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에, 사회개혁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부당한 법과 제도를 민주적으로 개정하기 위해 정치적인 투쟁을 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고치는 정치적 운동만으로 세상의 모든 창살이 걷혀지는 것은 아니다. 한 명의 수감자가 갇혀 있는 경찰서 유치장 앞에서 색스폰을 불고 있는 어느 경찰관에 관한 T.V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색스폰 소리가 유치장의 그 단단한 창살을 걷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율이 죄가 있고 없음을 판결해주지도 않을 것이며 또 심금을 울려주는 그 감흥이 단지 수감자 한 개인에게 국한되거나 미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효과가 약하고 느리다고 해서 우리가 예술의 힘을 과소 평가할 수는 없다.아마도 당장 창살을 걷어낼 수 있는 것은 법과 제도를 직접 바꾸어 버리는 정치적 힘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힘이 있고 효율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각기 그 쓰임새가 있다. 어쩌면 그 수감자에게는 철창이 아니라 색스폰 소리만이 참회와 용서를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법을 집행하고 있는 경찰관이 유치장 창살 앞에서 불고 있는 색스폰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정치적인 힘도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심연을 향해 스며드는 예술의 힘을 느낀다. 위의 개별적인 실존의 예에서 우리가 예술의 힘을 보았다면, 그 존재가 상실된 사회적인 예에서 우리가 문화의 위력을 볼 수도 있다. 일례로, 두 개의 다른 문화권이 부딪히는 곳에서 우리는 문화의 힘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다른 문화 집단 속에 마치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바로 이민자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문화가 절대 절명의 공기와도 같은 존재임을 실감하게 된다.유민들의 역사는 차치하고, 공식적으로 하와이 이민을 필두로 하여 재일동포, 재미동포, 재중동포 등이 모국을 떠난 지가 100년이 되었다.밤하늘의 별과 달이 유난히도 밝게 내려 떨어지는 캘리포니아의 개인 저택에서, 오랜만에 고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 가슴속에 묻혀있던 추억과 그 옛날의 문화 속으로 젖어들며 회한에 떨던 동창들을 보았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이역만리에서 외국말로 면허를 얻고, 비록 그들 문화 속에 어울려 살았지만 쉽게 어울리기 힘들었던 고독한 영혼들을 만났다. 이제 미국말을 다 하고 또 김치 없이 햄버거를 먹는다해도, 그것만으로는 미국이란 생경한 문화의 장벽을 본질적으로 넘어서지 못한 사람들.
그러나 앞으로도 미국 문화를 자양분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들. 마음 한편이 항상 휴지처럼 구겨져 있고, 마치 뿌리가 없는 부초처럼 그냥 떠서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우리는 다른 문화 속에 잠겨서야 비로소 우리가 숨쉬는 것 말고는 거의 대부분 우리 문화의 힘과 에너지로 살아 왔음을 느낀다.문화의 격차가 가져다주는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교포 1세보다는 두 문화의 간극에 살고 있는 2세들에게서 정신집중장애, 자폐 등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다행히 최근 대학간의 학생 교류 등으로 교포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2세들의 한국 방문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당장 인천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자기와 닮은 사람이 이렇게 많이 살고 있는 장소가 지구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확인하고도, 그들은 감격해서는 돌아가 당당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했다는 기쁨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가정 내에서 부모로부터 겪는 한국문화와 밖의 사회에서 겪는 미국문화와의 현저한 격차에서 오는 문화적 갈등으로부터의 심리적 해방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제쯤은 문화적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해외동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때이다. 그들은 우리 문화의 전도사이고, 확대된 우리이며, 우리의 자산이다.어떻게 보면 우리란 같은 문화로 영혼이 채색된 개체들의 집합체일 뿐이다. 이민의 역사가 100년이 되었음에도 경제계 진출에 비해 이민자들의 정치계 진출은 거의 없다고 교포신문은 지적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한국인의 폐쇄성과 공동체의식의 결여 등을 지적하고, LA폭동이후 교포들이 미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동화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해가고 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열심히 일해서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교포들이 진출하는 직업들의 종류는 한정되어 있다고들 한다. 일본계나 중국계는 물론이고 월남계보다도 정치계의 진출이 적다고 보도하고 있다.물론 민족간에 그 유발 요인들과 정도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공통적으로 정치계의 진입을 막는 첫 번째 요인은 무엇보다도 문화적인 장벽이다. 다시 말하자면, 다양한 소수 인종의 이민자들이 먹고사는 데에 필수적인 경제계의 문을 통과하여 정치계의 문