 한잔을 건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이 드라마는 2004년 영화 <홍반장>을 각색한 드라마로, 드라마 속 치과의사 윤혜진은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어느 정도 규모의 치과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는 유능한 치과의사이다. 하지만, 혜진은 환자의 이익보다는 치과의 수익을 우선하는 대표원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치과를 그만두게 되고, 여행을 떠난 강원도의 어촌마을에 우연한 계기로 개원
요즘 대선이 가까워 지면서 방송, 지면이 온통 정치얘기로 넘쳐난다. 코로나로 지난 2년간 떠들썩 했던 와중에도, 우리국민의 정치에 대한 열기는 건강에 대한 우려마저 가볍게 무시하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현재는 백신도 많이 맞았고, 코로나 바이러스 조차 병원성이 약화되어 걱정이 반감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소위 “국뽕”주의자들의 얘기일지 모르지만 한국인은 정말 대단하고, 훌륭하고 똑똑하다고… 한국 고대사에 작은 취미를 갖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도 분명 우리민족은 고려말 당시 세계 최강 몽골군에 기록적인 30년 저항하고 패배한 이전까지는 군사적으로 문화적 세계적으로도 현재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대단했던 국가였다. 문약해진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으로 아예 국력의 바닥을 찍은 이후 그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굴의 의지로서 잠재력을 발휘하여 수십년 만에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산업적, 문화적 성취를 이루어냈으며, 그 결과 이제 조금은 우리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을 수 있는 정도는 된 듯하다. 필자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수년 전부터 만나는 일본 교수들로부터 자기도 한국인의 DNA가 상당히 있을 것이고, 천황도 한국계라는 말을 들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의사생활을 시작하는 제자들에게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조언이다. 원래 문맥은 “인생은 짧고, 예술(의술)은 길며,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경험은 위태로우며, 판단은 어렵다”이다. 히포크라테스가 환자들의 다양한 질병과 싸우면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의술의 길은 먼데, 인생은 짧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인간의 신체는 너무나 신비롭고 복잡해서 그 것을 다 배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그 기술(art)을 익히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좀 배웠다고 자만하지 말고 환자들을 대할 때 늘 겸손하라는 덕담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예술의 영역에서 더 자주 쓰이게 되었다. 이 화가에게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예전 학창 시절에 유명했던 참고서 “완전정복” 시리즈의 표지 그림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1801>을 그린 화가이다. 루브르에 가면 <나폴레옹의 대관식,1806>이라는 그림이 있다. 같은 화가 작품이다. 가로로 9m, 세로로 6m가 훨씬 넘어서 그 곳에 전시된 그림들 중에 두 번째로 크다. 가장 큰 그림은 가장 작지만 가장 유명한 그림과 서로 마주보며 같은 방에 전시되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