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바퀴’ 아래서
인턴 생활 10개월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정들만 하면 과를 옮겨가고 적응될 만하면 업무가 변경되는, 고달픈 나그네의 생활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치전원을 졸업해 이미 서른을 넘긴 제 체력은 이제 거의 바닥이 났습니다. 일과 후 회복을 위한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제 정신력이 그보다 짧다는 사실이 서럽기만 합니다. 우수한 인턴이라 기록되고자 했던 꿈도 멀어져만 갑니다. 여러 과를 거듭할수록 그간의 지식이 통합되어야 할 텐데, 파편으로 남아 혼란만 가중시킵니다. 식곤증에 멍때리다가 실수하기를 일삼고, 출퇴근 지문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아 관리부로부터는 감봉 경고를 받았습니다. 마치 원내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습니다. 불만이 쌓여갑니다. 예방치과 수련을 위해 인턴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일까 하는 본질적인 고민을 떠올리다가, 마이너스 통장과 각종 명세서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내 원초적인 욕구에 휩싸입니다. 오랜 터전인 서울을 떠나 타향에서 살아가는 어려움도 복합적으로 증폭됩니다. 설움을 잊기 위해 한 번씩 서울로 돌아가 동네 친구들을 만납니다. 직업은 서로 다르지만 놀랍게도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매일같이 더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